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과 SNS 사이의 악순환을 조명하다

SNS는 우리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다. 익명으로 다수의 사람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고, 공유하는 주제에도 제약이 없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뛰어난 소통 능력 덕분에 SNS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청년층이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3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사용 시 SNS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SNS가 극단적 선택을 모의하고, 중계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SNS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 중 20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국가다. 그중에서도 청년층의 자살률이 높은데,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영남대 심리학과 김소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획일화된 성공을 강조한다”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지 못한 개인은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최근 SNS에서 청년 세대가 외제차나 명품 소비 등을 자랑하는 과시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우울감을 강화해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실패를 경험한 청년들은 이를 보고 무망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자살 충동을 비교적 많이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감을 느낀 사람이 본인의 심리를 SNS에 게재하는 일도 잦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그들은 현실에서 함께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고 느낀다”며 “SNS에 본인의 감정을 게재하고, 비슷한 감정을 겪는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SNS는 익명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의견을 표현하기 편하다”고 했다. 그 탓에 역으로 SNS를 이용해 자살을 모의, 중계하는 현상도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에서 10대 학생 한 명이 자신이 투신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6월에는 남양주시에서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 교수는 “SNS는 누구나 볼 수 있으며 시청자 수나 댓글이 실시간으로 표현된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타인의 관심을 원해 SNS로 자살을 중계, 모의하는 방식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한 번 자극적인 정보를 올리거나 접하기 시작하면, 끊어내기도 어렵다. SNS는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자살유발정보**를 많이 소비할수록 비슷한 콘텐츠가 SNS상에서 계속 추천된다. 김 교수는 “우울감을 가진 사람은 SNS 환경에서 부정적인 정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에 방치된 극단적 선택 유발정보

 

SNS상에서는 누구나 자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X(옛 트위터)에서 ‘자살’을 검색한 결과 별다른 필터링 없이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그중 실제로 자해 사진을 올린 게시물도 있었다. 동반 자살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니 ‘같이 가실 분’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연락 수단을 게재하고 있었다. 자살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는 “SNS를 이용하는 사람이 제약 없이 자살유발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SNS를 심의,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아직 미흡해 자살유발정보를 제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법」 제33조에서는 방송 방영 이전에 반드시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서 자살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는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방송 사업자가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대한 법률」(아래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 부가통신서비스다. 그 때문에 SNS로 유통되는 영상이나 실시간 라이브 방송은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엄격한 사전 심의 및 규제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SNS가 모방 효과가 큰 매체라는 점이다. 유 교수는 “SNS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성을 가져 이용자의 모방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은 SNS의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김 교수는 “청소년은 아직 전두엽의 발달이 미성숙한 단계”라며 “SNS를 통해 자살과 관련된 부정 정서를 쉽게 학습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심지어 SNS에서 접한 자해 행동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여기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에서 발표한 ‘일평균 극단 선택 관련 신고’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발생한 10대 학생의 투신 이후 관련 신고가 평상시보다 30%나 증가했다. 김 교수는 “SNS상에서 유명인이나 주변인의 자살이 보도될 경우 모방 위험은 더 커진다”며 “이는 베르테르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로 퍼지는 극단적 선택
근본적인 해결 위해서는

 

 

SNS로 퍼지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많은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재한 상태다.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이 인터넷 개인방송 통해 유통되는 자살유발정보를 규제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도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자살유발정보는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유통되고 쌓인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미디어협력팀 관계자 A씨는 “엄밀한 감시를 통해 정보 유통을 빠르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인터넷상의 자살유발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설립했으나 운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자살유발정보를 관리하는 기관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산하기관인 ‘지켜줌인(人)’은 인터넷상의 자살유발정보를 신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전문 인력이 아닌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희망하는 사람을 모집하다 보니 매년 관리하는 인원과 담당하는 업무도 규칙적이지 않다. A씨는 “사업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를 자발적으로 받는다”며 “매년 사업을 시작할 때 홍보는 하고 있으나 정확한 참여자 수는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신고된 자살유발정보 데이터를 수합하고 SNS 회사에 전달하는 전담 인력이 1명뿐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올라오는 자살유발정보의 속도에 비해 재단의 전담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일반 이용자도 방통위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SNS상의 자살유발정보를 제재할 수 있다. 방통위는 이용자의 신고를 받으면 해당 정보가 유해한지 심사한다. 이후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SNS에 삭제를 권고한다. 그러나 유 교수는 “이미 영상, 게시물이 올라간 후에 심사가 이뤄지다 보니 이용자가 자살유발정보를 접하기 전에 막을 수 없어 문제다”고 말했다. 또한 방통위의 심사가 대면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자살유발정보가 제재받기까지의 기간도 오래 걸린다. 유 교수는 “제재될 때까지 자살유발정보는 계속 SNS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혹은 방통위가 자살유발정보를 게재한 SNS에 삭제를 요청해도 모든 자살유발정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SNS 내부 커뮤니티 정책에 따라 유해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는다. A씨는 “자살유발정보 삭제는 권고 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다”라며 “SNS는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고 했다. 유 교수는 “SNS상의 자살유발정보도 이용자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방송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과도한 자율성을 주는 건 잘못됐다”며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SNS상에서 자살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전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SNS로 확산되는 자살유발정보를 막기 위해서 SNS 환경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생명의전화 (☎02-764-8783) https://www.lifeline.or.kr

한국생명의전화는 위기와 자살 등 삶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이다. 365일 24시간 전화 상담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글 오혜연 기자
socio_quokka@yonsei.ac.kr 

<사진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사진제공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 무망감: 삶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 자살유발정보: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자살행위를 돕는데 활용되는 정보로 자살동반자 모집 정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문서, 자살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의 판매 등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다.
*** 베르테르 효과: 타인의 자살에 심리적으로 동요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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