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는 공터 개발 계획, 관리마저 미흡해

국제캠 서문의 ‘Yonsei University’ 로고 양옆에는 약 2만㎡의 공터가 있다.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방치된 공터에 학생과 인근 주민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9억 원 주고 매입한 공터,
대학교회, 선교센터, 한국어학당 부지였다?

 

지난 2006년 1월, 우리대학교는 인천시와 ‘1차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조성 협약’을 맺고 인천 송도 7공구 92만㎡ 부지를 조성원가인 3.3㎡(평)당 50만 원에 매입했다. 이 중 약 1만 3천㎡에 이르는 A 부지는 약 19억 원, 약 7천㎡에 이르는 B 부지는 약 10억 원의 가치로 매입됐다.

협약 당시 수립된 국제캠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A 부지에는 대학교회 및 선교센터가, B 부지에는 한국어학당이 설립될 예정이었다. 국제캠 개발을 주관하는 ‘YSP*추진본부’ 관계자는 “당시 A 부지에는 기독교 대학인 우리대학교의 특성을 반영해 대학교회 및 선교센터 건립이 논의됐다”며 “B 부지에는 국제화 도시인 송도의 특성을 고려해 한국어학당 건립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 B 부지는 캠퍼스타운역 및 주거시설과 인접해 송도 주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위치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수립된 마스터플랜의 A, B 부지 개발 계획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2024년 국제캠 조감도에는 A 부지에 대학교회 및 선교센터가, B 부지에 한국어학당이 들어서는 것으로 그려졌다. YSP추진본부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에 대한 구체적인 변경 계획은 없다”며 “YSP추진본부의 집행부에서 원안을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 지연되는 A, B 부지에 대해 학생과 인근 주민은 학교의 토지 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캠 인근 주민 김모씨(가명)는 “넓은 공터를 보니 학교의 토지가 무의미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재학생 박모씨(가명)는 “신촌캠과 국제캠의 자치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공터를 내버려두는 것은 공간 낭비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예준(응통·20)씨는 “공터 주변에는 자유관B, 지혜관A 등 여러 건물이 들어섰다”며 “왜 이 공터만 개발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지난 2월 촬영한 A 부지의 모습. 곳곳에 물이 고였다.
▶▶ 지난 2월 촬영한 A 부지의 모습. 곳곳에 물이 고였다.

 

방치된 공터
“텅 빈 외관, 안전도 우려돼”

 

방치된 공터는 학교의 외관을 해친다. 국제캠 인근 주민 최모씨(가명)는 “지난 18년 동안 A, B 부지는 늘 황폐한 모습이었다”며 “지난 2023년 여름에는 공터의 잡초가 무릎 높이까지 자라 흉물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오면 공터가 진흙탕으로 변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며 “학교의 출입구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는 “공터 주변을 걸으면 불쾌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B 부지는 A 부지에 비해 관리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2월 기자가 국제캠에 방문했을 때, B 부지에는 공사 자재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잡초는 1m보다 높게 자라 있었다. 박모씨는 “공터에 쓰레기가 종종 버려져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캠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은 A, B 부지를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캠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 관계자는 “매년 4월에서 10월 사이에 제초 작업을 총 3회 실시한다”며 “아직 학생 및 인근 주민으로부터 관리에 대한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B 부지의 벌초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1년간 B 부지 옆에 위치한 송원초에서 증축 공사를 진행해 관리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공사가 끝나 B 부지의 제초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 밝혔다.

공터에는 조명이 설치되지 않아 안전사고 및 범죄 노출의 우려도 있다. 국제캠 인근 주민은 “밤이 되면 공터 주변이 깜깜해져 무섭다”며 “공터 주변을 멀찍이 둘러 큰길로만 이동한다”고 전했다.

국제캠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과 경비업체는 CCTV를 설치하고 주변을 순찰하며 부지 인근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시설지원팀 관계자는 “A 부지와 B 부지에 야간 촬영 기능이 탑재된 CCTV를 각각 2대씩 설치해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비 외주업체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A, B 부지를 포함한 캠퍼스 전체를 순찰한다”며 “쓰레기 무단 투기범을 적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지난 2월 촬영한 B 부지의 모습. 잡초가 무성히 자랐고, 곳곳에 쓰레기가 보인다.
▶▶ 지난 2월 촬영한 B 부지의 모습. 잡초가 무성히 자랐고, 곳곳에 쓰레기가 보인다.

 

국제캠 곳곳에 방치된 공터들,
어떻게 개발되나?

 

국제캠에는 A, B 부지 이외에도 미개발된 부지가 많다. 국제캠 총 부지 약 75만㎡ 중 개발된 부지는 약 36만㎡에 불과하고, 약 39만㎡은 공터로 남아 있다. 만일 특정 부지의 개발이 지연되면, 우리대학교에 세금이 부과된다. 일례로 ‘국제캠 2단계 조성사업 협약’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송도세브란스병원을 완공하지 못할 시, 우리대학교는 매년 20억 원의 지연손해금을 인천시에 지불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우리대학교는 YSP추진본부를 설립해 ‘국제캠 2단계 조성사업’을 가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천시와 ‘국제캠 2단계 조성사업 협약’을 맺어 YSP 조성에 착수했다. 현재 ▲송도세브란스병원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 ▲양자컴퓨터클러스터 구축공사가 진행 중이며, ▲YSP기숙사 ▲데이터사이언스센터 ▲융합연구동 등의 설계도 진행되고 있다. 

YSP추진본부는 국제캠 공터 활용 및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자 YSP 부지에 정부 및 지자체의 여러 사업을 유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사업 ▲대학 내 산학연협력단지사업 ▲K-NIBRT 사업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 ▲글로벌바이오캠퍼스 등의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관련기사 1908호 3면 ‘우리대학교, ’K-바이오 랩허브‘ 구축기관 되다’> YSP추진본부 관계자는 “대학, 연구소, 기업, 병원이 협력해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해당 성과를 다시 교육·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첨단분야 육성, 연구 지원, 산학협력을 통해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설명했다.


YSP 추진본부 관계자는 “국제캠은 성경의 ‘가나안’ 땅과 같다”며 “국제캠 개발은 새로운 연세 시대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안’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체계적인 계획과 집행이 필요하다. 

 

 

글·사진 김준재 기자
bodo_suzy@yonsei.ac.kr

<사진제공 YSP추진본부>

 

* YSP: Yonsei Science Park, 학(學)·연(硏)·산(産)·병(病) 클러스터로 구축될 국제캠 2단계 조성사업의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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