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최혜정 기자(국문/도공·20)
문화부 최혜정 기자(국문/도공·20)

 

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던 내가 종종 들어야 했던 말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에는 더 자주 들었다. 희망 학과에는 ‘국어국문학과’가,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 칸에는 ‘작가’가 적혀 있음에도 담임선생님은 물으셨다. 다른 학과는 생각해 본 적이 없냐고. 명쾌하게 답을 하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거창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학 작품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대답은 선생님을 설득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그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겠다고만 대답한 뒤 진학 상담실을 나왔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문학도를 꿈꾼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문과 진학을 말린 몇몇 어른들의 말이 실감 났다. 졸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취업하지 못했다거나 장난스레 ‘문송합니다*’라고 말하던 선배의 말이 곧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내가 졸업을 앞둔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23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인문계열 취업률은 59.9%로 대졸 전체 취업률을 크게 밑돌았다.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72.4%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각박한 현실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곤 한다. 나도 그랬다. 문학을 좋아하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옳아 보였다. 그렇게 문학 수업은 뒷전으로 한 채 공학계열 복수전공에 도전하기도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제야 ‘철’이 든 것 같았다. 적성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정답인 듯했다. 내게 대학교는 진리의 상아탑보다 취업 등용문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2년 동안 공학 수업과 문학 수업을 같이 들어보니 이제는 알겠다. 암만 문학의 경제적 가치가 몰락하는 시대라 한들, 문학 그 자체는 몰락할 수 없다. 애초에 문학의 본질은 실용적이지 않다. 문학의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학은 그저 어디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구름 하나가 적적하게 떠다니는 하늘, 햇빛을 받은 잎사귀들이 허공을 나뒹구는 모습, 흑심 가루가 묻어 거뭇해진 지우개까지. 문학은 무색무취의 일상에 잔잔한 바람을 일 뿐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인생을 유복하게 한다. 4학년이 돼서야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이유를 되찾았다.

정답을 정해 놓는 이 시대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0년대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당시의 인문학도들이 그랬고, 이젠 신조어라기보다 상투적 표현으로 ‘문송합니다’에 익숙해졌을 새내기들이 그럴 것이다. 물론 취업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대학생은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 졸업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학생 교육과 진리 탐구다. 현 상황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

학문을 공부하기에 앞서 그 학문의 경제적 가치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학문을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에 온 자들이 스스로를 의심하는 비극이 줄어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합니다’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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