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떠오른다. 임오년은 일반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은 해라 그런지 새해를 전후한 사회분위기가 그다지 밝지는 못하다. 또 지난해의 일들이 너무 무거워서인지 희망과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IMF 위기 ‘극복’을 무색케 하는 경제침체가 계속 사회 전반을 드리우고 있으며, 기업 및 금융에 대한 구조조정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정관계 인사들의 뇌물수수 부정사건은 새해 벽두를 강타할 것으로 보이며, 민주주의 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검찰과 국정원 등의 권력기관은 돈에 휘둘려 사회정의를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분야로 생각되던 남북한 관계도 이미 암울한 장막에 덮혀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감동과 기대의 이산가족 상봉은 중단되고 금강산 관광 역시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통일대축전 방문단 사건은 우리사회의 보혁갈등을 첨예화시켜 대북포용정책이 난관에 봉착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들이 다가온 새해를 어둡게 해서는 안된다. 지난 4반세기 동안의 고속성장, 민주주의의 공고화, 남북한 화해협력의 개막 등은 우리 모두가 퇴색시켜서는 안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결실들이다. 다원화되고 복잡화된 우리사회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 모두가 적극적인 주체의식을 가지고 일어나야 할 때이다.


정치적·경제적 지배세력들에 의한 권력형 부패·부조리현상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감시기능 확대와 준엄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남북한간의 화해협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입각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이질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새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2002년 월드컵 주최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해이기도 하다. 긍정적이고 합리적 태도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적 참여는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요하다. 다음해에 떠오를 해를 낙관과 희망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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