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결을 위해 노인 무임승차 제도 재고해야

배상훈(건공·19)
배상훈(건공·19)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정책으로 지난 1984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교통공사의 만성 적자와 노령 인구 증가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손실은 5천 324억 원인데 그 중 노인 무임승차 비용이 3천 46억 원에 달했다. 교통공사 적자의 대부분이 무임 승차 비용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운영기관이 손 쓰기 어려운 적자 상태에 다다름과 동시에, 안전에 필요한 편의시설 개선도 뒷전이 됐다. 노후 전동차 교체나 역사 냉방 공사 등에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재고가 절실한 시점에 다다랐다. 실제로 도시철도 적자 누적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는 무임승차 연령기준 상향 등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연령기준 상향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시는 오는 2028년까지 무임승차 연령기준을 만 70세로 단계적 상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적자 문제를 차치하고 봐도, 제도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자명해 보인다. 우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수도권 중심의 차별적 복지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하철 대부분은 수도권과 광역시에 포진해 있다. 지난 2021년 ‘kosis 시도별 고령인구 비율’에 따르면 수도권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의 수는 절반을 웃돌았다. 지하철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 여부가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나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공공교통수단으로 묶이지만, 마을버스·시내버스 등의 노인 무임 수송은 법적 의무가 아닌 것도 혼란을 초래한다. 이동권 보장이 무임승차제도의 주목적이라면 시행 대상 역시 버스로 확대돼야 한다. 지하철은 계단의 존재, 환승 경로의 복잡함 등으로 버스보다 불편하다. 덧붙여 지하철역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도 많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어서 시내버스 노인 무임 수송을 시행하고 있긴 하나 그 시행 여부에는 지역별 편차가 있다. 시행하더라도, 연령기준에서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대전은 15일부터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시내버스 무임수송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지하철 무임수송 연령인 만65세와 달라, 수요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어떤 나라도 단순히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임승차를 허용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더 많이 진행된 일본조차 소득수준에 따라 교통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노인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노년기 시작 연령을 묻는 질문에 과반 이상이 70세부터 74세라고 답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대표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연령상향’이 언급된다. 노인복지법에 명시된 노인의 연령을 65세가 아닌 70세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노인복지법의 기준 연령이 상향되면 퇴직연령 역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정책 전반과도 연계돼 또 다른 논란을 자아낼 수 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문제를 논할 때, 단순히 교통복지의 측면에서 보기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진정한 복지를 위해, 지속가능한 제도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면 관성에 묶여 세대 간 갈등만 심화할지 모른다.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과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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