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성’ 확보 필요해

지난 2022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은 초유의 천연가스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19.9/kWh(센트유로/킬로와트아워,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단위), 13.4/kWh, 11.0/kWh였다. 202010월 대비 각각 3.3, 2.1, 2.6배 상승한 수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석유·석탄·천연가스의 총수입액은 약 230조 원으로 전년 대비 72.7% 증가했다. 이로 인해 약 61조 원의 무역 적자와 함께 에너지 위기가 도래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에너지 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났을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기획실장이자 기후정의동맹집행위원을 겸하고 있는 구준모씨에게 우리나라의 에너지 위기를 물어봤다.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구준모 기획실장은 에너지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구준모 기획실장은 에너지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잇따른 에너지 위기,
정의로운 전환필요해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지난 2005, 에너지 산업 관련 기업의 노동조합과 환경운동단체, 진보정당 등 10개의 단체가 함께 만든 연대체다. 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 사업과 연대운동을 진행한다. 기후정의동맹은 2022년 출범한 80여 개 단체의 연대체로 기후정의운동을 추동하고 있다. 구씨는 집회, 토론회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어떤 상황을 에너지 위기라 말하는가.

A.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이 폭등하면 에너지 위기라고 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지난 2022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시점이다. 당시 EU는 천연가스 공급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고, 전쟁이 일어나자 대러 제재를 위해 고육책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주요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폭등했고, 이때부터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Q. 전쟁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에너지 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A. 아니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전쟁과 상관없이 에너지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기상 이변으로 인한 풍력 감소 잠재적 분쟁지역에 노출된 PNG* 민간 기업 중심의 에너지 시장 재편 등을 꼽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억제됐던 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에너지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은 안정적인 상황인가.

A. 불안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력 산업은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서 전기 가격이 변동되는 구조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 상황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직격타를 맞을 것이다.

 

Q.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에너지 시장 개혁이 필수 불가결해 보인다. 어떻게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가.

A. 일반적으로 에너지 전환이라 하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뜻하는 에너지원의 전환을 떠올린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전환뿐 아니라 산업구조 및 체제의 전환과 이를 위한 민주적인 절차 마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정의로운 전환이라 한다. ‘정의로운 전환과정에는 지역사회와 노동자가 핵심 주체 중 하나로 존재한다. 예컨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인근 시민의 생존권이 침해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Q. ‘정의로운 전환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에너지 공공성을 확보해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에너지 없이 우리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에너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민간 시장에서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롭게 거래되면 에너지 위기는 되레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논리 하에서 환경 파괴를 저지하고자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화석연료 소비량은 감소하지 않았다. 지난 2022년엔 오히려 화석연료 소비량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2%를 차지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인근 시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에너지 위기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불안정한 구조의
한국 에너지 시장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발전-송전-배전-판매부문으로 나뉜다. 발전 부문에는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 자회사 6개와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3대 민간 발전사 등이 진출해 있다. 발전 단계에서만 부분적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구조다. 나머지 과정은 한전이 운영·관리하고 있다.

한전은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국내 물가 안정과 여론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재무 상황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 2023년 한전의 부채 규모는 2056790억 원으로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부채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자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Q.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A.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 에너지 위기가 일어났을 때 유럽은 에너지 요금이 2~3배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2년 동안 1.5배 정도만 올랐다. 그 부담이 한전의 부채로 이어졌다. 정부가 오롯이 한전에 책임을 떠안겼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소유·운영하는 대기업 민간 발전사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수입 방식을 유동적으로 바꾸며 많은 이윤을 얻었다. 지난 20223대 민간 발전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약 23천억 원으로 2020년 대비 4배 정도로 증가했다. 전력 비용이 한쪽에만 전가되는 불안정한 구조라고 본다.

 

Q.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시장 개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A. 전력 도매가격에 따라 전기요금 조정은 당연히 수반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요금 인상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서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기는 대체재가 없다. 전기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전력시장 위기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단순히 전기요금 인상 여부만을 이분법적으로 논하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다.

 

Q.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산업구조는 괜찮나.

A. 재생에너지 산업의 절대적인 규모는 늘고 있을지 몰라도, 생산량이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지난 2022년 한전이 집계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약 25.1GWh(기가와트아워, 전기량을 측정하는 단위). 충남대 전기공학과 김승완 교수가 추정한 ‘2050년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목표치650GWh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25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민간사업자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650GWh 목표를 공적 투입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 달성하기는 목표 규모가 너무 크다. 또한 우리나라는 태양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갈등이 수반된다. 공공 개발 활성화를 통한 산업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Q.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 산업구조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가.

A. 기존 한전 중심의 에너지 발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공공 재생에너지 관련 기본법 제정 등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법 제정을 제안하고 공공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여러 시민사회, 노동조합, 정당 등에 확산해야 한다.

 

다가오는 22대 총선,
에너지 개혁기대해도 될까

 

이번 총선에서 기후 위기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20231222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정치적 견해가 다른 후보나 정당이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60%를 넘었다. 기후 문제에 대해 1만 명 이상 대규모 조사를 진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 위기 대응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거대 양당에서 먼저 기후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와 더불어 에너지 의제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Q. 기후 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에너지 개혁에 대한 관심도 증대하는 듯 보인다.

A. 기후에 대한 논의는 활발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거대 양당은 에너지 공공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다. 현재는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 소수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노동 사회 문제 해결등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거대 양당까지 확대되면 좋겠다.

 

Q.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A.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소비가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오는 2050년의 전력 수요는 현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리라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전력 소비 모두 세계 7위인 에너지 소비 국가다.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려는 제도 또한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를 비롯한 기후 위기는 환경의 영역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기후 문제가 정치·경제 의제와 연결되고 시민들의 삶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할 때 한국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에 미국에서 대두된 그린뉴딜***은 미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치 프로젝트로 성격이 확대됐다. 기후 정책을 따로 구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정책과 결합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는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산업 기반이자, 우리 삶의 필수 요소다. 구씨는 에너지 산업은 경쟁을 한다고 효율이 극대화되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에너지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이고 평등한 에너지 공급 방법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글 · 사진 이다겸 기자
 socio_isgyeom@yonsei.ac.kr

 

* PNG: Pipe Natural Gas.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방식을 말한다.
** 기후정치바람: 환경단체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 위기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만든 단체다.
*** 그린뉴딜: 기후 위기를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해결하고자 제시한 정책과 법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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