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과 의과대생 휴학에 ‘골머리‘

지난 21,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아래 필수의료 정책)를 발표했다. 필수의료 정책에 따르면, 비수도권 의과대는 의과대 정원 증원과 더불어 지역인재 선발 비율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아래 원주세브란스)과 원주의과대는 필수의료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의 움직임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 원주세브란스 강원영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모습이다. 일부 임상 의사들은 필수 의료 공백을 막고자 병원에 남았다.
▶▶ 원주세브란스 강원영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모습이다. 일부 임상 의사들은 필수 의료 공백을 막고자 병원에 남았다.

 

전공의 대거 사직에
의료 공백 우려돼

 

보건복지부는 안정적인 의사 인력 수급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하고자 의과대 정원 증원 정책을 펼쳤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의 모든 의과대는 입학 정원을 각각 배분해 총 2천 명을 증원한다. 보건복지부는 2천 명 중 80%1600명가량을 비수도권 의과대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세브란스 전공의들은 의과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원주세브란스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행한 결과, 전공의 152명 중 14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원주의과대 A교수는 인원 파악 기준에 따라 남아있는 전공의 수가 다르게 집계될 수 있기에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다면서도 대다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은 의과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를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인원을 위한 교육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을 대폭 늘리면,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어려워 의료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세브란스 관계자 B씨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으로 근무해 왔다의과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의 질적 저하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병원을 비운 상태다 보니 의료공백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원주세브란스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남아있는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세브란스 내원객 C씨는 의료계 파업과 관련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인데, 원주세브란스에서 그 여파를 느끼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직한 전공의 140명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울 수는 없었다. 내원객 D씨는 손을 다쳐 원주세브란스에서 수술받으려 했으나 전공의가 부족해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집단 사직 이전이었다면 문제없이 수술받을 수 있던 부상임에도 수술을 받지 못해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세브란스는 원주에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중증 환자를 우선 진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증 응급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은 1시간이지만, 원주세브란스에서 가장 가까운 상급종합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92km 떨어진 약 1시간 12분 소요 거리에 있다. 원주시청 보건행정과 관계자 E씨는 원주세브란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중증 응급환자들은 1시간 이상의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B씨는 소수의 경증 환자는 불가피하게 지역의 의원급 혹은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보내거나 진료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진료를 일부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필수의료과는 업무 부담이 과중 될 우려가 있다. 타 과목에 비해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이 포함된 필수의료 과목은 전공의 지원율 자체가 낮다. 지난 2023127일에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 발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전체 과목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응급의학과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필수의료과는 인원이 적기에, 전공의가 조금이라도 떠나게 되면 남은 전공의나 전문의가 부담해야 할 업무가 더 많아지게 된다. 현재 원주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에서 신생아를 담당하는 한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어 혼자 업무를 부담하고 있다. A교수는 해당 전문의는 홀로 환자를 돌보느라 13일이 넘도록 퇴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업무 부담이 증가하면 필수의료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A교수는 전문의 중 교수들은 의과대 학생들의 집단 휴학 문제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 당직을 도맡고 있다수업 재개 후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수업과 진료를 병행해야 해 더욱 지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 정원 증원 정책을 펼쳤지만, 남은 전공의 및 전문의마저 떠나면 필수의료 분야가 제일 먼저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B씨 역시 남은 전공의와 교수들의 피로도가 나날이 누적되고 있다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 이후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원주세브란스는 의료체계의 붕괴를 대비하고자 의료 공백 TF’를 구성했다. B씨는 의료 공백 TF에서 매일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교수들이나 여러 의료 현장의 의견을 듣고 지원방안 마련 및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과대생들의 집단행동이
불러올 여파

 

지난 220, 39대 원주의과대 학생회 <Q.O.L.>은 성명을 통해 동맹휴학을 선언했다. 성명에 따르면, 신입생을 제외한 원주의과대 재학생 514명은 필수의료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하며, 단체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생들은 의과대 정원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필수의료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의 휴학계를 수리하지 않고, 의예과 2학년, 의학과 1·2학년의 개강일을 오는 41일로 연기했다. 이외에도 의학과 3·4학년의 임상실습은 잠정 중지됐다. 학생들이 휴학을 승인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에 나오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유급될 위험이 있다. 학생들은 원주의과대 의예과·의학과 성적 급락에 관한 내규에 따라 수업시수의 1/5 이상을 무단결석할 시 ‘F’ 평점을 부여받게 되며, ‘F’ 평점인 과목이 1, 2학기를 합산해 2개인 경우 유급된다.

학생들이 단체로 유급하게 되면, 두 학년 규모의 인원이 한 번에 수업을 들어야 해 교수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의학과 3, 4학년에게 진행하는 임상실습에는 큰 차질이 생긴다. 임상실습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기에 교수 한 명이 소수의 인원을 맡아 교육해야 하지만, 교수 수는 늘지 않은 상황에서 가르쳐야 할 인원만 2배로 늘기에 교수 한 명이 담당할 학생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A교수는 임상실습은 학생 한 명씩 꼼꼼히 가르쳐야 한다교수 한 명이 다수의 인원을 지도하게 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 교수를 늘릴 경우, 늘어난 교수의 수만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를 대상으로 병원 내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전문의 고용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립대에 대한 지원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원주의과대 관계자 F씨는 우리대학교는 교수 증원을 위해 정부에 여러 차례 재정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재정지원이 없다면 우리대학교는 교수 수를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지역인재전형 60% 확대,
득인가 실인가

 

정부는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오는 2025년부터 비수도권 의과대 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지역인재 비율이 높을수록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졸업생 수가 줄어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11, KMA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사의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유지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신 지역이 지방일 경우 지방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지방의과대를 졸업한 경우에도 수도권 대비 지방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2배 정도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원주세브란스 다수의 관계자는 해당 정책을 찬성했다. B씨는 지방의료 붕괴와 의사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신 지역의 학생을 출신지역의 의사로 양성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입시 합격생의 성적대가 하락하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강원지역은 타지역과 비교했을 때 대학수학능력시험(아래 수능) 성적이 특히 낮기 때문이다. 지난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평균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강원도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강원지역 대학 관계자 G씨는 지역인재전형을 소폭 늘리는 것은 찬성하나, 60%까지 대폭 늘리게 되면 입학생의 질적 수준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전했다. 이어 미래캠 역시 같은 입장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교는 아직 정확히 정해진 바가 없어 견해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 박지선 기자
bodo_pudding@yonsei.ac.kr

사진 육찬우 기자
bodo_trol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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