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 ‘2023학년도 비대위 사업 평가 보고서’

지난 2일, 57대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에 선거운동본부 <Yours>가 당선되며, 홍석현(산공·20)·이준(국제통상·20) 총학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렸다. 5월 15일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 인준받은 비대위는 집행부 모집 마감인 6월 2일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

 

교내 행사 분야
교내 단체와 소통의 아쉬움 남겨

 

비대위는 ▲개교 138주년 무악대동제(아래 대동제) ▲2023 정기 연고전(아래 연고전) ▲2023 연고제를 주도했다. 행사는 안전사고 등의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으나, 비대위와 교내 단체와의 소통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비대위는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와 함께 대동제를 기획했지만 총동연과의 소통이 미흡했다. 대동제는 매년 5월 진행되는 행사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총학의 주도하에 총동연과 함께 3월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그러나 비대위장단 궐위가 장기화되자 총동연 회장 이소현(국문·18)씨가 단독으로 대동제 기획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10일, ‘비대위설립위원회’에서 선출된 비대위장단(준)이 뒤늦게 합류했다. 그러나 비대위 측 인원은 대동제기획단 42명 중 3명에 불과했고, 이러한 이유로 비대위는 대동제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대동제는 총학의 이름으로 교비가 사용되는 사안이기에, 대동제 주최 권한이 총동연에 넘어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비대위는 대동제 일정과 기획단 구성에 대해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차원의 공개적인 논의를 주도하지 못했고, 대동제기획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행사 진행에 혼선을 빚었다. <관련기사 1910호 3면 ‘총학 없이 시작된 대동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비대위는 2023 연고전 진행 과정에서도 소통의 미흡함을 드러냈다. 2023 연고전 야구 경기는 예년과 달리 목동야구장에서 진행된 탓에 좌석 수가 줄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었다. 이에 비대위는 야구 경기에 티켓팅 제도를 도입하고 공석 500석을 추가 배분하는 등 학생들이 야구 경기를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힘썼다. 고질적인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을 진행했고, 약 20회의 암표 거래 현장을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고전 현장에서 체육부와의 소통이 늦어지며 행사 관리 인력을 필요한 장소로 즉시 이동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대위가 2023 연고제 당시 ▲‘Cheer Up’ ▲‘하나되는 푸른 맥박, 2023 헌혈 연고제’(아래 헌혈 연고제) 행사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9월 4일 열린 Cheer Up은 학생들이 정기 연고전의 종목인 농구, 야구, 축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였다. 또한 비대위는 9월 6일, 9월 11일~10월 5일에 열린 헌혈 연고제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헌혈자 수를 2022년 670명에서 2023년 1천394명으로 끌어올렸다.

 

학생 생활 분야
학생 의견 수렴해 행동 나서

 

비대위는 산하에 총학 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를 만들어 ▲천원의 아침밥 사업 ▲신촌캠 생활관 통금 폐지 ▲총장 후보자들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학교와의 소통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기에, 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혁신위는 신촌캠 학생식당에 천원의 아침밥을 도입하는 데 힘썼다. 지난 8월 11일, 혁신위는 기획실 및 대외협력처와 천원의 아침밥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교 본부 및 생활협동조합에 의견을 전달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2023학년도 2학기 개강일인 9월 1일에 개시했다. 기획실에 따르면 천원의 아침밥 시행 이전인 2023학년도 1학기에는 맛나샘 아침 이용자가 하루 평균 100여 명이었으나, 시행 이후인 2학기에는 5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혁신위는 신촌캠 생활관 통금 폐지에도 일조했다. 지난 8월 혁신위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촌캠 생활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이 통금으로 공부 및 대외활동에 지장을 받고, 통금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생활관에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고, 생활관은 2023학년도 2학기부터 무악학사와 우정원의 통금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무악학사와 우정원 사생들을 대상으로 한 ‘2023학년도 2학기 생활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생활관 통금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은 접수되지 않았고, 다수의 학생이 생활관 통금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혁신위는 20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후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비대위장단은 ‘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학생위원으로 활동하며 총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 참여했다. 혁신위는 ▲재수강 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등록금 인식 설문조사 ▲군 복무 관련 학사제도 의견 수렴 ▲이공계 기초 교양 개선 관련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이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총장 후보자들과 논의를 진행한 끝에 재수강 횟수 제한 완화를 확약받았다. 이는 총장 선출 과정에 참여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유익한 약속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교외 분야
연세를 대표해 참여

 

비대위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학생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표출했다.

비대위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에 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서대문구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가했다. 이에 비대위는 7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우리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 폐지 관련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8월 10일 개최된 ‘총학생회 공동포럼’에서 서강대, 이화여대 등 주변 대학과 의견을 공유하고 서대문구청 관계자를 만나 학생들의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는 10월부터 오는 2024년 3월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다시 운영하겠다고 결정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응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지난 9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이공계 단과대학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 대응 의견 수합’ 설문조사를 시행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를 비롯한 11개 대학과 함께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아래 대학생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관련기사 1920호 1면 ‘R&D 예산 5.2조 원 삭감, 연구계 혈맥 틀어막는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11월 13일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국회 토론회’를 진행하며 정부 R&D 예산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비대위장 홍씨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 과정에 유감을 표하고, 소통 창구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1922호 2면 ‘대학생 공동행동, 국회에서 ‘예산안 전면 재검토’ 요구해’>

 

학생과의 소통 분야
비대위의 한계 드러내 

 

비대위는 ▲중운위·확운위 의결사항 및 속기록 공유 ▲확운위 산하 소위원회(아래 소위원회) 설치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한계에 부딪혀 온전히 이행하지 못했다.

비대위는 인스타그램에 중운위 의결사항을, 구글 공유 문서에 중운위·확운위 속기록을 게재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기준, 마지막으로 총학 비대위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된 중운위 의결사항은 7월 31일에 산회한 ‘중운위 제17차 정기회’의 의결사항이다. 또한 확운위 속기록도 5월 16일에 산회한 ‘확운위 제2차 임시회’를 마지막으로 구글 공유 문서에 공유되지 않았다. 이준씨는 “다수의 비대위 관계자가 57대 총학 선거운동본부를 돕기 위해 사퇴해 비대위에는 회의내용을 기록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했으나 설치에 실패했다. 소위원회는 다양한 학과의 학생 대표자 및 학생으로 구성돼 교육정책, 시설개선, 학생복지 등 분야의 정책을 확운위에 입안하는 기구다. 그러나 지난 9월 11일 열린 ‘확운위 제2차 정기회’에서 일부 확운위원으로부터 안건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받은 이후, 소위원회 신설에 대한 논의는 중단됐다. 

 

취재 결과 비대위는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자료 보관 및 기록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비대위는 뒤늦은 설립 및 부족한 인원 등의 한계로 행정과 소통 분야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교내외의 의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보였다.

 

 

글 김준재 기자
bodo_suzy@yonsei.ac.kr
도유경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정수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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