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사랑받는 이유

지난 1999727, 미국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에 첫 간판을 걸었습니다. 싸고 달달한 자판기 커피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비싸고 복잡한 메뉴들이 낯설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서비스를 팔겠다는 전략으로 차츰 대중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현재 스타벅스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조사한 커피전문점 브랜드평판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 고급화의 산증인

 

지난 1971, 스타벅스가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타벅스는 카페가 아니라 원두와 커피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였습니다. 그중 커피추출기의 매출이 굉장히 높았는데, 당시 커피추출기 제조사 함마르플라스트에 재직 중이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이에 호기심을 느끼고 스타벅스를 찾아갔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서 자마자 집에 들어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낀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카페로 창립시켜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스타벅스는 카페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스타벅스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미국의 커피는 드립 커피가 주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팔기 시작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생소했던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가 스타벅스와 함께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카페라테, 아메리카노 같은 새로운 용어의 등장과 유럽식 카페 문화의 유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카페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유럽식 카페 문화가 생소한 미국에서는 신선한 사업 모델이 됐습니다.

 

과소비의 상징에서
휴식의 공간으로

 

스타벅스는 지난 1999년 국내 기업인 신세계와 지분 각 50%로 합작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국내 1호 점포인 스타벅스 이화여대점이 개업할 당시,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2500원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짜장면 한 그릇과 맞먹는 가격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어느새 과소비의 상징이 된 스타벅스는 허세의 의미인 된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지난 2022년에 259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과소비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공간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고객 위주의 매장 운영이 스타벅스의 성공에 일조했습니다. 커피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고객이 불만을 표하면 커피를 공짜로 바꿔주거나 커피를 주문하지 않아도 매장에 머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고비용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국내 스타벅스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영점은 가맹점과 다르게 본사에서 직접 운영합니다. 김영찬 교수(경영대·경영)직영점이다 보니 수익률로 회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이 때문에 손님들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서비스가 잘 정착된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스타벅스는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매장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과거의 다방과 달리 눈치 보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가 탄생한 것입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이르는 카공족도 이러한 스타벅스의 공간 마케팅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카페 문화로 정착되며 스타벅스는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습니다.

 

성공적인 현지화의 아이콘

 

▶▶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스타벅스 기획 상품.
▶▶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스타벅스 기획 상품.

 

현지에 맞춰 변화를 거듭한 점도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례로 한국의 빨리빨리문화를 겨냥해 고객층을 확보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사이렌 오더입니다. 스타벅스의 로고로 쓰이는 인어의 이름인 세이렌’(Seirēn)의 영어식 이름 사이렌을 따온 사이렌 오더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발됐습니다. 앱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장은 주문에 응대하는 직원을 줄이고, 고객은 미리 음료를 주문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당시 스타벅스의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는 한국에서 사이렌 오더가 시작됐다는 외신 기사를 읽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사장에게 ‘Fantastic!!!’이라고 적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에 사이렌 오더는 해외로 역수출되기까지 했습니다.

또 다른 현지화 전략에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품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서울’, ‘제주같은 도시 이름을 새긴 머그컵, 텀블러 등의 기획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정 도시에서만 파는 메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 금귤 듬뿍 블렌디드’,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는 제주도에서만 파는 지역 한정 음료입니다. 김영찬 교수는 도시 이름이 들어간 기획 상품은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고 전했습니다. 김동훈 교수(경영대·경영)스타벅스는 각 나라를 겨냥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획 상품을 디자인하는 부서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을 정도로 스타벅스 기획 상품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효과란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주변 지역이나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그만큼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김동훈 교수는 스타벅스를 왜 가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스타벅스는 감성적이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브랜드에 잘 녹여냈다고 전했습니다. 달달한 자판기 커피가 아닌 쓴 아메리카노를 찾게 만든 스타벅스, 단순한 커피전문점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글 최혜정 기자
culture_shoc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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