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선발 확대해 전공간 장벽 허물어야

이동욱(경제/응통·22)
이동욱(경제/응통·22)

 

우리는 대학이 학문의 요람이라는 취지에 공감한다. 한편으로는 학벌이 노동시장에서의 신호로 전락한 현실에 슬퍼한다.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위 두 가지 문장에 깊게 관여돼 있다. 하나의 학문을 전공하며 우리는 알고자 하는 마음을 채우고, 동시에 취직에서의 강점을 갈고닦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대학이 5~25%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무전공 선발의 정당성은 직관적이다. 전공 단위 선발을 통해 입학한다면 원서를 쓰기 직전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공을 결정한다. 그러나 무전공 선발을 한다면 한 학년 정도를 다니며 기초 강의를 들은 후 전공을 결정한다. 후자의 경우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으며, 더 많은 정보는 더 좋은 선택을 이끌어 낸다. 전공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기틀이 되기도 하고, 사회에서 명함이 되기도 한다. 전공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무전공 선발의 장점은 드러난다.

인기 학과로의 편중은 무전공 선발의 단점이다. 그러나 ‘인기 학과’가 존재하고 그것의 정원이 한정적이라면, 인기 학과 정원이 부족한 만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학과에 소속되게 된다.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문을 전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발생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인기 학과는 사회적 맥락에서 결정되며, 주로 노동시장의 동향과 관련이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최적 수준으로 인기 학과 전공자가 생성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인기 학과 전공자가 부족해서 생기는 구인난과 비인기 학과 전공자가 맞이하는 구직난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 이유를 고려하면, 인기 학과로의 편중이 반드시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인기 학과로 인원이 편중되면, 인기가 적은 학과는 학생 수가 감소한다. 학업 여건은 학생 수에 비례하기에, 무전공 선발은 특정 학과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특정 학문 전공자에 대한 노동수요의 부족 때문이며, 시장경제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이 한계를 맞이한다면, 보이는 손이 등장해야 한다. 어떤 학문도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기에, 상업적 논리를 초월하는 정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무전공 선발의 정당성을 보전하기 위하여서는, 연구사업에 대한 보편적인 지원 정책이 정말로 필요하다.

대학은 여전히 진리의 전당이며 취업에서 자격이 되기도 한다. 진리는 자유롭게 추구돼야 하고, 자격은 고민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전공 선택을 보장하는 무전공 선발은 대학의 본질을 재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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