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다양성과 대학의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편집자 주 | 지난 2021년 미래캠은 캠퍼스 발전과 혁신을 위해 급진적인 학사제도 개편을 감행했다. 무전공 자율융합계열 통합 모집, 2개 전공 의무화 제도 시행이 포함된 혁신안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전공 간 장벽을 허물어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문적 탐구를 보장하고 캠퍼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이면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존재했다. 2023학년도, 우리대학교는 학사제도 개편 3년 차를 맞았다. 연세춘추 보도2부 기획취재팀은 학사제도 개편의 부작용을 조명하고, 혁신 도모와 부작용 방지의 두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고자 한다.

 

지난 2021학년도부터 시행한 ‘모집단위 광역화’는 인기 전공으로의 전공생 편중 현상만 부추긴 것이 아니다. 인기 전공의 전공생 몰이 뒤편에는 전공생 모집에 불리한 ‘비인기 전공’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신문사는 전공생 부족 현상이 비인기 전공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봤다.

 

‘소규모 강의’와 폐강 증가가 말하는
비인기 전공 학문의 위기

 

 

전공생 편중 현상은 비인기 전공의 교과목 수요에 변동을 가져왔다. 비인기 전공 중 ▲국어국문학전공 ▲영어영문학전공 ▲역사문화학전공 ▲철학전공 ▲패키징및물류학전공 ▲경제학전공의 전공 강의 수강 신청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강 신청 인원이 15명을 넘지 않는 ‘소규모 강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례로 위의 6개 전공에서 개설한 전체 강의 수 대비 소규모 강의 수의 비율은 지난 2022학년도 1학기 평균 30.95%에서 2023학년도 2학기 46.25%로 약 15%P 증가했다. 현재는 전공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수강신청 인원이 줄어든 소규모 강의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전공생 수가 계속 감소하게 되면 비인기 전공에서 개설하는 강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어영문학전공은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어영문학전공에서 개설한 전체 강의 수는 감소했고, 소규모 강의와 폐강되는 강의 수는 증가했다. 영어영문학전공에서 개설한 전공과목 수는 지난 2022학년도 2학기 11개에서 2023학년도 2학기 9개로 2개씩이나 줄었다. 해당 학기에 폐강된 전공 강의 2개를 제외한다면, 실제 운영된 전공 강의는 7개에 불과하다. 1년 사이 전공 강의가 4개나 줄어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22학년도 1학기에는 개설 전공 강의 15개 중 실제로 진행된 소규모 강의가 3개에 불과했지만 2023학년도 1학기는 16개 중 8개에 달했다. 

폐강되는 강의도 늘었다. 지난 2022학년도 2학기에는 폐강된 강의가 없었지만, 2023학년도 2학기에는 두 개의 강의가 개설 후 수강 인원 부족으로 폐강됐다. 영어영문학과 김종두 교수(글창융대·영문학)는 “수강 인원이 10명 미만인 전공 강의는 규정상 폐강된다”며 “일정 수 이상의 전공생을 확보하지 못하면 강의를 개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캠퍼스 학부 교육과정 운영 지침」 제12조 1항 2호는 정규학기 전공 강의 폐강 기준을 수강 인원 10명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공 강의 감소는 전공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깊이를 저해한다. 이는 곧 해당 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학문 다양성 저해로 직결된다. 김 교수는 “강의 수가 감소하면 전공 교육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교과목을 가르치지 못하는 등 전공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 또한 다양한 과목을 듣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취를 감춘 ‘후학’에
존폐의 갈림길에 선 비인기 전공

 

비인기 전공 학부·학과는 줄어든 전공생 수에 따른 ▲대학원생 모집의 어려움 ▲전공 전임교원 확보의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다. 

학부생은 학문의 심층적 탐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 대학원생은 지도 교수와 함께 전공 분야를 연구하고 전문성을 심화하는 등 다양한 학술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비인기 전공은 학부생 수가 줄어들면서 대학원생 또한 모집하기 어려워졌다. 패키징및물류학과 이강대 교수(과기융대·교통물류학)는 “학과에서 국가정책연구과제를 수주해도 이를 함께 수행할 대학원생이 부족하다”며 “지금은 부족한 만큼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다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대학원생이 줄어들면 대학원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전공생 모집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대학원의 활성도가 학부 전공생 모집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이태정 교수(글창융대·거시경제)는 “대학원 활동이 활발하면 대학원생들이 선배로서 학부생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며 “이는 대학원생 모집뿐만 아니라 학과의 결속과 학부생 모집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공 교수의 충원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학과의 교수자 정원은 해당 학과의 학부생 수에 비례해 배정된다. 전공생이 줄어들면 기존의 교수자가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교수자를 충원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태정 교수는 “전공생이 줄어들면 퇴임하는 교수자만큼 새로운 교수자를 뽑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학과의 교수자 수가 줄어들면 학과의 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과에 소속된 교수진의 여러 전문 분야는 전공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강대 교수는 “퇴임한 교수자의 수업을 다른 교수자가 담당할 수는 있지만, 전문 분야가 다르면 이전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공생 모집 경쟁?
출발선부터 달랐다

 

비인기 전공은 전공생 충원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공생 모집에 있어 ▲전공선택 범위 내 기초학문과 실용학문 전공의 혼재 ▲전공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전공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우리대학교는 자율융합계열 학생들이 1년간의 자유로운 전공탐색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자율융합계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에 기초학문과 실용 학문이 혼재해 있어, 학교 측에서 전공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실용 학문에 전공생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이태정 교수는 “대다수 학생이 대학 진학의 이유로 취업을 꼽는다”며 “당장 취업에 도움되는 실용 학문에 전공생이 모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공 분야 산업과 취업 시장에 관한 정보량 차이도 전공선택에 영향을 준다. 예컨대 공무원, 회사원, 법조인과 비교했을 때, ‘포장재 연구원’, ‘역사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인지도가 낮은 산업과 연관된 전공은 학생들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이강대 교수는 “학생들이 살면서 접한 전공 및 직업에 대한 정보는 접근성이 좋은 일부 전공에 치중해 있어, 인지도가 높은 전공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취업률이나 전공의 성과와 관계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별다른 장치 없이 전공선택을 학생들의 자율에만 맡기다 보니, 비인기 전공은 처음부터 인기 전공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인기 전공과 비인기 전공 사이의 전공 선호도 간극을 보완하고자 내세운 ‘전공탐색박람회’와 ‘대학학문의세계’는 그 역할이 유명무실하다. 정보가 부족한 비인기 전공은 처음부터 학생들의 탐색 대상이 아니며, 입학 전부터 어느 정도 전공을 결정한 학생들이 다른 전공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송현교(자융·23)씨는 “대다수 학생이 입학 전에 지망하는 전공을 생각해 둔다”며 “대학학문의세계나 전공탐색박람회에서 마음에 두지 않았던 학과로 관심을 돌릴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역사문화학과 이태훈 교수(글창융대·한국근대사)는 “전공탐색박람회가 비인기 전공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전공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공설명회가 전공 홍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정한 자율,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학교 측은 비인기 전공의 고사를 막고자 비인기 전공에 ▲전공 교육과정 컨설팅 ▲다양한 교과목의 개발을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학부·학과가 각 전공에 대한 ‘핵심 역량 개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 A씨는 “각 학부·학과가 컨설팅을 받아 ‘전공 관련 취업 로드맵 및 보고서’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비인기 전공의 취업 가능성을 안내하는 등 학생들의 전공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면 비대면 수업(Online Classroom, 아래 OC)을 활성화하는 등 학부·학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A씨는 “‘서양음악의이해’처럼 비인기 전공에서 개발한 OC 교과목이 교양 교과목으로 흡수된다면 학생 수가 모자라 학과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유형의 수업을 개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어국문학전공은 교양 단위에서 ‘글쓰기’ 교과목을, 영어영문학전공은 ‘교양영어’ 교과목을 운영함으로써 우리대학교 교양교육의 핵심을 맡고 있다.

한편, 교수자들은 학사제도 개편의 모호한 방향성을 지적하며 ▲확실한 혁신 방향 설정 ▲2개 전공 의무화 제도 정비 ▲학문 다양성 보장을 위한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실용 학문에는 투자를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태정 교수는 “우리대학교가 4년제 대학으로서 지성인을 양성할 것인지, 기술을 가르쳐 취업을 위한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정한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2개 전공 의무화 제도는 적어도 재학생의 80% 이상이 2개 전공을 이수해야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학생들이 2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가 입학 전후로 전공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정 교수 역시 “진정한 융합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자가 학문을 융복합적으로 접근하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이 단순히 두 가지 학문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융합 교육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문 다양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강대 교수는 “수강생이 적은 강의도 학습권 보장을 위해 폐강하지 않는 등 학사제도 개편 취지에 맞게 실질적인 대책으로 학문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교에 다양한 전공이 있음을 학부·학과가 아닌 대학이 나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실제로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사제도개편 3년 차인 지금 우리대학교 학사의 방향성은 어떠한지, 혁신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보도2부 기획취재팀
bodo_bot@naver.com

글 육찬우 기자
bodo_troll@yonsei.ac.kr
박지선 기자
bodo_pudd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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