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사이트의 운영 구조와 문제점을 살펴보다

웹툰 사이트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3 웹툰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불법 웹툰 시장의 규모는 7천215억 원이었다. 2023네이버웹툰은 불법 사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불법 사이트 150개를 적발했다. 그럼에도 불법 사이트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2023카카오엔터의 조사에 따르면 모 불법 사이트에서 게시된 한국 만화 수는 7천 개에 달했다. 조선대 법학과 이원상 교수는 "불법 웹툰 시장은 더 커지고 있고 추정한 규모보다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공식 플랫폼 같은
불법 사이트

 

박지연(21)씨는 불법 사이트를 이용해 본 경험을 토로했다. 박씨는 "불법 사이트에서는 유료 웹툰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사용하게 됐다" 며 "공식 플랫폼에서는 무료로 공개되지 않은 웹툰 회차를 결제해야만 볼 수 있지만, 불법 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는 '쉽게 검색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규모를 키워 왔다. 기자가 모 포털 사이트에 '무료 웹툰 다시 보기'를 검색해 본 결과, 60개 중 24개의 게시물이 불법 사이트와 직접 연결되거나 사이트 주소를 안내하고 있었다. 불법 사이트 게시물이 검색 결과 창 최상단을 차지했고, 검색 결과 중 공식 플랫폼은 6개에 불과했다.

지인들끼리 SNS를 통해 불법 사이트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제우(24)씨는 "친구가 불법 사이트 주소를 소개해 줬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웹툰을 돈 내고 보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거나 SNS 계정을 이용해 홍보한다"며 "불법 사이트가 인터넷에서 너무 쉽게 퍼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불법 사이트는 합법인 공식 플랫폼 못지않게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사이트가 커질수록 홍보를 담당하는 '총판'을 두고 운영하기도 하고, 규모에 따라 하청 총판을 고용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1910호 11면 사설토토 전성시대: 불법과의 전쟁> 불법 사이트와 불법 도박·성인물 사이트를 연계하는 홍보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대학교 이일호 연구교수(법학연구원·저작재산권법)는 불법 사이트는 화면에 표시되는 배너나 팝업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도하고, 불법 도박 사이트와 일정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했다. 유료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는 불법 사이트의 수익은 전적으로 광고를 통해 창출된다. 서 회장은 결국 불법 사이트에서 웹툰은 광고 노출 빈도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미끼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웹툰으로
웹툰 생태계는 파괴 직전

 

불법 사이트는 공식 플랫폼과 웹툰 작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불법 웹툰 유통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8천427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웹툰 산업 규모의 53.8%에 달하는 규모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 플랫폼은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가는 불법 사이트로 인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심영섭 교수는 규모가 작은 중소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단속하기 어렵다정부 단속에 의존하거나 불법으로 공유되는 문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 역시 불법 사이트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는 중소 공식 플랫폼도 있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도 직결된다. 지난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 54.6%가 저작권 침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저작권 침해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99.8%가 불법 웹툰 사이트 게재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불법 사이트의 저작권 침해로 인해 작가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2022년 웹툰 작가의 연간 총수입은 1억 870만 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8천540만 원으로 감소했다. 불법 사이트 피해를 경험한 웹툰 작가 YD씨는 불법 사이트에 게재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비교했을 때 수익이 7배 이상 차이가 난다불법 사이트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피해를 본 작가들이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형사소송법제134조에 따르면 범죄피해재산은 피해자에게 환부*해야 하지만, 저작권법위반은 환부 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을 받기 위해 불법 웹툰 운영자에게 개인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해도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심 교수는 민사 소송은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증명 책임도 작가 본인에게 있어 소송 과정이 더 힘들다고 했다. 만약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송 과정 중 운영자가 구속되기도 하고 범죄피해재산이 이미 국가에 돌아간 경우, 이를 되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원상 교수는 현재로서는 피해를 본 작가가 손해배상을 받을 뚜렷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YD씨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있지만 보상받지 못했고, 소송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온전히 감당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가 플랫폼과 작가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웹툰 생태계 전체의 질적 저하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 회장은 작가들이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등단하는 것조차 꺼린다신인 작가 발굴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웹툰 생태계 전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 사이트로 인해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불법 사이트는 회원가입 등의 절차가 없어 성인 웹툰에 대한 접근이 자유롭다. 그렇기에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실제 6개의 불법 사이트에 접속한 결과, 모든 사이트에서 별도의 연령 인증 없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웹툰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박씨 역시 고등학생 때 연령 제한이 있는 웹툰을 보고 싶어 접속한 적도 있다인증 절차가 따로 없으니 접근하기가 더 쉬웠다고 말했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자 상단에 불법 도박·성인물 사이트로 유도하는 광고가 걸려 있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자 상단에 불법 도박·성인물 사이트로 유도하는 광고가 걸려 있다.

 

불법 사이트,
뿌리 뽑기 위해서는

 

불법 사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자 범위·형량 재논의 해외 공조 활성화 통합된 단속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부 작가들은 불법 웹툰 이용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YD씨는 불법 독자 중 일부는 적발되지 않거나 처벌받지 않으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불법 독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자를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 회장은 정부가 모든 이용자를 단속하기 위한 인력을 운영하기는 힘들다단속을 위해 개개인의 사이트 방문 기록을 조회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제30조는 사적 이용을 위해 비영리 목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원상 교수는 현행법은 개인이 불법 콘텐츠를 단순히 시청하는 행위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지금으로서는 불법 콘텐츠 이용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 개인이 영리목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용자 처벌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처벌강화가 최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저작권법에 따라 불법 사이트 운영자는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서 회장은 현재는 운영자가 적발돼도 몇백만 원의 벌금 수준에 불과하다사이트 운영 수익이 벌금보다 훨씬 때문에 불법 사이트를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공조 수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처벌이 어려운 탓에서다.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하고자 저작권에 둔감하거나 이를 묵인하는 국가에 서버를 두기도 한다. 이원상 교수는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이용자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단속이나 수사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원상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의 해외 정부와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법 사이트의 단속 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망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규제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위)에 있다. 하지만 심사 과정이 너무 길고 신고가 없으면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심사 후 사이트 차단까지 길면 1년에서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심사 기관이 분산된 것도 문제다. 지난 2017년 웹툰 규제를 위해 방통위와 한국만화가협회가 연합한 '웹툰 자율심의기구'가 출범했지만,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권한은 없다. 심 교수는 신고가 접수되면 업무를 웹툰 자율심의기구에 이관하지만, 차단 권한이 없어 다시 방통위의 심사를 거칠 수밖에 없다통합할 수 있는 하나의 행정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처벌 혹은 제재의 논의를 넘어 이용자들의 저작권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책만으로는 빠르게 복제되고 생겨나는 불법 사이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은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용자가 없으면 제공하는 사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한다. 서 회장은 영화 상영 광고나 옥외 광고를 활용해 일반 대중들이 볼 수 있는 캠페인을 제작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일반 대중이 저작권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불법 사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한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를 접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웹툰 생태계도 위협한다. 서 회장은 불법 웹툰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웹툰이 좋아서 보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들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웹툰 산업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도 불법 사이트는 웹툰 작가와 웹툰 생태계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다.

 
 
 
· 사진 오혜연 기자
socio_quokka@yonsei.ac.kr
그림 노태린 작가(노문·21)

 

* 환부: 범죄를 통해 가해자가 얻은 범죄 수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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