‘MP3야, 디카야?’ 최신 휴대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휴대폰은 한가지 기능만 뛰어나서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휴대폰과 MP3, 디지털카메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른바 ‘퓨전제품’이다. ‘융합’을 의미하는 ‘퓨전(fusion)’이 음악과 요리를 거쳐 경영에도 도입되고 있다. 퓨전경영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퓨전경영이란 제품, 기술, 서비스 등과 같은 경영의 제반 활동들이 양자 택일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상생의 길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경영 혁신 활동을 의미한다. 상품권과 신용카드가 결합된 ‘기프트 카드(Gift Card)', 은행업과 보험업이 결합된 ‘방카슈랑스(Bancassurance)’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경영 방식도 예외가 아니다. LG경제연구원 남대일 연구원은 “경영 방식 자체도 퓨전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본의 자동차기업 닛산은 동·서양의 가치를 융합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닛산의 구조조정은 어려울 때 ‘무조건 감원과 감산’이라는 서구적 구조조정이 아닌, 그렇다고 가족같은 분위기로 과감한 감원을 꺼려하는 아시아적 경영도 아닌 두가지를 적절히 융합한 퓨전경영을 통한 방식이었다. 이처럼 융합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는 시도가 경영학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퓨전경영은 기존 경영학에서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고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패러독스 경영(Paradox Management)'과 닮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퓨전경영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에는 경영 환경의 급변화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경산대 경영학부 김성호 교수는 “근래 소비자들의 욕구는 다양하고 쉽게 변하기 때문에 시장과 제품군이 이미 정해진 상태로는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기존 경영은 틀이 고정되어 있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퓨전경영도 기업들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퓨전은 단순한 결합물이 아니라 1+1이상의 추가적인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남연구원의 말처럼 퓨전경영의 성공을 위한 노력은 퓨전을 단순한 복합물이라고 인식하는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혁신과 이윤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작년 7월 출시된 심장박동기능을 갖춘 MP3플레이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마라톤과 조깅 인구의 증가를 염두해 두고 개발된 이 제품은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드는 성과을 거뒀다.

퓨전경영의 이점은 기업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MP3와 CDP, DVD플레이어와 VCR이 하나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고민에서 해방된다. 또한 한가지 제품만 구입하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덜어낸다 유연한 대응을 무기로 퓨전경영은 세계적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경영학에 대안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는 김교수의 말처럼 퓨전경영이 틀에 박힌 기존 경영의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퓨전경영이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력과 혁신에 대한 열린 마음의 중요성을 시사해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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