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고의 문제점을 들추다

지하철은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이동 수단이다.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지하철 수송 승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서울 지하철 이용 승객은 526만 8천331명이었다.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광고를 걸기에 좋은 장소다. 실제로 서울 시내 각 지하철 역사에는 다양한 광고가 걸려있다. 광고주에게 지하철역은 다양한 성별,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어 유용하다.

 

지하철 광고, 대체 뭐길래...

 

지하철 광고는 철도 교통시설을 통해 이뤄지는 옥외광고*의 한 종류다. 광고주는 스크린도어, 역사·전동차 내부에 광고물을 부착하거나 전동차 내 안내방송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지하철 광고의 내용은 기업 홍보부터 유명 인물 광고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한광석 교수는 “많은 광고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의약품, 팬클럽, 교육 등 여러 분야의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광고 효과 측정 개발사 ‘ADDD’ 노봉조 본부장은 “지하철 광고는 제품 브랜딩 효과가 좋은 옥외광고 매체”라고 전했다. 대중에게 무의식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광고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승객들의 이동 동선에 따라 배치된다. 사람들은 굳이 광고를 보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지하철을 타려면 광고를 볼 수밖에 없다. 지하철에 타 있는 시간 동안에도 자연스레 광고가 사람들의 인식에 누적되기도 한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유승철 교수는 “지하철 광고는 다른 광고보다 사람들의 인식에 쉽게 각인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광고는 타 매체 광고 대비 광고비가 저렴하기도 하다. ‘서울 브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강남 지역 전광판 광고는 1구좌** 당 1천만 원인 반면에 지하철 광고는 스크린도어 광고가 600만 원, 포스터 광고가 30만 원 정도 한다. 노 본부장은 “지하철역마다 가격은 상이하지만 다른 옥외 광고 매체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도 “가격이 저렴해 실제로 다양한 광고주들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거짓”, “과장”, “부적절”....
병드는 지하철 광고

 

▶▶ 서울 을지로 입구역에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에듀윌 광고가 여전히 게재돼 있다.
▶▶ 서울 을지로 입구역에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에듀윌 광고가 여전히 게재돼 있다.

 

지하철 광고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광고 내용에 큰 제한이 없다. 한 교수는 “이 때문에 거짓·과장되거나, 공공성을 위반한 광고가 게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에듀윌에 거짓 광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8천600만 원을 부과했다. 에듀윌은 2018년부터 지하철 광고로 ‘합격자 수 1위’라는 문구를 강조했으나 이는 2016년과 2017년에만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2022년 3월에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일본 국적 아이돌 광고가 지하철에 게재돼 비난을 샀다. 2018년에는 성범죄자의 무고죄를 도와준다는 법무법인의 광고가 걸리기도 했다. 유 교수는 “지하철은 공공성의 성격을 가진 장소”라며 “잘못된 사실이거나 대중의 상식에 벗어나는 광고는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지하철 광고 심의 방식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지하철 광고를 심사하는 옥외광고심의위원회가 지하철 관리주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9호선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은 외부 기구인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아래 자율심의기구)에서 심의를 담당하고, 그 외 지하철과 일반 전철은 각 지자체와 한국교통공사 산하에 있는 기구가 심의를 진행한다. 한 교수는 “각각의 심의 기구는 상이한 심사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심의 결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레일 유통은 작년과 같은 내용의 노조 광고물에 대해 2022년에는 허가를 해줬지만, 2023년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유 교수는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심의 과정을 거친 광고는 대중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광고 심의를 위해서는 지하철 광고 전문 심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22년 7월 이전까지 서울교통공사는 공사 내부에서 지하철 광고를 심의했다. 그러나 지하철 광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심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기구와 협약을 맺었다. 자율심의기구 심성욱 심의위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광고의 공공성과 심의 전문성을 재고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교통공사를 제외한 지하철 관리주체는 내부 심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이는 서울교통공사의 행보와는 상반된 모습”이라며 “공정한 심의를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 감독을 위한 부서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광고에 민원이 들어올 때만 광고의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에듀윌 광고는 여전히 종로, 노량진, 을지로 등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 걸려있다. 지적받았던 ‘합격자 수 1위’ 문구도 함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으로 받은 벌금보다 지하철역 광고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 본부장은 “지하철 광고를 주기적으로 감독해 바람직한 광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나 과도하게 부적절한 광고는 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지하철 광고에 올바른 심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오혜연 기자
socio_quokka@yonsei.ac.kr 

 

* 옥외광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교통시설 또는 교통수단에 표시되는 것을 포함해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돼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 구좌: 한 전광판에 들어가는 광고의 개수를 말한다.
***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을 광고물로 제작·게재해서는 안된다.
**** 지하철 관리주체: 서울 전동차 1호선에서 8호선까지는 서울교통공사, 9호선은 서울시 매트로 9호선, 신분당선은 신분당선 주식회사, 일반 전철과 철도는 한국교통공사 측에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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