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학 개편안 학력 수준 저하 우려돼

차승현(화학및의화학/화생공·21)
차승현(화학및의화학/화생공·21)

 

대한수학회와 대한수학교육학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중등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미분방정식, 공간벡터, 복소수의 극좌표, 상관관계와 회귀분석을 배우지 않는다. 과학탐구II 과목 역시 서울대와 카이스트에 입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했으나, 선택사항으로 바뀌게 됐다. 머지않은 미래에 ‘벡터 모르는 공대생’, ‘생명과학, 지구과학만 할 줄 아는 공대생’이 현실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심화수학까지 빠지면서 모든 학생이 같은 과목의 시험을 보게 된다. 나는 두 가지 이유로 이에 반대한다. 첫째, 과거부터 그래왔고 현재도 대한민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철강, 조선을 수출하는 국가다. 과학탐구II도 실질적으로는 배우지 않게 된 현시점에 심화수학까지 빠진다면 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이는 곧 고급인력 양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고, 이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입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다. 심화수학이 제외되면, 수능 수학의 범위는 문과 수학으로 불려 온 대수, 미적분I, 확률과통계만 다루게 된다. 과연 이 적은 양과 쉬운 개념만으로 60만 수험생을 줄 세우기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면 뛰어난 학생을 뽑고 싶은 상위권 대학은 자체적으로 평가 방식을 마련하고, 사교육은 이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것이다. 소득이 높은 가정에선 이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저소득층은 사교육비 부담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사회에서 계층을 이동하는 방법 중 가장 명확한 것은 공부다. 그러나 심화수학이 빠지게 되면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고착화하고, 상위권이 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하위권은 공부에 손을 놓게 돼 대학이라는 문턱에조차 발 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는 곧 계층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심화수학이 빠진 수능 수학 개편안은 사회적인 측면에서나, 입시의 측면에서나 학생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을 막을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심화수학을 제외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 교육 방안이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교육 정책인지, 국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인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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