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상상력 대표 김진겸씨를 만나다

공룡은 우리 사회에서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의 완구부터 어른들의 피규어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흔히 공룡 모형을 접하곤 한다. 그런데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 모형은 어디서 만드는 것일까? 공룡 전문 문화콘텐츠 제작업체 비타민상상력 김진겸 대표를 만나봤다.

 

▶▶ 트리케라톱스 1:10 척도 복원 모형을 든 김진겸 대표
▶▶ 트리케라톱스 1:10 척도 복원 모형을 든 김진겸 대표

 

공룡 좋아하던 어린이
3D 모델링으로 공룡을 되살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3D
팔레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비타민상상력 대표 김진겸이다. 여기서 팔레오 아티스트란 고생물을 고증에 입각해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를 의미한다. 특히 3D 모델링으로 책, 모형, 전시물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Q. 공룡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계기는?
A.
초등학교 2학년 때 공룡 책을 직접 만든 적이 있다. 기존 출판서의 그림과 설명을 오려 붙이고, 틀린 설명을 고쳐보며 꿈을 키워왔다. 예컨대 람포린쿠스의 크기에 대한 설명이 잘못된 것을 보고,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게 됐고, 이때 공룡을 사업소재로 삼을 계획을 갖게 됐다. 창업 이후에는 고증에 부합하지 않는 공룡 관련 콘텐츠를 직접 보완하고 싶었다. 특히 어린이용 저가상품이나, 쥬라기공원등에서 느낀 아쉬움을 직접 보완하고자 3D 모델링을 활용해 직접 책과 피규어를 만들게 됐다.

 

Q. 공룡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유년 시절 유명한 책 공룡의 발자취를 보고 공룡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지금 존재하는 동물보다 훨씬 크고 강한 동물이 있었다는 사실은 유년기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초등학생 시절 영화 쥬라기공원을 접하면서 피규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Q. 공룡의 어떤 면이 매력적이라고 보나.
A.
좋아하는 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실제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고증을 통해 공룡의 실제 모습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공룡은 이미 멸종한 동물이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복원된 모습도 달라진다. 과거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복원도가 꼬리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변하고, 최근에는 입술이 있는 것으로 변한 것이 대표적이다.

 

Q. 공룡을 다루는 매체에서 과학적 고증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도 많을 텐데.
A.
그렇다. 공룡 영화의 대표 격인 쥬라기공원은 전반적으로 고증 오류가 많다. 영화 속 벨로키랍토르는 털이 하나도 없는 거대 도마뱀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작고, 온몸이 깃털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는 단순 추측이 아니라 앞발에 거대한 깃털이 박혀 있는 화석이 발견된 것에 근거한다. 스피노사우루스 역시 골격이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그 복원도가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쥬라기공원에서 고고학적 발굴과 고증이 충분하지 않은 채 스피노사우루스를 연출한 바람에 지금도 잘못 복원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남아있다.

 

Q. 대중매체에서 과학적 고증이 잘못되면, 대중은 자연스레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 텐데.
A.
매체에서 과학적 고증과 다른 모습으로 공룡을 보여주면, 대중은 잘못된 인식을 갖기 마련이다. 이는 금세 바로잡기 어렵다. 이 역시 쥬라기공원의 사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는 같은 장소에서 나타나지만, 사실 이들은 서식지부터 각각 북미와 몽골로 달랐다. 그러나 이 영화에 영향을 받은 다른 매체에서 두 공룡을 같은 시대, 같은 서식지에 살고 있던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고증을 중시하지 않는 전시 업체에서 잘못된 대중의 인식을 반영해 전시 모형을 만들면, 이는 공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재생산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오류는 공룡에 대한 문화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공룡에 대한 사랑과 열정,
비타민상상력의 이야기

 

Q. 비타민상상력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국가기관, 박물관, 과학관 등 정부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하며, 주로 3D 모델링이나 이를 출력한 모형을 납품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층의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복원 모형과 3D 영상물을 납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오히려 공룡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은 책이 모형보다 인기 있다. 이는 여전히 공룡이 우리 사회에서 일정 수준 아동을 위한 콘텐츠로 소비되는 데서 기인한다.

 

▶▶ 대구과학관에 납품된 리트로낙스 모형
▶▶ 대구과학관에 납품된 리트로낙스 모형

 

Q. 3D 모델링 과정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A.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른 고증을 철저히 반영하려 한다. 이를 위해 학계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직접 공부하고, 작업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모델링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기는 하나, 공룡에 대한 최신 학설을 반영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Q. 비타민상상력 이전에는 한국에 공룡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없었나.
A.
기성 전시업체에서 공룡 모형을 만들기는 했지만, 비타민상상력은 고증에 입각한 조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새 시장을 개척했다고 본다. 애초에 우리나라에는 공룡 피규어 제작사가 없었고, 단지 전시업체에서 영화 디자인을 베껴 쓰는 수준에 그친 것이 전부였다.

 

Q. 전문 분야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지는 않은가.
A.
고증된 고생물 모형을 만드는 비타민상상력은 기성 전시업체에 비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제한적이다. 기성 업체와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성 전시업체는 공룡에 대해 철저히 고증하지 않을뿐더러, 각종 전시장에서 공룡 외 다양한 모형도 납품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동료들이 고생물 외 다른 모형도 만들 것을 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생물에 대한 지조를 지키려 한다.

 

Q. 공룡에 집중하는 이유는?
A.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국내 박물관 중 상당수는 영화 다이노소어속 카르노타우루스,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 디자인을 베낀 모형을 설치해 뒀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 박물관에 방문할 필요가 없다. 한국 박물관만의 차별점이 없으니, 영화 제작사의 테마파크에 방문하는 편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자기 제품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없다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공룡 고증에 대한 전문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Q. 고증을 중시하는 만큼, 학술적인 목적의 모형제작을 의뢰받는 일도 있을 것 같다.
A.
워낙 박물관에 납품한 것이 많다. 지난 2017년 화성시에서 의뢰받아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골격 모형을 제작한 적이 있다. 2019년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로부터 의뢰받아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 모형을 제작한 바 있다. 특히 우리가 제작한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 그림은 학술지 네이처에 삽화로 수록되기도 했다.

 

▶▶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전시된 데이노케이루스 골격
▶▶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전시된 데이노케이루스 골격

 

Q. 비타민상상력의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A.
우리나라의 많은 박물관에 제대로 고증된 모형이 전시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단순히 해외 콘텐츠를 모방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콘텐츠를 간직한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글 박준화 기자
culture_show@yonsei.ac.kr

<사진제공 비타민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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