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인턴 시장의 문제점을 살펴보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우리대학교 학생 3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과 취업준비’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9%(168명)가 ‘인턴 경험’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많은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은 인턴이 잘 구해지지도 않을뿐더러 합격한 후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들어가기도 어려운데,
원하는 인턴 생활도 아니었다

 

인턴은 단기간 회사에서 근무하며, 대학 졸업 전 실무 경험을 쌓는 현장실습생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인턴은 취직을 위한 필수 스펙이 됐다. 실무 경험을 많이 요구하는 채용 과정에서 인턴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 모 통신회사의 채용 면접시험을 치렀던 김정연(26)씨는 “면접관이 관련 직무의 인턴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며 “결국 최종 탈락했는데, 관련 직무 인턴 경험이 없었던 것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탓에 인턴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대학교 학생 A씨는 “10개 넘는 회사의 인턴에 지원했는데 전부 서류에서 탈락했다”며 “취직도 아닌 인턴의 서류전형 합격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인턴에 합격한 이후 원하지 않는 인턴 생활을 경험한 사례도 많았다. 인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지만, 실제 현장은 이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최근 ‘복사 인턴(복사만 하다 끝나는 인턴)’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김씨는 “마케팅 직무 체험형 인턴을 3개월간 했는데, 간단한 문서 정리나 물품 전달, 복사 등 허드렛일만 하다 끝났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도 “인턴에서 실무 경험을 쌓기가 어려웠다”며 “인턴에서조차 실무 경험을 못 쌓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나”라고 토로했다. 지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들의 73.7%가 ‘직무 경험을 체험할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실무를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은 체험형 인턴에서 두드러진다. 체험형 인턴은 단기간 실무를 체험만 하고 계약이 종료되는 인턴 형태를 의미한다.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일 경험 사업 참여자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실제 인턴을 경험한 다수의 근로자는 ‘체험형 인턴은 실무를 경험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김지현 정책팀장은 “2~3개월의 짧은 체험형 인턴 기간은 고용자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기기 어렵고, 참여자도 실무를 제대로 경험하기 어려워 인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턴 업무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6개월간 국내 기업의 HR(인사 업무) 인턴을 경험했던 B씨는 “실무 회의에서 나에게 의견을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며 “‘이럴 거면 인턴을 뽑지 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채용연계형 인턴’
기업만 웃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에서도 취준생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는 일정 기간 실무를 경험한 후 성적을 평가해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이다. 취업 관련 플랫폼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는 지난 2019년 1만 5천725건에서 2022년 2만 1천364건으로 증가했다. 기업은 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들을 인턴으로 먼저 확보해 놓은 다음에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는 기업의 이러한 의도에 적합하다.

그러나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는 ▲정규직 전환율 미고지 ▲정신적 스트레스 가중 등의 피해를 낳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채용연계형 공고에서 ‘정규직 전환율’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채용연계형 인턴에 합격한다 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명확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근무지 내 과도한 경쟁과 최종 탈락했을 경우의 충격으로 취준생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할 위험도 있다. 국내 모 은행권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근무하다 최종 탈락한 C씨는 “근무하면서 받는 모든 평가가 정규직 전환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하니 매 순간 긴장하게 됐고, 인턴들끼리도 경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C씨는 “1분 1초가 중요한 취준 기간에 최종 탈락하니 3개월을 통으로 날린 것 같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다”며 “실제 근무를 했던 곳이다 보니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것보다 충격이 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정책팀장은 “채용연계형 인턴은 취준생들이 과도한 경쟁과 고용의 불안감을 느끼는 환경에서 근무한다는 점에서 노동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채용 규모보다 지원자가 월등히 많은 인턴 시장의 구조를 기업이 유리하게 반영하고 있는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율이 고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는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는 언제든 기업의 상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취준생은 자신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가늠하지 못하고 인턴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인턴 시장에서 기업은 구직자에게 취업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인턴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 시장,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까

 

 

인턴이 겪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인턴을 고용한 인사권자가 적극적으로 인턴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턴에게 적절한 직무 교육과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한 상황이다. B씨는 “실무를 진행하는 직원들은 인턴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인턴이 있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며 “인턴을 뽑는 인사권자와 실무진 간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을 지원할 때 겪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율이 의무적으로 공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고용제도 공시제도’에 정규직 전환율을 같이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정책기본법」 제15조 제2항에 명시된 ‘고용제도 공시제도’는 3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에게 매년 고용안정정보망에 기업의 근로자 구성 현황과 신규 채용 현황 등을 게시하도록 강제한다. 이 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 예정 인원이 같이 게시된다면 지원자가 겪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가 강제성을 부여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턴 기회를 늘리되, 인턴에 대한 인식과 부족한 처우를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부처 혹은 민간 기업과 연계해 인턴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정부청년인턴제’는 청년들의 인턴 경험 기회 확대를 목표로 나왔다. 2023년 상반기에만 38개의 정부 중앙부처에서 1천600명 이상 인턴이 채용됐다. 그러나 9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정부청년인턴제로 고용된 인턴들에 대해 ▲근로계약서 작성 미비 ▲급식비 휴가비 등 수당 차별 ▲연장근무 시 수당 미지급 등과 같은 실상이 드러났다”며 “주먹구구식 인턴 늘리기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연계를 통해 정부 중심으로 인턴 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와 미국, 호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인턴을 제공하는 기업에 정부가 운영비용 및 혜택을 주는 대신, 인턴이 실질적인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교육 프로그램 계획서를 받고 감독하는 것이다. 김 정책팀장은 “정부에서도 청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인턴 제도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직무를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인턴 제도의 문제점은 취업시장의 불황에서 기인했기에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교수는 “인턴이 겪는 어려움은 취업시장의 불황이 해결되고 전반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여건이 개선돼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선 가능성을 어둡게 바라봤다.

 

취업시장 불황에 대한 우려는 늘 있었지만, 인턴 시장 경쟁까지 치열해지며 취준생들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정책팀장은 “씁쓸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라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합격 가능성도 모른 채 인턴 지원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인턴 제도는 도입 취지처럼 모든 취준생들에게 적절한 실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글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그림 노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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