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채널A 앵커)
김진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채널A 앵커)

 

빠르다. 그리고 비밀이 없다. 요즘 시대의 특징이다. 어딘가에서 발생한 일이 전 국민에게 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수분이면 족하다. 모바일을 타고 포털과 SNS, 유튜브를 통해. 여기에 5G 속도까지 더해져 전파 속도와 범위는 무한대다. 이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정확도다. 속도와 정확도는 반비례한다. 그 이유는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문이 검증과 취재할 틈도 주지 않고 팩트 행세를 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발 없는 말이 천리만 가면 다행일 텐데 이제는 포털과 인스타, 유튜브로 간다.

지금 당장 유튜브를 켜보자. 이곳에선 멀쩡히 살아계신 분이 죽었다(심지어 조금 전에 같이 식사를 한 분인데도). 또 금슬이 너무 좋은 커플이 유독 이곳에서는 결별을 했다. 심지어 어제 죽은 사람이 유튜브에서는 오늘 살아나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진짜인 냥 업로드된다. 유명인이나 심지어 일반인을 비도덕적인 인물로 매도하는 가짜 뉴스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유포된다.

이번에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자. 이곳에선 일국의 여당 당대표까지 지낸 분이 주식 투자를 권하거나 보험을 팔고 있다. 경찰에 입건돼 사이버 수사팀이 수사를 진행해도 가짜뉴스들이 이미 독버섯처럼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최초 작성자를 찾기란 매우 힘들다. 차라리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게 쉬울 정도다. 인스타 사진과 실물이 좀 다른 건 귀여운 수준이다. 그건 가짜 뉴스 축에도 못 낀다.

그때 카톡이 울린다. [받은 글]이라는 머리말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냥 창작 소설 수준의 지라시 정보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유포된다. 길기도 길지만 디테일이 예술이다. 누가 만드는지 알 수조차 없다. 카카오는 이런 가짜뉴스 단속에는 손을 놓은 지 오래돼 보인다. 유튜브, 인스타 측도 마찬가지다. 아예 신경조차 안 쓰는 것 같다.

비극은 이런 특징을 정치권에서 눈치챘다는 것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 하는 극단적 지지자들의 취향에 딱 맞는 가짜 뉴스를 제공하는 정치인들은 격정적인 지지와 환호를 받는다.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초짜 정치인들은 이런 반응에 손쉽게 중독된다. 마치 마약처럼. 다음번엔 더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어 마치 진실인 냥, 소신인 냥 떠든다. 비겁하지만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법적 책임을 질 필요조차 없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만 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없었던 AI 인공지능이란 녀석이 알고리즘이란 패턴을 만들어서 사용자의 취향을 귀신같이 파악한다는 점이다. 본디 사람은 먹기 싫은 채소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데, 이 인공지능은 짜고 맛있는 햄만 먹이려 든다. 어제 봤던 뉴스와 비슷하면서도 더 자극적인 뉴스와 영상을 추천한다. 점점 같은 부류의 정신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인데 종국에는 가짜뉴스 속에 둘러싸여서 이게 진실인 줄 착각하게 만든다. 이 지경까지 이른다면 치료할 약도 없어진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해괴한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 청담동 술집에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김앤장 대표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 마시고 동백아가씨라는 노래와 윤도현 노래를 불렀다는 뉴스였다. 첼로 연주자가 이를 봤다는 증언까지 곁들여져 그럴싸한 가짜뉴스를 사실인 듯 떠들어 댔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이없는 가짜뉴스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한 자리에 모였다면 그 일대는 엄청난 경호 인력의 사전 통제 속에 개미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야단법석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날 청담동 그 술집 일대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 바쁜 김앤장 대표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정도면 각자 타고 온 기사 딸린 고급 세단들이 청담동 술집 일대에 줄지어 장관을 이뤘을 텐데 아쉽게도 그걸 본 사람도 없다. 장관과 대통령의 관용차 사용 일지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그 바쁜 김앤장 변호사들은 한자리에 모일 시간조차 없다.

그런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지지층 사이에서 여전히 70%가 이를 진실로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국회의원이 공신력 있는 국회에서 저리 당당하게 이야기했는데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문제는 그 가짜뉴스를 만든 정치인이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단편적인 이슈가 뉴스가 되고, 수많은 뉴스 중에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메가 이슈가 되는 과정은 언론학적으로 매우 치열한 상호 경쟁을 거친다. 메가 이슈는 한정적이고,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면 과거의 메가 이슈는 쉽게 잊히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때 메가 이슈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뉴스 중 자극성과 선정성, 구체성을 가진 뉴스들이 이 경쟁에서 매우 유리하다. 가짜 뉴스의 달콤함이다. 결국 가짜뉴스가 이 경쟁에서 아주 빨리 손쉽게 경쟁자를 이기고 메가 이슈로 등극한다. 아주 빠르게 검증할 새도 없이.

결국 의심하는 습관을 들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유튜브 등에서 보는 소식이 진짜일까 점검하는 습관. 메이저 언론사의 보도와 크로스 체크하는 팩트 체킹의 과정도 필수다. 가짜뉴스는 달콤해서 삼키기 쉽지만 달콤함에 중독 돼버린다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달콤함은 당장 기분은 좋지만, 자꾸 찾으면 이든 뭐든 썩기 마련이다. 가짜뉴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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