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11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는 그동안 공간을 함께 사용해 오던 생활도서관(아래 생도), 여성 출판동아리 ‘두입술’, 봉사동아리‘애또래’의 물품을 복도로 내놓고 사실상 여성 자치단체들의 활동 공간을 강제철거했다. 여성 자치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10대 총여에 의해 활동을 시작한 생도와 두입술은 애또래와 함께 이같은 총여의 극단적인 행동을 규탄하고 나서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우선 총여의 이번 행동은 한 마디 언급조차 없이 행해진 강제철거라는 점에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두입술의 편집장 김혜정양(사회정외·4)은 “지난 1월 8일 총여와 자치단체들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것에 잠정적으로 합의했으나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총여가 약속을 어긴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32대 의과대 학생회장 박영민군(이과의예·2)은 중앙도서관 앞 자보를 통해 “이것이 연대의 필요를 역설한 총여의 공약을 올바르게 이행하는 모습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더욱이 총여가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학생 대표조직으로서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마저 대두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소집한 비상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는 총여가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고 강제 철거한 물품들을 29일까지 총여실 내에 원상복구하기로 결정됐으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생도 대표 유진숙양(사회정외·4)은 “총여는 총여실이 아닌 경영관 여학생 휴게실에 물품을 몰아 놓고, 다른 일정을 핑계로 원상복구를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자치단체들은 “원상복구는 그 자체의의미보다 강제철거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조속한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여 회장 신보경양(인문학부·4)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과 겹쳐져 당장의 원상복구는 힘들겠지만 차후에 면담을 통해 해결할 예정이다”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도 대표 유양은 “총여는 보이지 않는 5천명 여학우의 이름을 자치단체 배제를 위한 논리로 사용한다”며, 여학우의 이름을 허구적으로 사용하는 총여를 꼬집었다. 유양의 말대로 협소한 공간문제를 자치단체의 강제철거로 해결하려는 총여의 모습은 적극적인 의지를갖춘 여학생들의 대표조직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 총여는 민주적인 조직체로서 스스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절차 민주주의에 더욱 힘써야 한다. 또한 자치 단체들의 공간확보를 위해서 노력하며 작은 단체들의 고민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수경 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