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오랑 안현종 센터장을 만나다

많은 청년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우리대학교 학생 3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과 취준’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297명)가 ‘취업 시장의 구직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청년센터 ‘마포오랑’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지원한다. 안현종 센터장은 “마포오랑은 청년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이라며 “취업 등에 고민이 있는 청년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포오랑은 청년에게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개방 공간을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안 센터장은 “취업준비를 하거나 진로 방향성에 대해 상담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마포 오랑을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마포오랑에서 그를 만나 청년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안현종 센터장은 청년 정책을 청년에게 알리기 위해 마포오랑에서 활동 중이다.
▶▶ 안현종 센터장은 청년 정책을 청년에게 알리기 위해 마포오랑에서 활동 중이다.

 

청년에게 반갑지 않은 단어, ‘취업준비’

 

최근 취업 시장은 지난 2022년보다 더 얼어붙었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취업률은 46.3%로 2022년 동월 대비 8만 2천 명 감소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에 동의했다. 취업은 청년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긴다. 청년이 사회에서 처음 자립하는 단계이자,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안 센터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앞둔 청년은 직업을 통해 경제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고, 자기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Q. 직접 상담하며 느낀 청년 취업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많은 청년이 취업준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성인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빨리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고난은 이어진다. 취업준비 중에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교해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부족한 스펙이 있다면, 그걸 채우기 위해 매달릴 때도 있다. 어려워진 취업 시장에서 스펙이 비슷해야 최소한의 경쟁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성공이라 일컫는 것은 정형화돼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하고,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일반화된 목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런 직장은 한정돼 있다. 노동시장에서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부족해, 취업난이 계속해서 심화된다. 상담에서도 대기업 인턴이나 대외활동 기회가 많지 않아 취업하기 막막하다고 토로하는 대학생이 많다. 힘들게 공부해 대학생이 되더라도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Q. 현 취업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 사실 청년 취업은 항상 어려웠다. 이전과 달리 특별히 어려운 점을 꼽자면 취업 시장의 변화가 너무도 급진적이라는 것이다. 취업 시장의 변화로 오랫동안 관심 가져왔던 직업이 한순간에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 취업 시장의 흐름은 의사·세무사와 같은 ‘사’자 직업이나 4차 산업 관련 직군으로 바뀌었다. 청년들은 변화에 따라 기존에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 분야를 새로 공부해야 하기도 한다. 심지어 4차 산업 관련 직군은 이전에 없던 것이기에 관련 사례나 조언을 구할 선배가 많지 않아 취업을 준비하기는 더 어렵다.

 

Q. 청년의 취업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마포오랑은 어떤 일을 하나.

A. 취업 스트레스는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은 채 누적되면 불안감이나 우울함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다른 감정으로 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 테니스 같은 운동 프로그램이나 카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비슷한 고충을 가진 사람이 모여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청년도 있었다.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년에게 근본적인 취업 해결책을 찾아주기도 한다. 취업준비를하는 것이 막막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상담을 신청한 청년이 있었다. 상담을 진행해 본인에게 맞는 진로와 취업준비 방향을 설계해 주고 관련 직업의 연계 센터를 찾아줬다.

 

Q. 청년의 스트레스는 취업준비뿐 아니라 취업 후에도 이어진다. 시간제 근로자, 비정규직 등의 직군은 취업하더라도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그에 따라 고용의 모습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 시간제 근로자나 비정규직 같은 고용 형태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사회가 필요로 하기에 생긴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가 청년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해당 직군에 종사하는 청년들은 언제 실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사회가 안전망을 마련해 이러한 청년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해서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임금, 처우를 달리해선 안 된다. 직업별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시간제 근로직이더라도 거리낌 없이 직업으로 선택하는 청년이 많다. 시간제 노동자와 통상 노동자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런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청년을 외면하는 사회가 아닌,
청년을 위한 사회

 

지난 2023년 10월에 발표한 통계청의 ‘1월부터 10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취업하지 못해 구직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 청년은 36.7%였다. 실제로 우리신문사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4%가 본인의 취업 전망을 어둡게 평가했다. 계속된 취업 실패는 구직 단념으로 이어져 청년들을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안 센터장은 “청년이 취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되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Q. 취업 시장이 어려워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구직 단념 청년의 비율이 늘고 있다. 

A. 취업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정교해지는 만큼, 취업 시장에서 실패하는 청년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사회 안전망이 없으면 청년이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단념할 수 있다. 이들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선택하기도 한다. ‘구직 단념’ 청년이 ‘고립 은둔’ 청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주위 친구나 가족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우울감을 느낀다. 이들을 찾아 사회로 다시 나올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Q. 정부에서 제공하는 현 취업 지원 제도의 문제는 무엇인가.

A. 청년의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활동 보조금을 지급하는 청년 수당과, 디지털 신기술을 교육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 등 취업 지원 제도 자체는 정말 많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들을 상담하며 느낀 것은, 청년들의 정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3명 중 1명꼴로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전문 용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정책 설명 자체가 가독성이 떨어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취업 제도는 유행을 많이 탄다. 시의성 있는 제도가 나온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청년이 제도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너무 빠르게 바뀌기도 한다. 실제로 코딩이 유행할 때는 관련된 제도가 산발적으로 나오다가, 최근에는 갑자기 인공지능 분야로 제도의 방향성이 바뀌었다. 기존 교육을 접하던 청년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정책도 많다. 예산을 투자한 것만큼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Q. 취업 제도가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장기적인 취업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교육정책처럼 5년에서 10년 단위로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 취업 제도는 단발성 제도가 많아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지고 있다.

실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취업 지원 제도도 필요하다. 취업하더라도 실무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년들도 많다. 현장 경험이나 업무 체험처럼 기업에 적응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취직 후 현장에 급작스럽게 투입되고 직무 교육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 청년을 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청년이 원하는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사회는 청년이 고용되지 않아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연도 말에 종료되는 청년 ‘고용의무제’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 청년 고용의무제는 공공기관에서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미취업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청년에게 최소한의 취업 기회라도 마련돼야 이들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안 센터장은 “청년의 삶이 사회가 정한 성공을 좇기 위해 허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위해 헤매는 청년이 있다. 그런 청년들이 길을 잃지 않고 본인만의 미래를 찾기를 바란다.

 

 

글·사진 오혜연 기자
socio_quokk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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