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둘러싼 시선을 살펴보다

지난 110,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아래 민생토론회)에서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주택 공급량을 늘릴 것을 강조했습니다. 310,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아래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 일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의 첫 시작인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담겼습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무엇인가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은 도심 내 주거 공간 공급 확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대응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정된 주거생활을 위해 주택공급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걱정 때문에 그동안 재건축을 막는 규제를 강화해 왔고, 그러다 보니 공급이 부족해져 집값이 올랐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공급 비율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총 주택 부족량은 2056664채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체 가구 수는 약 160만 가구에 달했지만,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약 854만 채에 그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 따르면 2023년의 건축 인허가 비율은 2022년 동기간에 비해 37%, 착공 비율은 52%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주택공급 역시 2022년에 비해 줄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를 꺼내 들었습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핵심은 정밀안전진단 완화입니다. 정밀안전진단은 지난 1994, 무분별한 건물 파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에 건물을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 혹은 E 등급의 부실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할 때까지 재건축에 착수할 수 없기에 재건축 사업에서 정밀안전진단은 첫 관문인 것입니다. 이후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재건축 조합 설립-사업인가등 약 10개의 과정을 거쳐 재건축이 진행됩니다.

 

▶▶지난 3월 10일 여당이 발의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절차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건축 소요기간을 3년 단축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3월 10일 여당이 발의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절차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건축 소요기간을 3년 단축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동산 중개 포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재건축은 평균 10.2, 정밀안전진단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11년 정도 소요됩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시행된다면, 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의 경우 정밀안전진단 통과 전에도 재건축에 바로 착수할 수 있습니다. 사업인가전 단계를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하지 않아도 실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재건축 소요 기간 중 3년 정도를 단축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는 준공한 지 30년을 넘긴 아파트가 전국 173만 가구라고 밝혔습니다. 전국 1195만 가구 중 15%가 재건축 착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민생토론회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로 2024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4년간 전국 75만 가구가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도입으로 수도권은 서울 389개 단지 약 30만 가구, 경기 471개 단지 285천 가구, 인천 260개 단지 146천 가구의 재건축이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밀안전진단 평가 비율에 드러난
역대 정부의 재건축 의지

 

4.10 총선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강 벨트* 유권자가 가장 많이 원하는 총선 공약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27.9%)'가 꼽혔습니다. 이에 여야 국회의원 모두 재건축 공약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33,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일산·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22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는 분당 지역의 재건축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재건축을 둘러싼 정책은 부동산을 보는 정부의 시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재건축은 집값 상승을 유발해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비좁은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라며 집이 거주의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자 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 지역을 수차례에 걸쳐 투기 과열 지역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제한된 주택공급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2021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부동산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급 물량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와 민생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활성화를 꾸준히 강조해 왔습니다. 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주택 공공성 강화와 상반됩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역시 시장원리를 따르게 해야 한다재건축에 대해 규제가 아닌 정부 지원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밀안전진단의 세부 비중 조정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두 정부의 인식 차이가 드러납니다. 정밀안전진단의 평가 요소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분석으로 구성됩니다. 각 평가 요소에 어떤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용분석 반영 비율은 변하지 않았지만 문 정부 당시에는 정밀안전진단 평가 비중에서 구조안정성이 가장 높은 항목으로, 전체 평가 점수의 50%를 차지했습니다. 구조안전성은 아파트의 지반 침하나 콘크리트 강도, 균열 등을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무너질 위험에 놓이지 않는 이상 구조안정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단지는 46개였습니다. 이 중 E등급을 받아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없었습니다. 25개 단지는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21개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지난 20231, 윤석열 정부는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30%까지 낮추고, ‘주거환경 비율15%에서 30%, ‘설비 노후도 비율25%에서 30%로 높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노후 아파트 대부분은 주차난이나 배관, 전기·통신·난방·가스설비 등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어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항목에서 높은 위험도 점수를 받게 됩니다. 두 항목의 비중이 이전보다 커져 정밀안전진단에서 부실판정을 받고 재건축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214일에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박 장관은 곧 무너지지 않으니 불편해도 계속 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재건축 확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처럼 재건축 판단 여부에 있어 정밀안전진단 세부 비중 조정은 역대 정부에서 매번 반복됐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구조안정성 비율을 50%로 설정했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율을 20%, 주거환경 비율을 40%로 설정했습니다.

 

▶▶구로 A아파트가 예비 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구로 A아파트가 예비 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시민은 혼란,
사업성은 그대로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1.10 부동산 대책의 79개 세부 추진 과제 중 46개가 법 혹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지만, 아직 발의되지 않았거나 발의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담긴 도시정비법 일부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해당 법안들이 제21대 국회 임기인 오는 529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는 모두 폐기됩니다.

지난 2023예비안전진단**을 실시했던 동작구 명수대현대아파트는 최근 정밀안전진단 시행을 취하했습니다.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며 정밀안전진단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으니 해당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보니 재건축 일정 역시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 정책 발의 취지와 다르게 혼란을 빚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주택공급 부족의 핵심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밀안전진단 완화 등 규제 완화가 아닌 재개발의 사업성을 재고할 방안을 고안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박선구 경제금융실장은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서 “2021년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최근 40여 년과 비교해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을 거치며 3년간 35.6% 올랐으며, 이에 따라 건설공사비지수는 26.1%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사비 증가로 재건축으로 인한 사업성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도 큽니다. 재건축 분담금은 재건축 완료 후 조합원이 해당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입니다. 시공사가 1천억으로 재건축에 착수했지만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상승해 비용이 1500억이 되면, 추가로 상승한 500억 원은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228월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56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통보를 받았습니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분담금을 선뜻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아파트 단지의 조합원은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재건축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분담금이 가구당 5억 원대로 추산되자 최근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처럼 공사비 증가와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 등으로 재건축의 사업성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 정책은 주택공급을 늘리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여당은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살고 싶은 집에서 사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주택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 재건축 정책이 국민의 안정된 주거생활 보장이라는 취지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글·사진 이지웅 기자
socio_oong@yonsei.ac.kr
<사진제공 국토교통부>

 

* 한강 벨트: 한강에 근접한 자치구를 의미하는 용어로, 국회의원 선거 승패의 중요한 스윙 보트로 여겨짐
** 예비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현지 조사
*** 조합원: 정비구역 내 건축물과 그 부속 토지의 소유자이면서 재건축 사업에 동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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