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부족 문제 심각해 인력 확보 우선해야

고유빈(국문·21)
고유빈(국문·21)

지난 5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학년도 입시에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달랐다. 단순히 의사의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 의료 영역에 종사하는 의사가 모자란 것이며, 정원 확대로는 이를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과의 낮은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 소송에 휘말리는 구조를 개편해야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연 3천58명 수준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갖은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대 증원에 관한 주요 쟁점을 의사 인력 보충,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인재 부족의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 절대적으로 의사의 숫자가 부족하다.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 자료를 살펴보면 10여 년 뒤 의료서비스 수요와 견주어 보았을 때 부족한 의사 수가 2만명 이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 부족한 의사수가 2만 7천232명이라고 예측했으며, 그 밖에도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2050년 기준 2만 2천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인구 감소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앞선 예측은 활동 의사 수와 연령 추이, 현재 의료서비스 이용량,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추계된 수치다. 또한, 인구는 감소할지라도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는 늘어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필수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 대구 10대 청소년 환자가 2시간 30분가량 병원을 헤매다가 숨진 사건들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응급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데, 응급의료의 공백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증 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기관 도착률은 49.6%에 그쳤다. 2021년 기준 재이송 건수는 7천 634건인데, 사유 가운데 16.2%가 응급실 병상 부족이었다.

기피과 대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를 선택하는 특정 과목 쏠림 현상 역시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일반의 신규 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반의가 개원한 의원 979곳 가운데 86%인 843곳이 피부과였다. 전체 의사 수가 늘어나면, 비급여 진료로 수가 외 수입이 늘어난 인기과 등은 포화상태가 되고, 필수의료 분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다. 

둘째,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이공계 인력 유출을 해결할 대책이 될 수 있다. 의대 정원확대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의대가 이공계 인재를 대거 빨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째 이어져오는 의대 열풍은 고소득,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다. 결국 의대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이공계 직종과의 소득 수준 격차와 처우 격차로 인한 것이다. 때문에 의대의 인기도 지금보다 하락하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 예상되는 이탈자들을 고려해 정부는 첨단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지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논쟁이다. 특히나 필수의료와 관련된 문제는 국민들에게도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또한, 과학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교육계의 기조에서 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의 대거 이탈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정원만 늘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과가 기피과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떠나 의사를 꿈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해당 논쟁이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의 이권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고, 의료계, 과학교육계 전반의 환경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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