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 주인’은 누구일까? 학생들은 자랑스레 “우리가 연세의 주인입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래 왔는가?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 행세를 해왔던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학교와 ‘싸워 왔다’. 또는 싸우지 않고 돌아가는 판을 그냥 ‘구경했다’. 등록금을 동결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이월적립금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오랜 싸움에서 학생들은 늘 패배했다. 학교의 운영자인 총장을 뽑을 때에도 학생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그래서 총장 후보들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공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교 예산을 어떻게 책정하며, 계열 모집은 어떻게 바꿀 것이며, 재수강 제도는 어찌 할 것인지, 학생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논의 속에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학생이 참여하는 등록금책정위원회 기구가 존재한다면 봄마다 그렇게 본관 점거해서 싸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학생의 학교 운영 참여 요구는 학교법인의 운영을 사적소유물의 경영 정도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에 의해 거부당해왔다. 이제 학생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였던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를 여당이 받아들여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8월 6일에 제시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 학생, 교수들의 참여와 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회, 교수회, 직원회를 법제화하며 이 주체들로 이뤄진 대학평의원회는 헌장 및 학칙 재개정, 학교 예결산, 학교발전계획, 학교기업, 학생정원 및 학과개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시민사회의 ‘의결기구’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여당 수위의 원안대로라도 법률이 개정될 경우 학생은 학교 운영의 한 축이 되는 셈이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학생회는 학교본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를 직접 반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크게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일방적인 ‘배움’에서 능동적인 ‘참여’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정말로 ‘연세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주인’들이 반발할 것은 당연하다. 이미 사립학교 재단과 총장들은 ‘사립학교법 개정 결사반대’의 피켓을 들고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의 재산이 정치자금의 원천이었던 정치인들도 개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릴 태세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학생·학부모·교사 등으로 이뤄진 교육운동 진영은 올 하반기 중점투쟁 사업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설정했다. 국민의 90%가 원하고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의 기회는 이번 단 한번뿐일 가능성이 높다. 연세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느냐 좌절하느냐의 분수령에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언론출판협의회 의장 김고종호 (정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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