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는 지금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금년 상반기 동안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나 늘어났지만 내수경기는 점점 더 침체되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다. 대학졸업생 2명 중 1명이 취직할 정도로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태에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높아지면서 물가 또한 크게 높아져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환율을 높여서 수출을 증가시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다. 우리경제는 내수비중이 작고 수출비중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해도 수출만 늘어나면 투자가 증가해 경기는 크게 부양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록 높은 환율과 세계경기 회복에 따라 우리 수출은 늘어나고 있으나 의외로 수출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출은 늘어났으나 국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면서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최근 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역시 과거와 같이 물가를 더욱 높이고 그리고 국제금리보다 낮은 금리 때문에 자본이 유출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과거에도 우리는 금리를 인하해 투자를 늘리려고 했다. 그러나 투자가 늘어나기보다는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부동산가격과 물가만 높아져서 소득분배를 더욱 불공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한 현 정부는 집권 초기 금리인하와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경기침체가 점점 깊어지면서 다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금리인하가 침체된 경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된다. 실제로 지금 수출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 우리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금리보다는 변화된 투자환경에 있다. 기업투자는 금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그보다도 미래에 투자수익을 회수할 수 가능성 즉 투자위험도에 의해 더 크게 반응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경영환경은 투자위험도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록 수출이 늘어나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기업이 느끼는 투자위험은 정치적 불안정과 안보위험 그리고 과도한 노사갈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경기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우리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무엇보다도 수출과 투자가 연결되는 고리가 되살아나도록 기업이 느끼는 투자 위험도를 낮춰 주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노사갈등을 공정한 입장에서 그리고 합법적인 틀 속에서 해결되도록 하고 만연해 있는 반 기업정서를 정부가 앞장서서 해소시켜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고 정치적 안정을 찾아 기업이 미래 우리경제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이렇게 해야 만이 우리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연결되는 고리가 다시 되살아나서 수출이 투자로 늘리고 투자가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의 경제구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경제가 되살아나야 만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소득분배의 불공평을 시정하는 문제와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는 개혁도 성공할 수가 있다.

 

/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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