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까지 3년,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살펴보다

지난 1966UN 산하 아시아 극동 경제 위원회가 아시아 일대에서 실시한 대륙붕* 탐사 결과, 포항 앞바다 영일만 일대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1969해저광물자원개발법(아래 자원개발법)을 제정해 한반도 주변 6개 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했고, 1970년에는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까지 추가로 선포했다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수 사이에 위치한 82면적의 대륙붕에 존재한다우리나라는 미국 석유회사 걸프사와 합작 법인을 세워 대륙붕을 탐사하고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시 우리 국민이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던 이유다2004년 미국 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는 제7광구에 석유 1천억 배럴 정도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유가로 환산하면 9천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는 제7광구의 석유 매장량을 파악하기 위한 탐사조차 못 하고 있다. 지난 1978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아래 공동개발협정)에 따라 양국은 제7광구를 공동으로만 탐사할 수 있지만, 일본이 우리나라의 탐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5년 우리나라가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아예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나 천연가스가 나지 않아, 우리나라는 관련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2022년 현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외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11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을 꾀하기 위해 대륙붕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제7광구를 공동으로 탐사하고 개발하게 된 이유부터 제7광구를 둘러싼 우려까지, 한국외대 LD 학부 임한택 초빙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교수는 30년 이상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루마니아 대사, 제네바 유엔대표부 차석 대사, 외교부 조약 국장을 역임했다.

 

▶▶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개발을 합의한 제7광구(JDZ: Joint Development Zone, 한일 남부 대륙붕 공동개발구역). 6개의 소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개발을 합의한 제7광구(JDZ: Joint Development Zone, 한일 남부 대륙붕 공동개발구역). 6개의 소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Q. 지난 1968년 미 해군 해양연구소가 아시아 일대 대륙붕을 조사한 후, ‘우리나라 대륙붕 해저에 석유 및 천연가스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탐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가 당시 동아시아에 일으킨 파장이 궁금하다.
 A. 인근 해역에서 석유 자원 매장 가능성을 확인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륙붕 개발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각국은 앞다투어 국내법을 제정해 대륙붕 경계를 자체적으로 획정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연안국들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고자 경쟁적으로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느라 일부 구역이 중첩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Q.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했다. 7광구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데, 우리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가 궁금하다.
A. 지난 1969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북해 대륙붕 사건***에 대해 자연연장설에 근거한 판결을 내렸다. 대륙붕이 어느 국가의 영토로부터 이어졌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륙붕 경계가 양국 사이 중간선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의 대륙붕 영유권을 인정하던 이전의 판결과는 달랐다. 7광구는 우리나라 영토로부터 이어졌고 일본 대륙과는 단절된 대륙붕이다 보니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졌다.

 

Q. 지난 1978년 일본과 체결한 공동개발협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제7광구를 공동으로 탐사하고 개발해야 한다. 국제법 판결상 우리나라의 제7광구 단독 영유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일본과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일본은 자국이 지리적으로 더 가깝다는 점을 내세우며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는데, 우리나라에 유리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이 나오니 우리나라의 단독 개발만은 막겠다는 의미에서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우세에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해저 자원을 개발할 기술이나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공동개발 제안에 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Q. 공동개발협정 체결 후 일본에 유리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이 있었지 않나.
A. 맞다. 지난 1978리비아 몰타 대륙붕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의 영유권을 인정해 줬다. 7광구를 두고 다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법적 우위가 바뀐 것이다.
UN 해양법 협약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 개념에 대륙붕이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배타적 경제 수역 안에 있는 해양 자원에 대해서는 탐사와 개발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데, 이전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륙붕이 해양 자원의 일종으로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제7광구 영유권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Q. 공동개발협정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1978년부터 1987년까지 1차 공동 탐사를 진행했다. 7개의 굴착 공사로 약간의 가스를 발견했으나 양국 모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탐사를 중단했다. 그러다 20012차 탐사를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인근 해역에서 석유 자원을 발견했다. 이에 양국은 다시 탐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2차 탐사 후 양국의 판단은 달랐다. 우리나라는 제7광구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지만, 일본은 채산성이 낮다고 판단해 개발을 중단했다.

 

Q. 공동개발협정 제41항에 따르면 양국은 제7광구 탐사를 위해 각각 조광권자*****를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의 조광권자 지정 요구에 응하지 않아, 탐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협정 위반에 대응해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는지 궁금하다.
A. 공동개발협정 제26조에 따르면, 양국 사이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를 해결하고자 중재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각각 중재관을 지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이 중재관을 지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최선인 이유다.

 

Q. 공동개발협정은 발효 50년이 되는 오는 2028622일에 종료된다. 하지만 종료 3년 전인 20256월부터 양국 어느 쪽에서든 통보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 일본이 협정 중단을 통보해 오면, 우리나라는 탐사 및 개발 권한을 모두 잃는 것인지 궁금하다.
A.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개발법을 근거로, 일본은 일본 국내법을 근거로 제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양국 모두 제7광구를 두고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7광구는 경계 미획정 구역이 된다. 경계 미획정 구역에서는 경계 획정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분쟁 중인 양국 모두 자유롭게 탐사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공동개발협정이 끝나면 우리나라가 영유권 주장에 있어 불리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전적으로 탐사와 개발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Q. 중국은 공동개발협정 체결 직후부터 반대하고, 7광구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공동개발협정 종료 이후 삼국의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나.
A.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공동개발협정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제7광구를 함께 개발하겠다고 선포한 덕에, 중국이 아직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협정 종료 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제7광구에 들어와 독단적으로 탐사하고 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제7광구에서 왼쪽으로 약 800m 떨어진 해역은 중국과 일본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은 탓에, 양국은 지난 2008년 이 구역 역시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으로 탐사와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동개발협정이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제7광구를 지켜내는 법적 울타리기능을 해왔다는 점을 내세워 일본과 외교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Q. 일각에서는 대륙붕 개발 사업이 10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미 협상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제7광구의 영유권 분쟁을 막기 위한 외교 협상을 2년 안에 마쳐야 한다. 우리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A. 현재로서는 공동개발협정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공동개발협정을 연장하는 것이 일본 국익에 부합하고, ··일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7광구 문제가 국제법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양국이 기존에 갈등했던 역사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7광구는 냉철하게 국제법에 입각해 판단돼야 하며, 그에 따른 외교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Q. 7광구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7광구에 실제 석유가 얼마나 매장돼 있을지는 제대로 탐사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대륙붕을 탐사하고 개발해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이미 제7광구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가진 만큼, 공동개발협정을 연장해 잠재적인 에너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글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사진제공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 대륙붕: 해저 200m 깊이에 있는 해저지형으로,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영유권: 일정 영토에 대한 관할권.
*** 북해 대륙붕 사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국제사법재판소에 북해 대륙붕 경계 획정을 요청한 일.
**** 리비아 몰타 대륙붕 사건: 리비아와 몰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인근 대륙붕 경계 획정을 요청한 일.
***** 조광권자: 광구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취득할 권리를 가진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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