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교수(우리대학교 과학기술융합대학)
김수환 교수(우리대학교 과학기술융합대학)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쿠테흐스(Antonio Guterres)가 전 지구적 대재앙을 탄식하며 내놓은 경고다. 지구 열대화가 세상의 새로운 기준이 돼가는 이 시기에, 인류 생존을 위한 식량안보와 그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지구적 이상 고온 현상은 일파만파로 전 세계에 심각한 타격을 불러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당장 전 지구적 식량 위기를 불러온다. 기후변화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주요 작물생산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하는 ‘식량 보호주의’와, 식량을 자국 안보에 활용하는 ‘식량 자원 무기화’의 정책을 일상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국 안보를 중심으로 하는 식량 분배 생태계의 교란은 식량 가격 급등이 다른 상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 + Inflation)을 촉발하기도 한다. 기후변화,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농경지 감소, 물 부족 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곡물 가격의 상승과 식량자원의 무기화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인류애에 기댄 공정한 식량 분배와 식량 정의의 실현은 복잡한 국제질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가까운 미래에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필자는 현실적 해결책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능성 작물 개발 기술과 지능형 작물 생산 방법에 주목해 본다. 인류의 수천 년 농경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농업기술의 발전은 불과 200여 년 전 산업혁명 시대에서부터 시작됐다.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의 사용, 댐을 이용한 담수 기술 등은 농기계 사용과 함께 소위 녹색혁명이라는 부르는 작물생산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심화한 농촌의 급격한 도시화와 소비자 기호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고부가가치 종자의 개발과 작물 경작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된 종자 개량기술 중 하나는 기능성 유전자를 작물의 유전체 내에 도입해 특정 형질을 발현하게 만든 분자육종, 즉 유전자 변형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개발 기술이다. 

GMO 작물은 식물을 식량이나 산업, 식품, 의료자원으로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작물이다. 예를 들어, 가능성 유전자 도입을 통해 가뭄 저항성, 염분 저항성, 해충 저항성, 제초제 저항성 작물을 개발해 상업화한다면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여러 다양한 환경적 조건에서도 경작 가능한 작물의 종류 확대와 획기적인 식량 생산 증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영양소 생합성 효소 발현식물이나 항체, 백신 등의 발현식물은 특정 영양소나 의약품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생물공장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비타민 A 결핍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개발된 황금쌀이나, 출혈열을 일으키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된 지맵 항체 칵테일 생산 담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의구심은 존재한다. 인체에 대한 유해 여부, 자연 상태 식물과의 동종 교배 또는 이종교배에 의한 생태계 교란,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특허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도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GMO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여전히 낮아 2019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GMO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답했다.

GMO 작물이 가지고 있는 논란을 효과적으로 우회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또는 유전체신기술(NGT, New Genomic Techniques)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유전자 서열 내 특정 핵산 염기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다른 염기서열로 대체, 편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최근 식량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EU)은 급변하는 기후와 산업환경 속에서 유럽의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그린딜(The European Green Deal)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에 따라 지난 7월에 열린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NGT 농산물을 기존에 채택한 엄격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 농무부(USDA)도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변색 예방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NGT로 개발한 작물은 궁극적으로 외래 유전자가 제거되는 방식의 종자 개량이어서 GMO의 안전성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NGT를 이용해 가뭄에 강한 옥수수, 식후 혈당치 상승 억제를 위한 ‘저항성 전분 벼’ 등 다양한 작물을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은 NGT를 활용한 작물이 GMO 규제를 받는 점은 향후 기후 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GMO나 유전자 편집 등의 분자육종 기술로 개발된 식물은 생태적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혹은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에 노출된 노지보다는 제어 가능한 폐쇄적 환경에서 재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기후 위기 대응 작물 재배기술은 정보통신(ICT) 기반 지역형 스마트팜과 도시형 수직 농업 경작기술이다. 이들 작물 재배 방식이 최근에 주목받게 된 이유는 기후와 농작 면적에 구애받지 않으며, 또한 안정적 식량 생산과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 흐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작목·품종 도입을 쉽게 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풍요로운 삶도 도모할 수 있다. 병충해에 대한 제어를 통해 무공해 유기농업이 가능하고, 도시형 수직 농장의 경우 노지에서 재배한 작물을 도시로 운송해서 판매하는 데 드는 물류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또한 ICT 스마트 농업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온도, 습도, 광량 등의 제어, 그리고 자동화된 작물 수확과 분류는 농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가능하게 해 인건비도 대폭 줄어들게 한다.

가까운 미래에 기후 위기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류애에 기댄 전 지구적 공평한 식량 자원의 분배도 난망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식량안보는 국가 및 지역의 안정과 인류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작금의 제어되지 않는 기후변화와 국제정치학적 지형변화는 곡물 가격의 상승과 함께 식량 자원의 불공정한 분배를 일으키고, 불공정한 분배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경제적 격차를 확대함으로써 국가적,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그나마 당장 가능한 해결책은 기술적 발전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작물생산 기반 기술을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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