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과거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용기

블룸하우스(Blumhouse)에서 제작한 게임 원작 기반의 공포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소개한다. 영화는 폐업한 지 오래된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배경으로 한다. 이 가게는 1980년대 이 가게에 놀러 온 아이들이 실종되면서 문을 닫았다. 폐업한 가게에서 야간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마이크는 한쪽 구석에 서 있던 피자가게 마스코트 프레디와 친구들이 움직이는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된다.

 

 

반복되는 같은 꿈
바꾸고 싶은 과거

 

매일 수면제를 먹고 카세트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주인공 마이크. 그는 밤마다 남동생 개럿이 납치돼 매연을 내뿜는 차 뒷좌석에 실려 가는 꿈을 꾼다. 마이크는 유년 시절 개럿의 납치 과정을 목격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그를 잃었다. 끝내 동생은 찾지 못했고 이를 비관한 부모님은 세상을 떠났다. 이후 마이크는 어린 여동생 애비와 둘만 남는다.

마이크는 자신의 부주의로 동생이 납치됐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에 마이크는 납치범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매일 꿈에서 동생이 납치당하던 날의 아픈 기억을 스스로 되살린다. 심지어 그는 어린 자녀와 함께 이동하는 고객을 납치범으로 오인해 진압하다가 퇴직을 권고받는 등 납치범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마이크는 개럿 납치 사건 이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마이크의 상황은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겪은 개인이 생애 전체에 걸쳐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크는 동생의 납치 사건을 그의 무의식인 꿈속에 아주 생생하게 가둬뒀으며, 자각몽을 꾸며 끊임없이 과거의 상처를 그의 현재로 끌어들였다.

 

▶▶ 야간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마이크의 모습.
▶▶ 야간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마이크의 모습.

 

섬뜩한 프레디의 피자가게
그곳의 과거와 현실

 

잦은 실수로 구직에 곤란을 겪던 마이크는 취업 상담자 스티브로부터 프레디의 피자가게야간 경비 업무를 소개받는다. 비록 협소한 장소에서 늦은 시간에 일해야 했지만, 그는 하나뿐인 여동생 애비를 키워야 한다는 집념으로 근무를 결심한다.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처음 출근한 마이크는 피자가게의 마스코트인 애니매트로닉스와 조우한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캐릭터 모형을 덧씌운 후 전기·전자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계 장치다. 1980년대 이후로 오랜 시간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는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으며, 이는 애니매트로닉스가 등장할 때 풍기는 섬뜩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때 적용한 점프 스케어(Jump Scare) 기법과 폐쇄적인 공간을 통한 연출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마이크는 피자가게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 바네사와도 친분을 쌓는다. 바네사는 마이크에게 가게에서의 주의점을 알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다. 출근 후 첫날 밤, 마이크는 또다시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잠들며 동생이 납치되는 꿈을 꾼다. 이날 마이크가 꿈에서 봤던 아이들의 성별과 옷차림은 가게에서 마주쳤던 애니매트로닉스들과 일치했다. 꿈속 아이들은 마이크를 공격했고, 이때 생긴 상처는 현실에서도 마이크에게 똑같이 상흔으로 남는다. 마이크의 무의식 속 트라우마가 만든 꿈속 상황이 그의 현실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마스코트인 애니매트로닉스들의 모습.
▶▶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마스코트인 애니매트로닉스들의 모습.

 

다음날, 여동생 애비를 돌봐줄 베이비시터가 집에 못 오게 되자 마이크는 어쩔 수 없이 동생과 함께 피자가게로 출근한다. 경비 근무 중 졸고 있던 마이크는 어디선가 애비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듣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마이크의 걱정과 달리 애비는 무대 커튼 너머에서 애니매트로닉스들과 함께 떠들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마이크는 애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구직활동을 했지만, 사실은 그녀에게 충분한 소통의 시간과 사랑을 주지 못했다. 잠을 잘 때도, 잠에서 깼을 때도 그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개럿 납치 사건이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외로웠던 애비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을 친구라고 믿었고, 공격성을 감추고 애비에게 접근한 그들과 가까워지며 위험에 빠진다.

이는 항상 집에서 마이크를 기다리기만 했던 애비가 과거에만 매몰된 오빠로 인해 느낀 고립감을 보여준다. 마이크가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 가치는 바로 애비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일이었지만, 과거에 대한 그의 집착은 오히려 그가 지켜내야 할 현실이자 미래인 여동생 애비까지 빼앗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다음 날, 다시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든 마이크는 또 꿈을 꾼다. 그러나 동생이 납치되는 모습이 변주되던 이전의 꿈과 달리, 이번에는 마이크의 온 가족이 행복한 저녁 식사를 하는 꿈이었다. 꿈에 나타난 금발 아이는 그에게 다가와 영원히 꿈속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에게 애비를 넘기라고 제안한다. 납치당한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 항상 시달려 왔던 마이크는 알겠다며 눈물을 흘리고는, 꿈속 개럿의 얼굴을 만진다. 그러나 그 순간 애비의 얼굴과 개럿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마이크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마이크는 더 이상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해 애니매트로닉스들로부터 애비를 구하고 현재를 바로잡으려 한다.

애니매트로닉스들은 애비를 납치해 죽이고 자신들처럼 애비의 영혼을 거대 로봇 속에 가두려 했다. 마이크는 위험에 처한 애비를 구하기 위해 장난감 가게 안으로 뛰어들고, 바네사는 그를 도우며 함께 힘을 합친다. 이때 바네사는 사실 그녀의 아버지 윌리엄 애프턴이 납치범이며, 그가 실종된 아이들의 몸과 영혼을 애니매트로닉스 안에 가둬 통제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마이크가 꿈에서 본 다섯 명의 아이들은 실제로 1980년대에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 실종된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후 마이크는 테이저건으로 애니매트로닉스들을 무력화시키며 애비를 구해낸다. 아버지의 악행을 묵인하며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왔던 바네사 역시 아버지와 맞서 싸운다.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연쇄살인범 윌리엄이 만든 지옥이자, 마이크와 바네사의 유년기 트라우마로 망가진 내면이 투영된 곳이다. 잔혹하게 살해된 아이들의 영혼이 깃든 애니매트로닉스는 마이크와 바네사의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마이크는 동생을 잃었다는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과거에 가두며 속죄했지만, 그럴수록 마이크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바네사 또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바네사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의 악행을 모두 묵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프레디의 피자가게로 표상되는 지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유년기에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현재의 삶을 살게 하는 힘을 서로에게 줄 수 있다.

 

▶▶ 애니매트로닉스와 함께 애비가 프레디의 피자가게로 들어가고 있다.
▶▶ 애니매트로닉스와 함께 애비가 프레디의 피자가게로 들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의 그늘이 있다. 무의식에 새겨져 끊임없이 떠오르는 나쁜 기억의 파편들은 불만과 불평의 감정으로 내면에 자리 잡는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에도 제대로 씹지 않아 소화하지 못한 조각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미해결 과제라 칭한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으면, 그 상처는 무의식 속에 남겨진다. 그러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해서 성장한 뒤에도 불행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제임스 힐만은 어린 시절 자체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보는 눈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그늘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더 나은 인생을 향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있다.

 
 
글 류지원 기자
culture_land@yonsei.ac.kr
<사진제공 네이버영화>

 

* 점프 스케어 기법: 영화나 게임 등의 영상매체에서 갑작스럽게 사물·인물·동물 등이 불쑥 튀어나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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