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헌 교수(UIC·CTM)
이기헌 교수(UIC·CTM)

 

『연세춘추』 칼럼인 ‘시선’의 기고 요청을 받고, 상념에 잠겼습니다. 연세 공동체 구성원들과 어떤 생각을 나눌까 고민하다가, 시선이 머무는 곳과 그곳을 바라볼 때 떠올린 생각 조각들을 연세 공동체 모두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열해 봅니다.

첫 번째 조각 ‘종합대학’. 종합대학(University)은 단과대학(College)이나 기관(Institute)과는 다르긴 다를 텐데,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달라야 할까요? 예를 들어, 한국과학기술원은 “과학 인재 양성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과학기술 연구 수행을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의 국립 특수 대학교”입니다. 반면, 연세대는 민간 주도로 만들고 국가가 인가해준 종합대학입니다.

연세대는 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의 산물이자 긍휼과 사랑의 증거입니다. 연세대가 처음부터 종합대학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에 연고도 없는 서양 외국인이 고향을 떠나 선교사의 이름으로 한반도에 와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만든 종합대학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연희대와 세브란스 의과대가 합쳐진 종합대학이 연세대입니다. 연희대는 이전에 연희전문대학, 그리고 조선기독교학교(Chosun Christian College)였습니다. 그 전에 언더우드 선교사가 조선에 와서 한 일은 고아를 위한 학교를 만든 일입니다. 세브란스 의과대는 이전에 세브란스기념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의학교, 그리고 ‘대중을 널리 구한다’는 제중원과 ‘은혜를 널리 펼친다’는 광혜원이었습니다. 뿌리로 갈수록 사료가 적어지니 역사적 논쟁이 있고 세월이 갈수록 원래 목적이 흐릿해질 수 있지만, 시작점에서 확실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연세대의 원래 방향성이었습니다. 빈곤으로부터, 가족의 부재로부터, 지식의 부족으로부터,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대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 선교사 가정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긍휼’의 시선을 유지하며 ‘사랑’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노력’과 ‘헌신’을 했습니다.

연세대는 전인 교육의 본입니다. 전인 교육은 지식 전달인 학술 교육을 포함한 ‘지·정·의가 완전히 조화된 인격자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훌륭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생활을 할 때 가능한 교육입니다. 그런데 연세대는 자발적으로 안전지대를 떠나 직접 이웃을 찾아온 사람들이 스승이 돼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과 함께 인격적인 삶을 살아온 곳이니 자연스럽게 전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보면, 우리 연세대는 ‘자발성’ 혹은 ‘적극성’, ‘다양성’, 그리고 ‘전인성’으로 특징 지어질 수 있는 종합대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연세대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거의 모든 단과대학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교수자, 학생, 교직원과 지적 교류를 합니다. 다양한 지식의 습득, 다양한 사람들과 인격적인 교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정의를 조화롭게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연세대입니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연세대가 ‘널리 학문을 닦아 사리에 밝고 예절을 잘 지킨다’는 의미를 가진 박문약례(博文約禮)가 어울릴만한 종합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세대는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합니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됐지만, 예수는 그 관계를 회복하는 화목 제사의 제물이 되기 위해 스스로 인간 세상에 왔고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고 사흘 만에 부활함으로 그 관계를 회복했습니다. 이 일을 사실로 믿는 사람을 기독교인이라고 하고 기독교인은 ‘forgiven sinner’라고 할 수 있습니다.(자세한 교리는 교목님께 문의) 그렇게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고 ‘하나님-인간’ 관계를 회복한 예수 그리스도(基督)의 모습을 따라 사는 선교사는 조선인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조선인을 죽기까지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헌신과 희생으로 화평한 관계를 만드는 기독교 정신이 연세대의 전통과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세대 선배 중에 이웃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유독 많아 보입니다. 영화 『1987』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최근 연세대에서 주최한 ‘Global Engagement and Empowerment Forum’(GEEF)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웃에게 다가가서 그 인생과 함께 하고(engage), 이웃을 돕는(empower) 일들을 독려하기 위한 포럼입니다. 

 

전인적 교육을 하는 종합대학으로서의 연세대는 그 시작점에서의 방향성과 같이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는 성숙한 사람들의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구별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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