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의 자녀는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수용자 자녀의 권리는 부모가 체포되는 순간부터 
법 집행, 교도소, 사법절차 등 모든 단계에서 
고려돼야 한다.’
-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선언 -

 

지난 2021년 법무부에서 전국 교정기관 수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용자 미성년 자녀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만 7천751명 중 미성년 자녀가 있다고 응답한 수용자는 7천 848명이었다. 이들의 미성년 자녀 수는 1만 2천167명으로 조사됐다.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신연희 교수는 “기명 조사다 보니 자녀의 신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응답하지 않은 수용자도 있다”며 “실제 미성년 수용자 자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수용자 자녀의 정확한 인원 파악부터 어렵다. 실제로 법무부가 지난 2018년 무기명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수가 2만 1천 765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부모의 수감 이후 남겨진 수용자 자녀들은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양육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보호받지 못한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2만 1천756명 중 보호자 없이 홀로 생활하는 미성년 자녀의 수는 무려 1천 209명에 달했다. 

 

수용자 자녀를 위한 유일한 단체,
‘세움’의 이경림 대표를 만나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지난 2015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법률 개정안은 미성년 자녀의 접견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수용자 자녀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되도록 명시했다. 세움은 이외에도 후원금을 모으고,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여러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세움의 이경림 대표를 만나 세움 활동과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세움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30년 넘게 아동 복지 분야에서 일하다가 이웃집 어른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아이를 알게 됐다. 아버지가 수감되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자 이웃집에 맡겨진 상태였다. 그때 수용자 자녀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세움 활동을 시작했다.

세움이 설립된 2015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수용자 자녀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 정부가 수용자 자녀의 숫자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려면 이들의 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수용자 자녀의 현황을 조사할 것을 건의했고, 그 결과 지난 2017년 세움이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실태조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각 지방 교정청에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이 만들어지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에서 전담 지원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은 지자체나 유관기관에 수용자 자녀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수감된 부모에게도 자녀 지원 제도를 안내한다.

 

Q. 수용자 자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A. 실태조사 결과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의 89.5%가 수감 전에 집안의 생계를 담당했다. 생계를 담당하던 부모가 수감되면 수입원이 없어지게 된다. 같은 조사에서 경제적 형편을 묻는 문항에 ‘가난한 편에 속한다’고 응답한 수용자가 전체의 48.8%나 됐고, 수용자의 기초생활 수급률도 우리나라 일반 가정의 기초생활 수급률의 약 5배나 됐다. 이는 수용자 자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보여준다.

 

Q. 도움이 필요한데도 복지 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수용자 자녀가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대부분의 복지는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어린 자녀가 직접 알아보고 신청하기란 쉽지 않다. 수용자 자녀는 부모의 범죄 사실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힘들어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편이다. 현재로서는 지자체 사회복지사들이 일일이 찾아다니거나, 수감된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존재를 교정 본부에 알리면 세움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21년 세움이 부산 지방검찰청과 업무 협약을 맺어 부모가 구속된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해 지원하고 있다. 검찰청이 부모의 수감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가 있다고 알려주면, 지자체 사회복지사와 연결해 주거나 관련 복지 제도를 안내해 주는 식이다. 이런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 수용자 자녀를 둘러싼 인식을 개선하고자, 세움에서 진행하는 ‘인스타툰 프로젝트’. 수용자 자녀들이 겪은 고충이나 이들이 마주한 편견을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 수용자 자녀를 둘러싼 인식을 개선하고자, 세움에서 진행하는 ‘인스타툰 프로젝트’. 수용자 자녀들이 겪은 고충이나 이들이 마주한 편견을 만화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부모의 수감 이후,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자녀들

 

부모의 수감 사실 자체가 자녀에게 충격을 주기도 한다. 신 교수는 “부모가 수감된 경우 자녀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낀다”며 “부모를 원망하거나 함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체포 과정을 목격한 자녀는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경기대 범죄교정학과 윤옥경 교수는 “어린 자녀들이 부모의 체포 현장을 목격한 경우, 트라우마가 상당하다”며 “자녀가 부모의 체포 과정을 목격하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감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된 미성년 자녀는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수감된 부모와 자녀의 지속적인 정서 교류를 위해 우리 정부는 ‘접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아이에게 수감된 부모와 만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접견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구속 후 자녀와 접견한 적이 없다고 답한 수용자는 전체 70.9%에 달했다. 

 

Q. 접견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가 궁금하다. 

A. 접견이 주로 평일 낮에 이뤄지다 보니, 학령기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빠지고 수감된 부모를 만나러 가기란 쉽지 않다. 부모의 수감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정시설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미성년 자녀가 혼자 교정시설에 방문하기도 어렵다. 세움은 자녀가 주말에도 부모를 접견할 수 있도록 교정 본부에 제안했다. 법무부가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2021년부터 ‘토요일 아동 접견의 날’이 시행됐다. 부모와 접견 기회가 늘어난 자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Q. 이외에 접견제도 개선을 위해 힘쓴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A. 국내 최초로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을 구축했다. 다섯 살짜리 수용자 자녀가 아버지와 접견한 후 내게 “아빠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이는 아버지가 본인을 싫어해 접견실 철창을 세워둔 것으로 생각했다. 세움이 법무부와 함께 구축한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은 자녀가 수감된 부모와 포옹하거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는 법무부가 이 취지에 공감해 전국 53개 교정시설에 모두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을 마련했다.
코로나 시기 대면 접견이 어려웠을 때도, 노력을 많이 했다. 당시 주 2회 영상통화 접견만 가능했는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의 영상통화 접견 기회를 3회로 늘렸다. 

 

▶▶ 세움의 제안으로 현재 전국 모든 교정시설에 마련된 ‘아동친화적 가족 접견실’, 아동이 교정시설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 세움의 제안으로 현재 전국 모든 교정시설에 마련된 ‘아동친화적 가족 접견실’, 아동이 교정시설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Q. 수용자 자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A. 부모의 수감이 자녀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 주다 보니,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들을 위해 전문 임상 심리사들이 미술치료나 놀이 치료, 독서 치료 등을 진행한다. 출소한 이후 부모와 자녀 간 관계 회복을 위해 가족 상담도 진행하는데, 이는 모두 후원금으로 이뤄진다.

 

수용자 자녀를
두 번 울리는 사회적 시선

 

수용자 자녀를 제대로 지원하는 일은 범죄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윤 교수는 “수용자 자녀 중에는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와 주위의 시선으로 사회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대로 양육되지 못한 채 폭력이나 방임을 겪으면, 이들이 비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어 더욱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일은 수용자의 재범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윤 교수는 “자녀와의 관계 유지는 범죄자 교정에 큰 역할을 한다”며 “교정 본부에서도 가족 만남의 날을 제정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일에는 ‘사회의 싸늘한 시선’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지난 2022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한 ‘수용자 자녀 지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수용자의 자녀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묻는 문항에 ‘친구나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18.7%에 불과했다.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한 인원은 13.8%에 달했다. 

 

Q. 세움의 지원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한 수용자 자녀 사례가 있나.

A. 부모의 수감은 청소년기 자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빠가 범죄자인데, 내 인생에 무슨 미래가 있겠어’라고 생각해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 가출을 자주 하고, 소년원도 세 번이나 다녀온 수용자 자녀가 있었다. 세움은 아이에게 믿을만한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고, 면회를 가거나 재판 탄원서를 쓰며 아이 곁을 계속 지켰다. 최근에 이 친구가 취업 소식을 전해왔다. 방황할 때마다 자신을 잡아줘 큰 힘이 됐다며, 열심히 살겠다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누구나 인생에 위기가 있지만, 그때 믿고 의지할 어른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 세움은 수용자 자녀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

 

Q.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다고 하면, 주변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A. 피해자들도 힘든데, 왜 범죄자 자식까지 지원하냐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수용자 자녀도 결국 피해자다. 부모의 범죄가 자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언론에 ‘세움’이 소개되면, 기사에 범죄자 자식이라며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수용자 자녀들은 이런 댓글에 상처받는다. 세움에서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범죄자와 그 자녀를 동일시하는 인식이 만연한 것 같다.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세움이 이들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정부의 지원과 이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이 대표는 “현재 수용자 자녀를 별도로 명시한 법률 자체가 아예 없다”며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면 근거 법령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움의 주도로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수년째 계류 중이다. 수용자 자녀를 위한 지원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될 것이다. 

 

 

글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사진제공 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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