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버스 운영체계를 톺아보다

마을버스는 많은 대학생들이 통학에 이용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대학가 인근 자취방의 임대료가 끊임없이 상승하면서, 학생들은 점차 학교로부터 먼 곳에서 자취방을 구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서울 지역 대학가 평균 월세는 56만 원이었는데, 일 년 사이 69만 원으로 올랐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김준영(24)씨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서 학교에서 먼 곳에 집을 구하게 됐다”며 “집 앞에서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을버스뿐이라 매일 마을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마을버스 이용객 사이에서 마을버스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늘어난 마을버스 배차 간격,
체감 시간은 더 길어요

 

▶▶ 서대문04 마을버스가 우리대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 서대문04 마을버스가 우리대학교 앞을 지나고 있다.

 

최근 들어 마을버스의 배차 시간 간격이 늘어나고 있다. 김씨는 학교에서 7.3km 떨어진 홍은1동에서 서대문13 마을버스를 타고 통학한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배차 간격이 확실히 늘어나 버스를 한 번 놓치면 10분 이상 기다리기 일쑤”라며 “그만큼 한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 껴서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이지영(24)씨는 충정로역 인근에서 4년째 자취 중이다. 이씨는 “서대문06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가고 있는데, 예전보다 통학 시간이 많이 든다”며 “이전엔 배차 간격이 7~8분 이내였지만, 최근엔 10분 넘게 기다리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 명시된 배차 간격과 실제 배차 간격에 차이가 있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씨는 “예상한 배차 간격보다 실제 배차 간격이 더 길어 지각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3차례 기다리며 확인한 결과, 서대문06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인터넷에 적힌 것보다 1.7분 더 길었고, 서대문13 마을버스는 차이가 더욱 심해 9분가량 더 기다려야 했다.

마을버스는 학생들의 통학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 취약 계층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해방촌, 정릉동 달동네와 같은 서울 시내 높은 지대를 오가는 대중교통수단은 마을버스가 유일하다. 인왕시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서대문11 마을버스를 타는 정애자(71)씨는 “경사가 높은 집 앞까지 오는 버스가 마을버스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지대 교통공학과 김현명 교수는 “도심 외곽 지역까지 다니는 마을버스는 해당 지역 거주민에게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라며 “특히 교통약자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대문구 홍은1·2동, 홍제2동을 지나는 마을버스는 항상 교통약자로 가득 차 있다.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운전기사 부족’이 꼽힌다. 서대문11 마을버스와 서대문13 마을버스 노선을 운영 중인 삼하운수 안종석 전무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이용객이 줄면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의 수입이 감소해 퇴사자가 많아졌고,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시내버스 업체로 이직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이 제공한 ‘마을버스 연도별 운전자 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천431명이던 마을버스 운전자 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인 2022년 2천757명으로 줄어들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수가 줄어들면 배차 간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운전기사 한 명당 운행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운영체계,
무엇이 문제일까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시 마을버스는 139개의 민간 마을버스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가 시내버스와 더불어 마을버스까지 책임지기엔 재정적, 행정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마을버스까지 책임지기엔 예산상에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민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 운영체계에선 ▲적자가 계속 발생하고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안 전무이사는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이용객 수도 적은 데다가 이용 요금도 낮다 보니 재정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결정에 따라 마을버스 요금은 지난 8년간 900원으로 동결돼 왔다. 지난 9월 12일 시내버스 요금이 300원 인상되며 1천500원이 되고 마을버스 요금도 1천2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시내버스 요금보다 300원 낮다.

마을버스 업체가 그동안 쌓인 재정적자를 자체적으로 극복하기엔 규모가 커, 지자체는 재정적자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교통정책과 관계자 A씨는 “서대문구청 소속 마을버스는 서울시가 재정적자의 85%, 서대문구청이 7.5%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투입으로 마을버스 업체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김 교수는 “민영제로 운영되는 이상 재정적자는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마을버스 업체의 독과점 형태가 문제라는 주장이 공통적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마을버스 업체는 오랫동안 지역에서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고, 경쟁자가 없는 상태라 이를 대체할 조직이 발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업체의 독과점 형태는 마을버스의 ▲재정 불투명성 ▲공공성 보장 미흡을 유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 등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르면 마을버스 업체는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재무제표와 경영 실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마을버스 업체들은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독과점 상황이라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아도 버스 노선을 획득하고 운영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마을버스 업체에서 상정하는 사업자의 이윤은 어느 정도인지, 노동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김 정책위원장은 “공공 재정을 통한 재정지원에는 경영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마을버스 업체의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버스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기에 사업자가 원하는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교수는 “꼭 필요한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수익이 적다고 판단하면 배차 간격을 줄이거나 없애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차 간격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거나, 삭제하는 행위에 대한 지자체의 제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 정책위원장은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마을버스 업체가 한정적이기에, 마을버스 업체의 결정에 따라 버스 노선이 좌지우지된다”며 “배차 간격을 업체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약자의 이동권 등 마을버스의 공공성이 적절하게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너져 가는 마을버스,
공공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마을버스 운영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의 원인을 정확히 짚는 것이 중요하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스튜디오갈릴레이 강진동 부사장은 “마을버스 재정적자가 ‘전면적이고 구조적’이라면 준공영제로의 전환이나 지자체가 일부 노선을 공영화하는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을 고려해 봐야 하지만, 마을버스 재정적자가 ‘일시적’이라면 민영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재정적자가 전면적이고 구조적이라면 ▲노선을 부분적으로 공영화하거나 ▲준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교수는 “시장에선 실패했지만 공공성이 있는 노선은 폐지되지 않도록 지자체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없는 노선을 공영화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자체가 마을버스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지는 준공영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마을버스의 하루 운행 비용은 중형 버스의 경우 약 50만 원, 대형버스의 경우 약 70만 원이다. 이러한 운행 비용을 채우기 위해선 하루 500명에서 700명의 승객이 마을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적자 노선이 그만큼의 승객을 채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마을버스 운영 자체를 시장에 놔두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시내버스를, 경기도는 2018년 공공버스를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로 전환했다.

마을버스의 재정적자가 일시적이라고 본다면, 민영제를 유지하되 지자체가 제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강 부사장은 “지자체의 재정을 아끼며 최선의 효율을 내기 위해선 민영제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마을버스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마을버스 업체의 운영 방식에 어느 정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마을버스 운영업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서울 마을버스 운행 조례」 제12조에 따르면 서울시는 마을버스 운행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 내 각 자치구에서는 버스노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노선 개편을 논의한다. 그러나 심의위원회에는 주로 관련 교수들과 마을버스 업체 대표만 참여하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버스 정책 수립 과정에서는 버스 이용 경험이 중요한데, 현행 운영 방식에서는 버스 이용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 역시 “실제 시민들의 목소리가 버스노선심의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가 개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버스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길어지는 배차 간격과 마을버스 운영구조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도 마을버스 운영 의사결정에 닿지 못하고 있다. 마을버스는 재정적자를 이겨내고 계속 시민들의 믿음직한 발이 될 수 있을까.

 

 

글·사진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오혜연 기자
socio_quokka@yonsei.ac.kr

<사진제공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조합>


 

 

* 준공영제: 지자체가 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며, 수익금 역시 지자체와 버스 운영업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이로 인해 민간 버스회사는 재정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지자체는 적자 노선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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