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조규석 간사와 '군대 내 인권'을 논하다

‘해병대 故 채 상병 사망 사건’, ‘故 변희수 하사 자살 사건’, ‘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등 군대 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간에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23년 국방부가 발표한 ‘군사망사고 관련 분야별 제도개선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1년에만 군대 내에서 사망한 군인이 103명이었다. 이 중 안전사고로 사망한 군인은 19명, 자살한 군인은 83명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군대는 편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009년 설립된 시민단체로 군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7월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웹드라마 『D.P. 시즌2』에서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 병영 부조리를 해결하는 한 축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조규석 간사와 군대 내 인권이 보호받기 어려운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 군인권센터 조규석 간사는 군대 역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견제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군인권센터 조규석 간사는 군대 역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견제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 사건 해결의 중심엔
언제나 군인권센터가

 

지난 7월 故 채수근 상병이 수해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고위 간부를 입건 대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려했다. 그러나 돌연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에 제1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고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에게는 사건 수사 지휘권이 없다. 수사 개입 의혹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군인권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군검찰과 해병대 군사경찰이 국방부 수사 외압을 감지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Q. 최근 발생한 ‘해병대 故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군인권센터는 어떤 역할을 했나.

A. 해병대 고위 간부가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해병대가 사건을 수사하는 건 객관적인 판단을 흐릴 수 있다. 그렇기에 군인권센터는 사건 초기부터 경북경찰서로 사건을 조속히 이첩할 것을 해병대에 요구했다. 특히 해병대 제1사단장의 과잉 지휘 의혹을 제보받아 알리고 책임자를 명확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방부의 수사 외압이 의심된다는 의혹을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현재는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국정조사 국회 청원’과 ‘해병대 전 수사단장 복직 탄원 서명운동’ 등을 받고 있다.

 

Q. ‘해병대 故 채 상병 사망’ 이전엔 ‘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같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군대 내 사망사고가 많았다. 군인권센터 역시 문제해결에 항상 노력해 왔는데, 시민단체로서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나.

A. 군인권센터는 시민단체이기에 직접적이고 강제력 있는 권한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군대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2차 피해에 취약하다. 지리적으로 격리돼 있고, 부대 내에서 만나는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제력이 없는 시민단체이기에 이러한 2차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렇지만 상급 관리기관에 보호를 요청하는 등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

 

폐쇄성과 상명하복에
짓눌리는 군인들

 

지난 2014년, 군대 내 인권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됐다. 선임 병사들의 집단 구타로 후임 병사가 죽음에 이른 ‘윤 일병 사건’과 선임 병사들의 괴롭힘에 참지 못하고 이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논의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군대 내 인권 침해는 줄지 않았다.

 

Q. 군대에서 인권 침해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A.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고, 군사기밀을 다루기에 ‘폐쇄성’과 ‘상명하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자유, 평등, 연대와 같은 민주주의 정신을 걸림돌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것이 군기를 해치고 사기를 저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대는 외부의 지적에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게 된다. 조직 특유의 보신주의**가 더해지면 군대 내 인권 침해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Q. 군대의 폐쇄성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A. 그렇다. 그러나 군대는 군사기밀과 관계없는 정보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예컨대 기본적인 정책연구 보고서나 현역 병사의 휴가 규정도 비공개한다. 이는 민간 학계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논증을 원천 차단할뿐더러 장병들의 인권도 보호하기 어렵게 한다.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다양한 외부 주체들이 군 인권 문제해결에 동참할 수 있다. 군대에서 비공개하고 있는 대다수의 규정 및 정보가 ‘군사기밀’에 준하는지 재논의해 봐야 한다.

 

Q. 군대 내 위계는 일반 사회보다 더 강하다. 이 지점이 군대의 폐쇄성을 가속하는가.

A. 군 조직에서 위계질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한 위계질서는 폐쇄성을 강화하고, 구성원이 큰 압박을 느끼게 한다. 최근엔 ‘간부 간’ 관계에서 이러한 위계질서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피평정자***의 업무 태도와 평소 품행을 등급으로 매기는 인사평정제도는 진급과 장기복무에 절대적인 측정 자료로 쓰인다. 현재 이러한 인사평정권은 자신의 직속상관 1명에게 집중돼 있다. 한 개인의 미래가 온전히 자신의 지휘관 1명에게 달린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에 피평정자는 직속상관의 부당한 명령과 회유일지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병과, 출신, 기수를 고려하면 군대는 매우 좁은 사회가 되기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시기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아래 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내부 고발이 많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장병들이 군대의 폐쇄성을 스스로 깨려는 시도이지 않나.

A. 그렇다. 군대 내에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안 보이기에 견디지 못한 장병들이 스스로 인권을 보호하려는 시도였다. 군대는 해당 제보를 통해 군사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제보에서 군사기밀이 유출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군 측에서 우려하는 무기와 같은 군사정보는 이미 대체로 공개돼 있어 노출된다 해도 국익에 반할 소지가 없다. 병사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Q. 지난 2021년 특히 ‘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해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등 여군의 피해도 컸다. 여군이 피해에 더욱 취약한 원인은 무엇인가.

A. 여군이 피해자가 됐을 경우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어렵다. 군대 내에는 남성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여군이 초임일 때는 더 힘들다. 초임 장교 및 부사관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심지어 ‘소수 집단’에 속한다는 특성은 성 권력 차이를 더욱 벌린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은 성별 간 권력의 차이가 치명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신뢰 잃은 군 사법절차, 
군인권센터가 나아갈 방향은?

 

지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군 사법절차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중 66.7%였다. 최근 ‘해병대 故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군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Q. 군 사법절차 중 특히 판결 경향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또한 상당하다고 느껴진다.

A. 군사법원의 판결이 일반 법원과 비교하여 얼마나 형량이 가벼운지 객관적인 판단은 어렵다. 군형법은 일반 형법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 그러나 무거운 형량과 별개로 피고인을 쉽게 감형해 주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기 근속하여 국가에 헌신했다는 사유’로 감형이 이뤄진다.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형은 대체로 군대 내 폭력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구타·가혹행위 사건의 실형 선고가 1%도 되지 않았다. 성범죄도 실형이 10% 남짓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위계와 군기가 강조되는 군대에서 군의 전투력에 손상을 끼친 사람들에게 근속 기간을 기준으로 아량을 베푸는 것이 정말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Q. 전체적인 군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데, 앞으로 군인권센터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나.

A.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와 인권 단체의 역할이 재고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시민단체나 인권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낮은 편이다. 시민단체는 본질적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바탕으로 군인권센터 역시 권력에 대한 견제를 지속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조 간사는 무엇보다 군대 내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군대 역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문민통제****의 원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인 역시 제복 입은 ‘시민’이기에 인권의 주체임을 항상 명심하고, 민간의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군대에서 만연한 인권 침해와 불신 속에서, 조 간사가 바라는 군대는 올 수 있을까. 

 

 

글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사진제공 군인권센터>

 

* 개정된 「군사법원법」: 지난 2021년, 군대 내 범죄 사건 발생 시 이른 시일 내에 민간으로 넘기고, 고등군사법원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됐다.
** 보신주의: 현 상태를 유지하고 안정만을 추구하려는 이기주의적인 경향이나 태도
*** 피평정자: 근무 성적을 평가 당하는 사람
**** 문민통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국군의 통수권을 가진다는 원칙.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원수가 통수권을 가지고 군은 이에 복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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