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최우등·우등 졸업 시상 기준 변화 위해 움직여

우리대학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최우등·우등 졸업상을 주는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57대 총학생회 <Yours>(아래 총학)는 졸업 포상 요건이 엄격하다며 요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상 요건 개선을 둘러싸고 학내 구성원들 간 찬반이 나뉘고 있다. 

 

최우등·우등 졸업
필요조건은?

 

최우등·우등 졸업 제도는 학교가 학생의 학업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연세대학교 학칙」 제64조에 따르면 학업이 우수하거나 선행이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 포상하고 있다. 또한 「우등생 표창에 관한 내규」 제2조는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품행이 단정한 학생 중에서 우등생을 표창한다고 명시한다. 교무처 학생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학업 성적 우수 학생을 표창함으로써 학생의 노력을 인정하고 더 많은 학생의 학업 의지를 높이는 것이 시상의 목적”이라 설명했다.

우리대학교 「우등생 표창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최우등 졸업상은 학업 성적이 평량평균 4.0/4.3 이상이면서, 단과대별 상위 1% 이내인 학생에게 수여된다. 우등 졸업상은 학업 성적이 평량평균 3.75/4.3 이상이면서, 단과대별 상위 3% 이내인 학생에게 수여된다. 당초입학생**이 아닌 편입생, 군위탁생****, 졸업예정자 복수전공생 및 재입학자, 학사경고자, 수강철회자, 징계자, 소속변경자, 학기초과자, 학사학위 수료자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우등 졸업 시상은 졸업생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이점이 있다.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최우등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이지현(사복·19)씨는 “최우등 졸업은 대학 생활 동안의 노력을 입증해 준다”며 “사회로 진출하기 전 졸업생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지현씨와 함께 단상에 오른 이준(GLC국제통상·20)씨는 “수천 명의 학생 중에 상위 1%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명예롭다”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타 대학에 비해 엄격한 시상 기준
“시상 기준 완화 필요해”


그러나 지난 2월 8~18일 총학이 우리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학업성취도 우수자 시상기준 개선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1명 중 232명(62.53%)이 현행 시상 기준에 불만을 표했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현 최우등·우등 졸업생 선발 기준에 대해 ▲소속변경자 제한 ▲수강철회자 제한 ▲편입생 제한 폐지를 주장했다. 건설환경공학과에서 전기전자공학부로 소속변경한 전준영(전전·18)씨는 “학과 사무실로부터 최우등 졸업상 시상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전해 들었지만 소속변경 이력 탓에 수상하지 못했다”며 “같은 캠퍼스 및 단과대 내에서 소속변경을 한 사람은 최우등 졸업 시상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씨는 “수강철회자를 수상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박한 잣대”라며 “엄격한 요건 때문에 상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우리대학교만 엄격한 선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전했다. 재학생 A씨 또한 “타 대학에서는 최우등·우등 졸업생 선발에서 철회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는 만큼 우리대학교의 기준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편입생 B씨는 “편입생을 향한 색안경을 극복하고 학위수여식 때 최우등 졸업생으로 단상에 오르고 싶었다”며 “편입생을 최우등 졸업 자격에서 제외하는 현 기준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는 ▲수강철회자(서울대, 중앙대) ▲소속변경자(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편입생(중앙대, 한양대)을 최우등·우등 졸업 대상에서 제한하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교 학업성취도 우수자 시상 성적 및 비율 기준이 타 대학에 비해 엄격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1명 중 156명(42.05%)이 시상 비율 조건 폐지를, 139명(37.47%)이 시상 비율 조건 완화를 희망했다. 총학은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서는 시상 비율을 제한하지 않고 있고, 우수자 시상을 위해 요구하는 학업 성적의 기준이 우리대학교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려대, 서울대, 한양대 등은 최우등·우등 졸업 시상 비율을 제한하지 않고, 성적 기준도 우리대학교보다 낮다. 서울대 학생지원과 박송이 주무관은 “지난 1972년에 제정된 서울대 「학생 포상에 관한 규정」에서 최우등·우등 성적 기준을 최우등급 3.9/4.3 이상, 우등급 3.6/4.3 이상으로 규정했다”며 “현재까지도 시상 비율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는 지난 2014학년도 2월부터 졸업생 성적 우수자 포상 대상을 확대했다. 중앙대 학사팀은 “2014학년도 2월 이전에는 대학 전체 수석과 학과 수석에게만 시상했지만, 규정을 개정하면서 평량평균 4.2/4.5 이상의 모든 학생에게는 최우등상, 4.0/4.5 이상에게는 우등상, 3.8/4.5 이상에게는 우수상을 시상하고 있다”며 “시상 비율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최우등·우등 졸업 내역이 졸업 후 진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씨는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라며 “최우등 졸업상은 대학원 지원 시 굉장한 이력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원 입학 상담 업체 ‘리더스유학’ 김진희 대표는 “최근 여러 미국 대학원이 대학원 입학시험 점수를 선택 사항으로 변경하면서 학부 학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우수한 학점과 더불어 학사 최우등 또는 우등 졸업 내역은 지원자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줄 수 있어 해외 대학원 진학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비교, 가치 저하 우려
“시상 기준 변화 필요 없어”

 

학사지원팀은 우리대학교 최우등·우등 졸업 시상 기준에 대해 학교마다 학사 제도가 다르고, 구성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성됐기에 시상 기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팀장은 “학교마다 성적 평가 비율, 수강철회 제도 유무 등 학사제도가 다르다”며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의 여러 요건 중 1~2가지만 골라 타 대학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만 선택하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도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학사지원팀은 현 수상 요건이 학내외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학기초과자는 표준 수학 기간에 학사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이라며 “이들을 타의 모범이 되는 시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3학기 이상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한 소속변경생과 일반 학생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면서 “소속변경생은 졸업우등생 대신 학기별 우등생 및 우수생으로 선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등·우등 졸업 시상 요건을 개정하면 상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재학생 C씨는 “최우등 졸업상은 상위 1%의 학생만이 수상하기에 더욱 가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수상 비율을 제한하지 않으면 30% 이상의 학생이 최우등·우등 졸업상을 받을 수도 있다”며 “수상 비율 제한 없이 학점만으로 최우등·우등 졸업상을 시상하게 되면 표창의 본질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공시 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2학년도 우리대학교 졸업생 중 42.83%(4천30명 중 1천726명)의 학생이 평량평균 3.8/4.3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수상 요건이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C씨는 “최우등 졸업상을 받기 위해 단 한 번도 수강철회를 하지 않았다”며 “수상 요건이 바뀌어 수강철회자가 수상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서울대는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 요건을 바꾸기 위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박 주무관은 “수상 요건이 변하면 불만을 표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며 “시상 비율을 제한하는 개편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논의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 내역이 대학원 진학 및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 우리대학교 대학원 부원장 송현주 교수(문과대·심리)는 “최우등·우등 졸업상은 학생의 성실성과 자기 관리 능력을 나타낸다”면서도 “대학원 입시에는 성실성과 자기 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 능력 등도 고려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취업 관계자들도 채용 시 최우등·우등 졸업 내역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 D씨는 “다수의 금융 기업은 학적부, 출신 대학, 거주지 등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택하는 기업들은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D현대로보틱스 인사팀 윤은석씨도 “기업에서 공식적으로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 내역을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김운형 대표는 “학점이 탁월한 경우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업과 직무에 따라선 자격증, 인턴 경험 등 요소가 더 중요하다”며 “최우등·우등 졸업 수상 실적이 전체적인 평가에서 절대적 영향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글 김준재 기자
bodo_suzy@yonsei.ac.kr
도유경 기자
bodo_snowman@yonsei.ac.kr

그림 노태린 작가(노문·21)

<자료제공 57대 총학생회 <Yours>>

 

* 당초입학생: 입학한 이후에 학적이 한 번도 변동되지 않은 학생
** 군위탁생: 군대의 지원금으로 대학교나 연구 기관에서 수학하는 학생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