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교수(우리대학교 문과대학)
유현주 교수(우리대학교 문과대학)

 

어느덧 『연세춘추』의 편집인으로서 발행하는 마지막 호가 됐다. 지난 2년간 학기당 10호씩 총 40번에 걸쳐 춘추를 발간했고, 이번 호까지 4편의 편집인 칼럼을 작성했다. 첫 학기 첫 호에 쓴 칼럼 제목 ‘새로운 춘추키드를 기다리며’처럼, 그동안 실제로 많은 춘추키드를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의 열정과 고민으로 뜨겁고 차갑게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과, 한 학기 동안 춘추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데스크진이 그들이다. 신문이 제작되는 동안, 기사 작성이 시작되는 금요일은 밤새 편집국의 불빛이 꺼지지 않았고, 마감해야 하는 토요일의 일정도 종종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고는 했다. 분주했던 춘추의 여정을 함께 하며,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 것들이 있다.

 

춘추는 위기가 아니다. 

 

늘 어렵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뛰어난 기자들이 춘추를 만든다. 지면의 구성은 짜임새 있고, 작성된 글의 수준은 높다. 의제에 대한 발굴 능력과 균형 잡힌 시각은 기성 언론의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자부한다. 또한 이들이 이렇게 만드는 춘추는 명실상부 연세의 살아 숨 쉬는 역사다. 내년이면 창립 90주년을 맞이하는 춘추의 시작은 1935년 9월 1일 최초 발간된 ‘연전타임스’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이라는 지위를 가진다. 『연세춘추』의 이름 자체가 학교의 역사와 함께한다. ‘연희타임스’, ‘연희춘추’를 거쳐, 1957년 연희대학과 세브란스의과대학이 마침내 하나의 대학으로 새로운 출발을 세상에 알린 그해, 공식신문으로서 그 이름도 『연세춘추』가 된 것이다. 

춘추의 의미는 대학신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춘추는 국한문혼용의 기사가 당연하던 시기에 한글만으로 기사를 작성한 최초의 신문으로, 한국 언론의 발전사에 그 빛나는 이름을 새겨놓고 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그리고 현재도 진행 중인 역사를 포기할 공동체는 없다. 춘추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춘추에 담기는 것이 연세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춘추는 연세의 빛나는 별이다. 

 

춘추는 위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비대면 시기가 시작되면서 또 한 번 줄어든 인쇄 부수는 팬데믹의 종료 이후에도 원래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재정적 위기는 학교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부분 해소됐지만, 매체 환경의 변화로 맞이한 거센 도전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대중매체로서의 신문은, 20세기 후반의 ‘디지털화’와 비견될 만한 19세기 후반 ‘문자화’의 광범위한 물결로부터 비롯된 바 있다. 문자화의 첫 번째 동력은 당시의 최첨단 기술이다. 고속인쇄술뿐만 아니라, 제지공장에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윤전기가 있었고, 인쇄물의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었다. 또한 그곳에 새로운 독자가 있었다. 이것이 문자화의 두 번째 동력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부상하기 시작한 시민계급은 다수를 위한 대중매체를 가능하게 했다. 한정된 지면에 조밀한 문자를 가득 실었던 신문은 이 문자화의 대표주자로 20세기 내내 전성기를 누렸다. 

이제 우리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기술과 함께 계속해서 보다 많은 독자에게 도달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양면으로 독자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세 공동체 모두를 위한 의제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 물론 그 출발이지만,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독자를 춘추로 초대해야 한다. 신입생과 종이 신문을 함께 읽는 이벤트는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춘추의 온라인 기사를 다른 네트워크와 결합해야 한다. 학교의 공식 교육플랫폼인 ‘런어스’, 학생사회의 공론장인 ‘에브리타임’은 물론 잠재적인 독자들을 위해 다양한 소셜미디어로 춘추를 확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춘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뜨겁고 차갑게 기사를 읽어주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해줄 독자다. 독자는 춘추의 빛나는 별이다.

이제 춘추를 떠나, 한 명의 독자로 돌아가고자 한다. 시인 윤동주에게 별이었던, 먼 나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작별」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우리 이제 서로 작별을 고하자, 두 개의 별처럼,
엄청난 밤의 크기로 따로 떨어져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가까움, 아득함을 시험하여
가장 먼 곳에서도 서로를 알아보는.

 

만남 이후에는 늘 이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빛남으로 인해 어두움 속에서도 언제나 서로를 알아보는 별과 같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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