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나는 이번 여름 두 가지 볼거리 때문에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를 브라운관에 몰입하게 한 것은 바로 ‘파리의 연인’과 올림픽 경기였다. 일상에 지쳐있을 때 잊어버린줄 알았던 신데렐라 스토리는 삶의 청량제 역할을 했으며, ‘각본없는 드라마’인 올림픽 경기 하나 하나는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 있었던 축구시합에서 태극 전사의 선전은 옷장에 넣어 두었던 붉은 티셔츠를 다시 꺼내입게 했다.

올림픽 삼매경에 빠져있을 때 외국 통신사들이 전하는 뉴스는 나를 암울하게 했다. 이라크 내 유혈충돌, 이란인 수천명 테헤란 시내 반미 시위, 몰디브 정부 국가 비상사태 선포…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을 비롯한 역대 IOC 위원장들은 최소한 올림픽 기간만은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성명서를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아테네 올림픽뿐만이 아니라 역대 올림픽 기간 동안 현실은 여전히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졌다. 이유는 올림픽 정신(올림피즘)을 실천하지 못해서다. 올림픽 정신은 세 가지로 설명 가능하다. 첫째,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대한 노력이 올림픽 정신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참가해 스포츠 기량을 정정당당히 겨루고 이를 통해 함께 어우러짐은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둘째,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이 올림픽 정신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를 표방하는 국가들이 모여 함께 스포츠와 문화를 나누고자 하는 목적은 상호간의 이해를 위해서다. 셋째, 인류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올림픽 정신은 담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민족주의를 넘어 국제주의로, 그리고 승리 이데올로기를 집어 던지고 참가 과정을 중시하자는 정신이 올림픽 정신이다. 이와 같은 우리 인류가 안고 있는 고질병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를 밝은 미래로 이끌 수 있다.

스포츠만큼 강력하게 우리를 응집시켜주는 매체는 없다. 우리는 이미 2002년 시청 앞에서 그것을 경험했다. 올림픽 정신은 단순히 스포츠 제전으로 종결지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속으로 반드시 전이돼야 한다. 또한 그 정신의 실천으로 지역주의와 민족주의를 타파하고 함께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보니 다음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대-한 민국”만이 아니라 ‘그들’도 함께 응원해야 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설사 밤잠을 설치더라도.

 

/사회체육과 이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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