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많은 해외입양, 그 실태를 살펴보다

입양은 전적으로 아동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지금까지의 해외입양은 아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친생부모가 있었음에도 고아로 서류가 조작돼 입양가거나, 친생 부모의 동의 없이 입양 보내진 아동도 있다. 지난 2022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에 입양 과정에서 겪은 불법 행위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며 진실 규명을 신청한 해외입양인만 372명이다

 

영문도 모른 채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

 

1950년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전쟁고아와 미군이 남기고 간 기지촌 태생 혼혈아들은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늘어난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어 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려 했다. 지난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해외입양은 1961년에 고아입양특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법적 근거조차 없이 민간 구호 기관을 통해서 이뤄졌다. 노 교수는 당시 입양 간 혼혈아 대부분은 보호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혼혈아에 대한 편견이 팽배했고 정부 역시 이들을 처리해야 할 문제로 인식한 탓에, 법적 근거도 없이 이들을 전세기에 태워 수백 명씩 입양보내는 일이 흔했다고 지적했다. 1962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61년까지 해외로 입양 간 혼혈아는 2601명이다. 부모 없이 시설에서 지내던 1400명가량이 모두 입양 보내졌다 하더라도, 실제 입양 간 아동의 수가 더 많다. 노 교수는 혼혈아의 부모를 설득해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입양 7년 차인 지난 1961년이 돼서야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하며 해외입양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보다 해외입양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민간 입양기관이 외국인의 입양 절차를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대리 입양제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양부모가 아동을 직접 보지 않고도 입양할 수 있게 됐다. 노 교수는 대리 입양제는 입양 대상인 아동의 이익에 반하는 측면이 많아 도입부터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셌다아이들을 쉽고 편하게 입양 보내버리려는 민간 입양기관의 의도가 반영된 제도라고 지적했다. 대리 입양 과정에서는 양부모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꼼꼼히 이뤄지지 못한다. 민간 입양기관이 양부모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서류로만 심사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덕수 황준협 변호사는 양부모와 아이가 공항에서 처음 만나다 보니, 아이를 보고 예상과 다르다며 입양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헤이그 국제 아동 입양 협약 제4조에 따르면, 입양 당국은 아동의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외입양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노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서 해외입양 자유화 정책을 추진했고, 민간 입양기관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막대한 해외입양 수수료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2019년 발표에 따르면, 1988년 한 해 동안 입양기관이 벌어들인 돈은3200만 달러로, 당시 한화로 약 22억 원에 해당한다.

황 변호사는 전쟁 직후인 1950년대보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더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해외입양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자국의 아동을 돌볼 여력이 없을 때에만 불가피하게 해외로 입양 보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이룬 뒤에도 돈벌이를 위해 더 많은 아동을 보냈다고 지적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쟁 직후부터 지난 1960년까지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의 수는 3435명이었다. 경제 성장이 이뤄진 후에도 그 수는 계속 늘었고 1970년대에 48247, 1980년대에는 무려 65321명에 달했다.

지난 2012입양특례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입양 과정에 가정법원이 개입하는 입양 허가제도가 실시됐고, 20216월부터는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하던 아동 인수인계 업무를 지자체가 전담하게 됐다. 해외입양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입양 실무 대부분을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하던 60여 년 동안 생긴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입양 간 것도 서러운데
잘 자라는 건 더 어려워

 

해외로 입양 간 아동들은 자라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자라면서 인종차별을 겪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자라는 것은 아동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입양 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지 못한 해외입양인도 있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적취득 미승인 입양아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입양됐으나 현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은 약 26천 명이었다. 미국으로 입양 간 아동들이 발급받던 비자에는 IR3**IR4 두 종류가 있었다. 대리 입양으로 미국에 간 아동들은 임시 비자인 IR4를 발급받아 입국했고, 시민권 취득을 위해 입양 허가 재판을 거쳐야 했다. 황 변호사는 양부모가 아동의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파양해 무국적자로 남은 아동도 있다시민권 없이 파양된 아동은 범죄나 가난에 노출돼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양기관은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이 국적을 취득했는지 확인하고 이들의 적응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황 변호사는 당시 입양기관은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가정에 잘 적응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입양 간 아동이 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되는데, 한 기관에서 수천 명씩 보냈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후관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내 부모, 내 출생지
당사자는 알 수 없는 입양정보

 

UN 아동권리협약 제8조는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노 교수는 개인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본인의 출신과 부모의 정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해외입양인의 알 권리가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3개월이 되던 해에 덴마크로 입양 간 해외입양인 한분영(49)씨는 백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왜 나는 부모와 다르게 생겼을까’, ‘친부모는 누구일까늘 궁금했다이제라도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부터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정보 공개 청구를 제도화했다. 해외입양인들이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노 교수는 입양 과정에서 호적 자체가 날조되거나 서류에 필요한 정보가 누락된 경우가 많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입양 관련 기록을 영구히 보존하도록 규정한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1996년에 제정됐기에, 이전의 정보는 소실되기도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10월에 공개한 해외입양인 입양 정보공개 청구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친부모를 찾고 싶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해외입양인은 8603명이다. 이중 입양 기록이 온전하지 않거나 아예 없어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입양인은 3698명으로 전체의 42.99%.

정보가 남아있어도, 해외입양인이 친부모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친생부모가 동의한 경우에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친부모가 사망했더라도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현행법상 사망한 사람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대상이 아닌데도 입양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위헌이라며 개인정보라 못 준다는 식으로 공개를 거부하는 기관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생부모의 동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우편만 가능하다는 점도 해외입양인이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입양 당시 친생부모가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관련 기관이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 수 없고 우편 송달만 가능해 어려움이 있다.

현행법상 입양 당시 작성된 서류가 민간 입양기관의 소유라는 점도 해외입양인이 본인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해외입양인이 민간 입양기관에 서류 열람을 요청해도, ‘내부 정부라 공개할 수 없다며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씨는 나에 대한 기록인데, 기관이 소유한 채 보여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납득할 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왜 감추는지, (이미 드러난 서류 조작보다) 더 큰 잘못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기록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현대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황 변호사는 외국은 개인이 등록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부모를 찾아주는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유전자 검사 절차는 까다롭다고 말했다. 유전자 정보 등록을 원하는 해외입양인은 유전자 정보를 최종 등록하기까지 외교부,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을 거쳐야 한다. 황 변호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생부모를 찾은 외국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씨를 비롯한 해외입양인들은 지난 1997년부터 정식으로 피해를 호소하며 목소리를 내왔지만, 우리 정부나 입양기관은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6월 법원이 민간 입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해외입양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피고 기관은 사과하지 않고 항소심을 신청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황 변호사는 정부나 입양기관의 사과 받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본 이들이 일일이 소송하지 않아도 일괄 구제될 수 있도록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위해 진실화해위가 민간 입양기관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서류가 소실되거나 순순히 넘겨주지 않아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정부가 계속해서 기관을 감시하고 기관이 요구에 응하도록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입양해 간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입양기관이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시인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한 것과 대비된다.

 

사흘에 한 명꼴로,
해외입양은 현재 진행형

 

우리나라는 여전히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의 수는 지난 2020232, 2021189, 2022142명이었다. 2022년 기준 사흘에 한 명씩 해외로 입양 간 것이다. 노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해외입양을 중단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기에 입양하려는 외국인의 비자 발급 절차까지 간소화해 주며 해외입양을 지속했다경제적 수준이 올라가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국내에서 충분히 돌볼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해외입양을 보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해외입양을 줄이고자 노력은 하고 있다.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 전 5개월 이상 국내 입양을 추진하도록 하는 입양특례법7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자 일부 입양기관이 장애 아동이나 질병이 있는 아동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노 교수는 "해외입양을 간 아동 대부분은 미혼모가 낳은 건강한 아동"이라며 "기관이 장애 아동을 받으면 해외로 입양 보내기 전까지 5개월을 데리고 있어야 하니, 아예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과 그들의 부모를 분석한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보고서'에 소개된 사례들은 이를 방증한다. 이 보고서에는 입양기관에서 장애를 이유로 아동을 거부한 사례와 비장애 아동임에도 가족력을 이유로 아동을 거부한 사례가 담겼다. 

전 세계적으로 입양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아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해외입양이 계속되는 이유로 꼽힌다.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세계 해외 입양아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해외입양을 보낸 국가였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양 역사가 오래되고, 어리고 건강한 아동을 입양 보낸다는 인식이 있어 양부모들이 선호한다다른 나라들이 해외입양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아동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국내 입양에 비해 높게 책정된 해외입양 수수료도 민간 입양기관이 해외입양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 입양기관이 국내 입양은 건당 약 270만 원, 해외입양은 건당 3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며 아동이 상품화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에 서명***했다. 이 협약은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입양에 의한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발효됐다. 서명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도 국회에서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선 협약의 법적 효력이 없다. 현재 협약에 서명한 104개국 중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단 3곳뿐이다. 황 변호사는 해외입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고아로 호적을 조작하는 일이나, 부모의 동의 없이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것은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해외입양인 다수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으며, 조국을 늘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이 조속히 중단되고, 정부나 기관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 양부모에 대한 적격성 심사: 부모의 입양 자격을 심사하는 것으로, 부모의 신체 및 정신 건강, 재정 능력 등을 평가한다.
** IR3: 미국인 부모가 해외에서 아동을 직접 입양해 미국으로 데려가는 경우, 아동은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IR3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할 수 있다.
*** 서명: 국제 협약 가입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국내법상 효력이 발생하기 전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