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 지원사, 열악한 처우 이젠 개선돼야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혼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돕는다.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장애인의 이동이나 목욕부터 학습 보조, 가사 일까지 일상 전반에 걸친 도움을 준다.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일이면 뭐든 도와주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는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실시한 사회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 만족도 92.8점을 받아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는 장애인 삶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장애인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이들은 고된 노동과 저임금, 고용 불안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쉽지 않은 노동에도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다. 표준화된 업무 지침 없이 장애인 이용자의 요구에 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시·청각 장애를 가진 경우 이동만 도우면 되지만, 와상 장애*를 가진 경우 체위 변경부터 신변 처리**까지 맡아야 한다. 연세대 사회연구소 정병은 연구원은 장애 유형이 15개로 다양한 만큼,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각기 다르다고 말했다. 2년 차 장애인 활동 지원사 김미영(62·가명)씨는 40대 여성 발달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지금은 이용자의 이동과 식사를 돕지만, 과거 와상장애인을 돌볼 때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 이용자의 체위를 변경하고 머리를 감겨줬다. 김씨는 "160kg가 넘는 이용자를 혼자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뇌병변 장애를 가진 학생을 돌보기도 했다장애인 이용자가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돌발 상황도 많다. 김씨는 이용자가 지나가는 사람을 툭 치거나 꼬집는 경우가 있다근무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져야 하니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하다 다쳐도 치료는 본인의 몫이다. 조 교수는 장애인 활동 지원사들이 업무 중 다쳐도 산재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고 보상받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16.2%가 업무 중 사고로 다친 경험이 있었지만, 이 중 15.1%만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68.6%는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쉴 수 없다. 현실적으로 유급 병가를 보장받기 어렵다 보니 휴일은 곧 임금 감소로 이어진다. 정 연구원은 유급 병가는 근로자의 권리라며 아프면 누구나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 지난 2022년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실시한 장애인활동 지원사 노동실태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과 중 쉰 적이 없다고 응답한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전체 81.6%에 달했다. 김씨는 잠깐만 눈을 떼도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근무 중 장애인을 두고 휴식을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낮을 수밖에 없는 임금
신음하는 활동 지원사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노동 강도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 이들의 평균 시급은 약 1만 2천 원이다. 예명대학원대 사회복지학과 임해영 교수는 주휴 수당까지 포함해야 1만 2천 원이 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최저 시급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문제는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의 복잡한 운영 구조와 관련이 있다.

장애인 이용자는 정부로부터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를 바우처 카드 형태로 지급받는다. 이용자는 장애인 활동 지원 제공기관***(아래 제공기관)을 통해 장애인 활동 지원사를 배정받고, 바우처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제공기관은 이용자에게 받은 활동 지원 급여를 기관 운영비와 활동 지원사 인건비로 나눠 사용한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안내’(아래 사업안내)에 따르면 제공기관은 활동 지원 급여의 75% 이상을 인건비로 책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일 뿐 강제성이 없어 제공기관이 더 적은 비율로 인건비를 책정하더라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

2024년 정부가 정한 활동 지원 급여는 1만 6천150원이다. 권고대로라면 이 중 75%인 1만 2천113원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시급이어야 한다. 그러나 제공기관이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적게 책정하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시급은 줄어든다. 사실상 제공기관이 활동 지원사의 임금을 결정 권한을 갖는 구조다.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 지원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제공기관이 맡다 보니, 불만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연결 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로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 시간제 노동자이기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근로계약서에 근무 요일과 시간을 명시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인 시간과 요일을 명시하지 않는다. 장애인 이용자가 유연하게 서비스 이용을 위해 도입된 방식이 장애인 활동 지원사에게 소득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개인 사정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사를 부르지 않으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든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적은 수입마저도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해한다. 이용자 요구에 따라 쉽게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문도 모른 채 해고된 적이 있다정당한 이유가 없이 해고당해도 구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안내에 따르면 이용자가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교체를 원할 경우, 최소 14일 이전에 요청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해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이용자나 그 가족의 부당한 요구에도 무방비로 노출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48.2%는 부당 대우에도 참고 지낸다고 응답했다. 김씨는 한번은 이용자 가족으로부터 집을 치우라는 요구를 받았다내 관할 업무는 아니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부 이용자 가족이 활동 지원사를 가사 노동자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안전하고 당당하게 일하려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처우가 개선되려면 근본적으로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수준의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활동 지원 급여 분리 지급 장애 유형별 수가 차등화 확대 경력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는 제공기관이 이용자에게 받은 활동 지원 급여 일부를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인건비로 지급한다. 정 연구원은 장애인 활동 지원제도가 민간 제공기관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인건비를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에 따른 수가 차등 폭도 확대돼야 한다. 현재는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일이나 와상장애인의 신변 처리를 돕는 일 사이에 임금 차가 크지 않다.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 활동 지원사에게 지급되는 가산 수당은 3천 원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현재 가산 수당은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고된 노동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는 금액이라며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에 따른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 정 연구원은 경력에 따라 전문성이 쌓이는 만큼 이를 인정하고 보상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임 교수는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무급으로 장애인을 보살폈다 보니 장애인 활동 지원사를 필수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하다사회가 변한 만큼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자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누구든 이론 교육 40시간과 실습 교육 10시간만 이수하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사람들이 장애인 활동 지원사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다 보니 경시하는 것이라며 직업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었지만,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이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 ‘일상생활 전반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약 40만 명이었지만,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약 11만 명으로 장애인 돌봄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수다. 전문적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처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글 이지웅 기자
socio_oong@yonsei.ac.kr

그림 노태린 작가(노문·21)

 

* 와상 장애: 24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하는 중증 장애
** 신변 처리: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는 일을 포함한 일상생활 전반에 필요한 행위
*** 장애인 활동 지원 제공기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지역자활센터 등 장애인 활동 지원사를 고용해 장애인 이용자에게 파견하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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