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강의의 자막 부재 원인과 한계를 알아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비대면 학사 운영 기간에 우리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영상 강의를 제공했다. 교수자가 강의를 녹화해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면 학사 운영으로 전환된 지금도 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 영상에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학생들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막 부재가 불러온 문제,
학생들 학습에 어려움 겪어

 

영상 강의는 시공간 제약 없이 강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교수자가 채택하는 수업 방식 중 하나다. 영상 강의는 대면-비대면 혼합 수업 및 전면 비대면 수업에서 주로 이용되며, 이외의 수업에서도 공휴일 보강 혹은 강의 내용 보충을 위해 제공된다. 지난 11월 23일 기준, 2023학년도 2학기 LearnUs(아래 런어스) 학위과정에 업로드된 영상 건수는 총 1만 1천254건이다. 해당 학기 미래캠에서는 총 1천251개의 강의 중, 422개 강의가 영상 강의를 게재했다.

영상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강의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자막이 필요하다. 특히 언어장벽이 있는 외국인 재학생이나 강의 소리를 듣기 어려운 청각장애 학생에게는 자막이 필수적이다.

2023학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우리대학교에는 대만, 러시아, 몽골, 중국 등 383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 중이다. 그러나 다수의 외국인 재학생은 한국어 강의 영상에 자막이 포함되지 않아 강의의 내용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재학생 장지신(자융·23)씨는 “대학에서 진행하는 강의는 대부분 강의 시간이 길고 내용이 어렵다”며 “자막이 제공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번역기를 사용하려면 일일이 입력해야 해서 번거롭고, 이마저도 문장의 뜻이 기존의 수업내용과 다르게 번역될 때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각장애 학생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파악한 2023학년도 2학기 재적 학내 장애 학생 수는 총 23명이다. 이 중 12명의 학생이 청각장애 학생이다. 우리대학교는 강의대필자를 매칭하거나 튜터 학생들이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장애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상 강의에 자막이 없으면 청각장애 학생들은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래캠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 A씨는 “우리대학교 장애 학생 중에는 청각장애 학생의 비중이 높다”며 “영상 강의 제작 시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의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작은 소리 및 소음 ▲불분명한 발음 ▲영어 강의 자막 부재로 인해 강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불편을 겪었다. 재학생 서한별(EIC·22)씨는 “소리가 작게 녹음된 강의 영상은 아무리 소리를 키워도 잘 들리지 않는다”며 “발음이 불분명해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우에는 내용 전달력이 떨어져 원활한 학습을 위해서는 자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보건행정학과 B씨는 “전공 학습을 위해 선행해야 하는 중요한 수업이 영어로 진행됐다”며 “자막이 없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번역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해 내용을 파악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상 자막 부재 문제,
학교와 교수자의 적극적 행동 필요해

 

우리대학교는 지난 2022학년도 1학기부터 런어스에 자막 등록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수자들은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두 가지 방법으로 영상 강의에 자막을 삽입할 수 있다. 영상 강의에서 사용된 언어와 자막으로 제공하려는 언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자막이 삽입되는 ‘자동 자막 생성’ 방식과, 교수자가 자막 파일을 직접 올리는 ‘수동 자막 입력’ 방식이 있다. 

자막 등록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막 등록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미래융합교육개발원 관계자 C씨는 “우리대학교의 영상 강의에 관한 규정인 「미래캠퍼스 원격수업 운영 규정」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자막을 삽입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자들에게 런어스의 자막 삽입 기능 및 사용 지침을 안내했고, 수강생 중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자막을 달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기능을 활용하는 교수자는 적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숭실대의 경우, 자막 부재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학년도 겨울 계절학기에 ‘강의 영상 자막 제공 사업’(아래 자막 제공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이에 따라 숭실대 원격교육지원팀은 숭실대 학습관리시스템의 AI 자막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부 영상 강의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영상 건마다 교수자가 자막을 신청해야하는 우리대학교의 방식과 달리, 신청한 과목에 한해 학교가 자체적으로 자막을 제공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숭실대 박상연(국문·21)씨는 “‘인문고전성서읽기’ 강의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됐다”며 “전에는 말하는 속도가 빨라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영상을 반복 시청해야 했지만, 자막이 삽입된 뒤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숭실대 이지우(국문·21)씨도 “온라인 강의는 대면 강의에 비해 전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자막이 있어 강의 내용이 잘 전달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는 자막 등록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영상 강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막 삽입과 관련한 규정 정비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학교 측의 노력으로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박지선 기자
bodo_pudding@yonsei.ac.kr
이사랑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그림 노태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