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 내실 있으려면 교원 확충과 인식 개선 필요해

 

장애인도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통합적인 교육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
-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41-

 

통합적인 교육 시스템이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차별 없이 같은 교육환경에서 교육받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통합교육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교육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봤다.

 

 

장애가 있어도
차별 없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된 장애 학생 수는 늘고 있다. 교육부의 지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202198154명에서 2022103695, 2023109703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과 이미지 교수는 장애를 진단하는 도구가 정교해지면서 특수교육대상자가 늘었다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좋아지면서 특수교육 대상의 범위가 확대된 것도 증가의 이유라고 말했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일반학교 진학과 이들을 분리해 따로 교육하는 특수학교 진학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중 일반학교에 진학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교육받는 것을 통합교육이라고 한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김형수 대표는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가진 만큼, 학교를 결정할 때 장애 여부가 제약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기반 시설이 학교에 마련돼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와 비장애 학생이 균등한 교육환경에서 함께 배우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교육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인교대 특수통합교육학과 김수연 교수는 미국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거의 97~98%가 통합교육을 받는다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의 학군 안에 있는 공립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흐름에 맞춰 통합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22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통합교육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에 특수교육대상자의 일반학교 진학 비율은 202072.1%, 202172.2%, 202272.8%로 근소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A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일반학교에 보냈다. A씨는 비장애 학생들이 당연하게 집 근처 학교에 진학하듯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이가 평생 살아갈 지역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로 전교생 수가 많은 일반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환경은 녹록지 않다.

 

통합교육 속
공고한 구분 짓기

 

통합교육을 선택한 특수교육대상자는 통합학급 소속이면서 특수학급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교육받는다. 체육 시간에는 통합학급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려 수업을 듣다가, 수학 시간에는 특수학급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어떤 교과목을 통합학급에서 수강하는지는 학생마다 다르다. 학교마다 학기에 한 번씩 개별화교육협의회(아래 협의회)를 열어 이들의 교육과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에 따라 학교별로 특수교사, 통합학급 담임교사, 학부모 등이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논의의 장이다.

그러나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정원화 정책실장은 비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존 교육체계에 장애 학생 통합교육이 도입된 방식이라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학년 구분 없는 특수학급 운영 특수교육 대상자를 통합학급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 제 기능하지 못하는 협의회를 꼽는다.

현재 특수교육대상자는 학년 구분 없이 하나의 특수학급에 배정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학급에 배정되는 것이다. 나이마다 행동 특성이 다른데도 특수교사 한 명이 전 학년을 관리해야 한다. 이들의 시간표가 각기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정 정책실장은 특수교사 한 명이 학생들의 서로 다른 일정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학생 한 명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교육대상자를 통합학급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도 문제다. 통합학급 담임교사와 특수교사 두 명 모두에게 이들을 담당할 책임이 있지만, 사실상 특수교사가 전담하고 있다. 정 정책실장은 지금도 장애나 특수가 붙은 업무면, 다 특수교사 몫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특수교사 조성연씨는 한번은 통합학급의 담임교사가 장애 학생이 방해된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내쫓기도 했다학생이 교실을 벗어나면 결국 관리는 특수교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담당 교사가 이들을 통합학급 구성원으로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지만, 특수교사에게 책임과 부담을 넘기는 것이다. 통합학급인데도 불구하고 비장애 학생과 역량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소외되는 특수교육대상자들도 있다. A씨는 통합학급에서 배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필수 교과목인 생존 수영수업을 별도로 들으라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다. 조씨는 협의회를 통해 장애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섬세하게 논의해야 하지만, 특수교사의 권한이 적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아무래도 특수교사는 소수다 보니 의견을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수준을 고려할 때, 통합교육 시수를 늘려도 될 것 같다고 제안해도 거절당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학급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를 맡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부모도 협의회에 참여하지만, 특수교사에게 힘을 실어주기란 쉽지 않다. A씨는 안 그래도 아이가 손이 많이 가는데 엄마도 손이 많이 간다는 인상을 줄지 걱정돼 되도록 뭐든 수긍하는 편이라며 한번은 특수교사가 통합학급에서 국어 수업을 들을 것을 권했지만, 담임교사 눈치가 보여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아예 운영되지 않기도 한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초등생 자녀를 둔 어머니 이송희씨는 학교에 전학 갔을 때 개별화 교육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애와 비장애를 가로막는 선
이제는 지우려면

 

통합교육은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 교수는 장애 학생의 교육이 특수교사에게 맡겨진 채 장애와 비장애 간 경계가 뚜렷한 현행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교원 양성 과정의 특수교육 확대 유아기 통합교육 확대 교원 및 예산 확충 입시·성과 중심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교원 교육과정으로는 특수교육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기 어렵다. 교육대나 사범대는 특수교육학개론교과목 단 2학점 이수만을 졸업 요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수교육학이 비교적 신생 학문이라 부수적인 학문으로 여기지만 확대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과목이다“”고 말했다. 특수교육법 제8조에 따라 일반교사도 특수교육 연수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정책실장은 현재 이뤄지는 인식 교육 수준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교사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실무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 보니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특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일반교과교육에서 장애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배우는 방식으로 특수교육학 학습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 구분을 없애기 위해 유아기부터 통합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20228,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특수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아동이 일반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우리나라에 권고하기도 했다. A씨는 자녀가 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다녔다며 어린이집을 함께 다닌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친구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용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특수교원과 특수교육을 위한 예산도 법·제도를 토대로 확충해야 한다. 정 정책실장은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특수교육대상자 6명을 한 명의 특수교사가 관리하는 현행 인력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구분 없이 학생들을 통제·관리하기 바쁘다초등·중학교 특수학급의 법정 최대 수용 인원은 6명이지만, 9명까지 있는 과밀학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사 1인당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지난 2023년 기준 5.64명으로 2022년보다 0.29명 늘었다. 심지어 특수교사 선발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2023년에 전국 시도교육청이 선발한 유··중등 특수교사는 349명으로, 2022년에 선발한 894명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김 교수는 전반적인 교육 질 향상을 위해선 절대적인 교원 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입시·성과 중심 교육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 통합교육을 실현하기에 더욱 어려워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수학교 진학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특수학교에 다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비율은 초등학교 19.3%, 중학교 28.7%, 고등학교 31.5%. 이 교수는 입시 중심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진정한 통합교육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합교육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며 교육과정에서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본래 특수교사 역할은 장애 학생이 소속된 통합학급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 학생의 특수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 2018년 교육부에서 시범 운영한 정다운학교와 같은 제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정다운학교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해 장애 학생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학교다.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200개 이상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적·지체 장애가 있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김지영씨는 우리 자녀가 비장애 학생의 속도를 따라가진 못해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특수교사 모두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다. 모든 아이가 실질적인 개별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 교사, 지자체 모두의 협력이 절실하다.

 

 

글 이다겸 기자
socio_isgyeom@yonsei.ac.kr

그림 노태린 작가(노문·21)

 

* 특수교육대상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에 따라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등에 해당하는 사람 중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으로 진단·평가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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