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산업의 특색이 사라진 원인을 살펴보다

가을은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국내 여행 관광객은 꾸준히 줄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8월 발표한 ‘월간 여행 동향 분석’에 따르면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작년 동월 대비 5%p 감소했고, ‘국내 숙박여행 계획률’은 8%p 감소했다. 특히 ‘국내 여행지 관심도’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3%p 이상 줄어들었다. 국내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원인을 살펴봤다.

 

▶▶ 전년 동월 대비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특히 20대에서는 7.9%p 감소했다. 이 표에 명시된 TCI(Travel Corona Index 여행 코로나 지수)는 ‘2023년 당월’ 결과값을 ‘코로나 발생 전년(‘19)년 동월’ 결과값으로 나눈 수치이다.
▶▶ 전년 동월 대비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특히 20대에서는 7.9%p 감소했다. 이 표에 명시된 TCI(Travel Corona Index 여행 코로나 지수)는 ‘2023년 당월’ 결과값을 ‘코로나 발생 전년(‘19)년 동월’ 결과값으로 나눈 수치이다.

 

국내 여행 안 가는 20대,
이유는 ‘노잼’과 ‘고비용’?

 

국내 여행 관광객이 줄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의 국내 여행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월간 여행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대의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작년 동월 대비 7.9%p 감소해 다른 세대보다 변화폭이 컸다. 20대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국내 여행 감소 원인으론 국내 여행에 대한 ‘흥미 감소’가 꼽힌다. 안양대 관광학과 강준수 교수는 “국내 관광지가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신윤철(24)씨는 “강릉, 부산, 전주와 같은 유명 관광지는 이미 다 가봤고, 다른 관광지들은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 국내 여행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관광 인프라 부족 ▲관광지 물가 상승 ▲관광산업 획일화가 꼽힌다. 강 교수는 “현재 국내 관광지는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면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을뿐더러 숙박시설과 같은 관광 인프라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안동으로 여행을 간 A씨는 “도산서원을 구경하려 안동을 찾았는데, 대중교통이 너무 부족해 여행이 힘들었고 숙소 시설도 쾌적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희대 관광학과 이계희 교수는 “여행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일본의 경우 도시와 지방 모두 숙박시설이나 교통시설과 같은 인프라가 뛰어나다”며 “한국 역시 국내 관광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지의 높은 물가도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신씨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닭꼬치 하나를 6천 원, 오짱(오징어튀김) 하나를 1만 2천 원에 파는 걸 보고 다신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관광지 물가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여행 가면, 관광지 물가가 비싸지 않아 같은 경비로 더 다양하게 관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지 대신 해외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관광객에겐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관광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는 지역의 특색을 담지 못한 대표적 예시다. 이서연(21)씨는 “최근 천안 근처 태조산과 바다를 다녀왔는데, 산과 바다의 특성이 명확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군데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관광산업이 케이블카뿐이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는 41개의 관광용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그중 최근 10년 이내에 지어진 것만 26개다. 강 교수는 “관광산업이 케이블카, 출렁다리 등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화되면, 관광객 역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찾지 않게 돼 관광지와 관광객 모두에게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케이블카는 설치 및 운영에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사천시 케이블카는 사업비로만 410억 원이 투자됐고, 하동 케이블카도 총 600억 원이 투자됐다. 전기료와 운영비 등 유지비도 많이 들지만, 관광객들의 수요도 부족하다. 경북 울진군 왕피천케이블카는 지난 7월 1일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케이블카 운영 업체가 적자로 시설 임차료를 지자체에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케이블카 업체들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밀양케이블카와 제부도해상케이블카는 매년 10억 원, 하동케이블카도 1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최근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추진 중인 지자체는 문경시, 영주시 등 7곳이 넘는다.

출렁다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전국 곳곳에 출렁다리는 200개 넘게 설치돼 있다. 지난 2009년 청양에 천장호 출렁다리가 처음 생긴 이후, 14년 동안 200여 개 넘는 출렁다리가 급속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교수는 “출렁다리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관광지를 베끼기만 한 대표적 사례”라며 “지자체 입장에서 단기간인 2년 안에 설치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 2018년 완공된 사천케이블카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2020년에는 40억 원의 손실을 냈다.
▶▶ 2018년 완공된 사천케이블카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2020년에는 40억 원의 손실을 냈다.

 

획일화된 관광산업,
공직 사회의 책임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지방선거의 ‘단골 공약’이다. 지난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아래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역시 후보자의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케이블카 설치 공약은 거제, 밀양, 사천, 통영 등에서 실제로 실행됐다. 관광산업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표퓰리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관광산업 상품들이 타당성 조사도 없이 무책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조직의 순환보직제가 관광산업을 획일화하는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조직은 「공무원임용령」 제45조에 명시된 필수보직기간 3년이 지나면 보직을 교체하는 ‘순환보직제’로 운영된다. 같은 직위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무원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순환보직제로 관광산업 관련 부서원들이 3~4년 안에 교체되기에, 관광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교수는 “순환보직제로 인해 긴 호흡으로 관광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기 어렵다”며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케이블카나 출렁다리 설치에 공무원들의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광자문기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관광자문기구는 관광업계 종사자와 관련 전공 교수 등 전문가를 초청해 관광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관광업계 전문가 B씨는 “강원도 내 C시에서 주최한 관광자문기구 회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는데, 내용 구성이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B씨는 “지역의 관광산업을 살리려는 현안 위주로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몇몇 교수는 원론적인 마케팅 이론만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며 “교수와 전문가 모두 지자체에서 데려다주는 관광지만 구경하다 가는 관광투어 같았다”고 비판했다.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전문성’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해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 이훈 소장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전문 인력이 지속적으로 관광 부서에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내 ‘관광산업전문관’ 보직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광산업전문관은 기존 공무원의 순환보직제에 예외를 둬 보직의 교체 없이 오랫동안 관광 보직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관광산업 관련 공무원이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당 직군에서 10여 년씩 근무한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을 주관하는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감사해 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관광산업으로 적자가 늘어나거나 손실이 나는 경우 혈세의 낭비가 크다”며 “지자체는 토지개발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관광산업 실패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많은 예산 낭비가 일어나는 관광산업도 쉽게 추진된다”며 “지자체가 쉽게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자체가 관광산업을 다루는 패러다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강 교수는 “현재 국내 관광업은 ‘매크로 투어리즘(Macro Tourism)’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매크로 투어리즘은 전통적인 대량관광을 의미한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도록 관광지나 관광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크로 투어리즘은 관광객의 대량 유입만을 목적으로 둬, 지역의 특성이나 개성을 살리기보다 획일적인 관광산업만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강 교수는 “기존의 매크로 투어리즘으로부터 여행객들이 특정 지역주민들의 문화와 지역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어드벤쳐 투어리즘(Adventure Tourism)’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 역시 “지역이 가진 스토리와 차별성을 반영하는 관광산업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관광산업은 생태계와 같다”며 “생태계가 잘 굴러가기 위해선 생물학적 기틀을 탄탄히 다져야 하듯이, 관광산업 역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행정구조와 교통과 숙박 등 인프라가 단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바람처럼, 관광산업이 단단한 기틀 위에서 지역의 특색을 살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사진제공 사천시>

<사진제공 컨슈머인사이트>

 

* 토지개발인허가권: 사업체가 행하고자 하는 토지개발을 지자체가 심의하고 허가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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