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흉물이 된 방치건축물, 왜 정비 안 될까?

안전한 도시는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철골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거나, 노후화된 하수도관이 터져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자는 2주에 걸쳐 도시 안전을 진단해 보려 한다. 이번 주는 ‘지상’의 안전을, 다음 주는 ‘지하’의 안전을 다룬다. <기자주>

 

신촌역 4번 출구 앞, 무너진 건물 주변에 펜스가 쳐져 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리모델링 중이던 건물이 무너졌다. 그 뒤로 20년이 지났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촌역 근처 상인 A씨는 “건물이 무너진 채로 20년째”라며 “보기 흉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공사가 중단된 채로 방치된 건축물은 총 322개다. 이중 공사중단 기간이 15년을 초과하는 건축물도 153개나 된다. 방치건축물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의 자원을 낭비하는 등 여러 문제를 낳는다. 방치건축물의 문제를 살펴보고 해법을 담아봤다.

 

▶▶ 신촌역 4번 출구 앞 방치건축물 모습이다. 지난 2003년 태풍의 영향으로 건물이 무너진 뒤 아직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 신촌역 4번 출구 앞 방치건축물 모습이다. 지난 2003년 태풍의 영향으로 건물이 무너진 뒤 아직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방치건축물,
도시 미관 해치고 안전 위협해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치건축물의 82%는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착공 후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계획했던 것 보다 공사비가 오르거나,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금 문제로 인한 공사중단을 사전에 막기란 어렵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공사 인허가를 내줄 때 사업주의 자금 조달 능력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민 교수(공과대·도시공학)는 “인허가를 내줄 때 시공사의 기술력, 건축 관련 법령 준수 여부 등만 확인한다”며 “자금 조달 능력을 파악하려면 사업주의 재정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사유재산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간연구원 염철호 부원장은 “사유재산이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현장에 한해서는 재정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 상황을 미리 확인해도 한계는 존재한다. 이 교수는 “원자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 외에도 건설사 간 입찰 경쟁이 심화하거나 건물이 분양되지 않는 등 공사 자금 문제를 야기하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아래 방치건축물법)에 따라 3년에 한 번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위험한 건축물에 한해 사업주에게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공사중단 건축물의 유지, 보수 관리에 힘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주가 자금난으로 소송에 휘말리거나 아예 부도가 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방치건축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며 우범지대로 전락하기도 한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윤주선 교수는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는 생활 쓰레기가 버려지거나 동물 사체가 나뒹굴기도 한다”며 “이는 악취를 유발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말했다. 방치건축물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도 있다. 이 교수는 “건축물 외벽이 낡으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도 “건축 자재가 바람에 떨어지면 보행자가 다칠 수 있다”며 “현장 주변에 펜스를 치거나 건축물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적절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치건축물이 범죄의 온상이 돼 도시 슬럼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불특정인이 다수가 공사중단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주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 많은 방치건축물,
왜 해결 못 할까

 

방치건축물은 실태 파악부터 어렵다.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실태조사’는 각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방치건축물을 파악한 뒤 국토교통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자체가 방치건축물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누락되기도 한다. 염 부원장은 “공무원 두세 명이 해당 지역의 모든 방치건축물을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집계되지 않은 건물이 꽤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방치건축물이지만 집계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모씨는 “공사를 중단한 지 2년이 넘었더라도 사업주가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표할 경우 방치건축물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집계되지 않은 방치건축물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건축물을 파악하더라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방치건축물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관련 주체들의 분쟁 조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방치건축물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조정을 위해 분쟁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윤 교수는 “부도가 난 사업주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락이 닿아도 분쟁 해결이 쉽지 않다. 시공사는 사업주로부터 공사 대금을 회수할 때까지 방치건축물에 유치권***을 행사한다. 이 교수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주가 손해를 감수하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건축 부지를 내놓아 돈을 마련해야 할 텐데, 현실에서 그런 일이 많이 없다”며 “금전 문제다 보니 당사자 간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분쟁 조정 위원회를 통해 권고만 할 뿐, 강제성 있는 조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직접 수용하는 방식도 예산 문제에 부딪힌다. 지자체의 재원 자체가 부족하거나,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현행법상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방치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지만, 철거 비용을 감당할 만한 지자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건축물법」은 지자체의 방치건축물 정비 기금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비 기금은 방치건축물을 철거하고 관련 안전 조치를 취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입법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정비 기금을 마련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윤 교수는 “규정은 있지만 마련하지 않아도 별도의 제재가 없다”며 “굳이 지자체가 나서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건축물을 철거하면 해당 토지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도 방치건축물 정비 기금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방치건축물을 철거하면 토지 소유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예산 마련을 위한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금전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중단한 개인을 왜 지자체 예산으로 도와야 하냐며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치건축물 정비사업은 공원 조성 사업이나 새 건물을 짓는 일에 비해 당위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금 마련이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현행법상 방치건축물이 시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방치건축물을 철거하고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사업주가 강제 철거 명령에 반발해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 수 있다”며 “지자체가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다 보니 철거 명령은 잘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치건축물법」 제정 이후 지자체장 직권으로 철거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공사중단 현장,
조기 발견하고 적극 개입해야

 

방치건축물은 시민들의 안전과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염 부원장은 “규모가 큰 건축물의 경우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면, 해당 현장에 근무하던 건설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관련 업체 역시 계약금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사중단이 연쇄적인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방치건축물은 공공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염 부원장은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을 조기에 발견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물의 방치 기간이 늘어나면 과거 설계 도면이 현재와 맞지 않고 건축자재가 노후화돼 건축 재개에 더 큰 비용이 든다. 밀린 공사 대금에 이자가 붙어 자금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공사가 중단돼도 사업주가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보니 실태 파악은 전적으로 지자체가 맡는다. 하지만 시공사가 예상 공사 기간을 형식적으로 계산해 제출하다 보니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따른다. 염 부원장은 “예상 공사 기간을 제대로 계산하고, 적정 공사 기간이 지나도 공사를 마쳤다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권력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차원의 해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새로운 사업주가 방치건축물이 존재하는 토지를 매입해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철거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민간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방치건축물이 있는 토지는 거래 후에도 유치권이 유지된다. 김 씨는 “유치권 문제로 매입자가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유치권 문제 해결에 나서, 새로운 사업주가 토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방치건축물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염 부원장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방치건축물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치건축물법」은 제정 이후,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 여러 차례 개정됐다. 지자체도 이에 발맞춰 방치건축물에 대한 안전 점검과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방치건축물은 사유재산이지만 도시는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다. 우리의 도시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방치건축물 문제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 

 

 

글·사진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공사가 중단된 기간이 총 2년 이상인 건축물
** 수용: 지자체가 사업주에게 일정한 보상을 하고 해당 건축물이나 토지를 매입하는 일
*** 유치권: 시공사가 공사 대금을 회수할 때까지 건축물에 대한 제3자의 접근을 막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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