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도 좋지만 배분에 더 초점을 둬야

남예린(의공·20)
남예린(의공·20)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천 명 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적다. 부족한 의료인력은 환자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사실 우리는 배분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 의료체계의 현실로 인해 진료과마다의 선호도는 명확하다. 워라밸이 확실한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은 전공의 지원 선호과이고, 극한의 노동시간에 처우도 열악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 기피과이다. 서울지역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의 2023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더라도, 선호과의 경우 정원의 2~3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렸다. 반면 기피과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 모집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이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의료인력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과 광역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지역별 의료 격차도 존재한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정책과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진료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해서 ‘필수’ 의료 인력이 충원될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선호과·기피과 문제 해소를 위해 획기적인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 ‘비바이탈과’(일명 돈 되는 과)의 핵심은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라는 것이다. 즉, 정부가 수가를 정한 보험 진료와 달리 비급여 항목이기에 의사의 자율성에 따라 높은 의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탈과’인 내외산소는 진료 항목의 상당수가 건강보험 체계 안에 들어간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 수가만 받을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돈을 못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 교육을 통해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을 부각해야 한다.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은 의사가 개별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과 의료의 질 향상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의사의 책무라 할 수 있다. 의학 교육에서 이러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야 한다. 셋째, 기피 지역에 강제로 지역 복무를 시키는 지역 의사제는 실효성이 없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근본적 원인 자체를 해결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을 투입한 재정적 지원을 빌미로 한시적으로 지역 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10년의 장기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과 관련된 개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법적 분쟁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10년 뒤, 국민을 살릴 의사의 수는 부족해질 것이다. 단순히 의사 수의 문제라기보다, 근본적인 의료체계의 문제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피해가 당장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당장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만 해도 ‘뇌출혈 생기면 누구에게 진료받아야 하나’하는 시대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바이탈과 진료에 생긴 거대한 구멍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경제학 용어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처럼 의사 개개인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그 선택의 총합인 전체는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국가의 의료체계 목적이 국민의 건강 수준을 향상하는 것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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