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만의 노력으로는 문제 해결 쉽지 않아

우리대학교 학술문화처 도서관(아래 도서관)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일부 이용자들에 의한 고질적인 도서 훼손·연체 문제를 도서관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 우리대학교 도서관에는 형광펜 표시, 필기 등의 낙서로 훼손된 도서가 많다.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위해 이용자들의 올바른 도서 이용이 절실하다.
▶▶ 우리대학교 도서관에는 형광펜 표시, 필기 등의 낙서로 훼손된 도서가 많다. 지속가능한 도서관을 위해 이용자들의 올바른 도서 이용이 절실하다.

 

이기적인 이용자,
쌓여가는 훼손 도서

 

훼손된 도서는 학생들의 도서 열람에 불편을 준다. 지난 2023학년도 1학기 도서관에서 인문 도서를 대출한 재학생 A씨는 “책에 줄이 그어져 있고,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적혀있어 책을 읽을 때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공 수업에서 여러 학기 동안 사용해 온 도서에는 과제에 필요한 정보가 다수 적혀있기도 했다. 일례로 우리대학교 문과대학의 한 수업은 2022학년도 1학기와 2023학년도 1학기에 극작가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대한 비평문 쓰기가 과제였다. 현재 도서관에 비치된 『코카서스의 백묵원』 도서들에는 사회상, 등장인물 관계 등 비평문 과제에 필요한 정보가 낙서처럼 필기 돼 있다.

도서관 이용자는 서비스 데스크 또는 무인반납기를 통해 도서를 반납할 수 있다. 이용자가 서비스 데스크를 통해 도서를 반납할 경우에는 데스크 직원이 도서 상태를 확인한 후 반납을 받는다. 도서관 학술자료운영팀 이유정 대리는 “다음 예약자가 없는 반납 도서는 서가에 꽂는다”며 “이때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도서들은 보수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스크 직원이 바쁜 경우, 훼손이 심각하지 않다면 훼손 도서를 즉시 발견하기 어렵다. 무인반납기로 들어온 도서들 또한 마찬가지다. 서가에 책을 다시 꽂아 넣을 때 도서 내부의 훼손 여부를 전수 조사하기는 어렵다.

 

▶▶ 우리대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코카서스의 백묵원』에는 전공 수업 과제에 필요한 정보가 다수 적혀있다.
▶▶ 우리대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코카서스의 백묵원』에는 전공 수업 과제에 필요한 정보가 다수 적혀있다.

 

도서관은 학생들이 많이 보는 도서나 표지가 약한 도서를 위주로 비닐 커버를 싸서 도서 훼손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낙서의 경우에는 관리가 어렵다. 이 대리는 “아무리 관리에 힘을 써도 1명이 먼저 낙서를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낙서가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새 책은 대출 이력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게 훼손한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 낙서 훼손이 누적된 경우가 많아 누가 훼손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또한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쾌해하는 이용자가 많아 실무자 입장에서 변상을 요구하기 어렵다. 이 대리는 “변상이 이뤄진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고 설명했다.

훼손 정도가 심각한 도서는 새로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가 종료된 옛날 도서들은 재구매조차 불가능하다. 이 대리는 “이용자들이 도서관 자료를 공공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소중하게 다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습권 침해하는 도서 ‘독점’

 

지난 2019학년도 1학기부터 2023학년도 1학기까지 신촌캠과 국제캠에서는 한 학기 평균 약 2만 8천 건의 도서 연체가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도서관 이용을 제한했던 시기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면 학기에 발생한 도서 연체는 더욱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대학교 도서관은 학부생 기준 1인당 최대 15권의 책을 15일 동안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출 예약자가 없으면 최대 30일간 대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반납기일까지 반납하지 않으면, 반납기일 이후 책 1권당 1일 100원의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대리는 “20여 년 전에는 연체료가 1권당 30원 정도였지만, 도서관 서비스 확대로 대출 가능 도서 수를 대폭 늘리면서 연체료를 1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벌금 제도가 대출 연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많은 학생들은 오히려 연체료를 부담하면서 연체를 감행한다. 일례로 비싼 전공 도서를 학기 초에 대출한 뒤 장기 연체를 하는 사례가 있다. 약 2~4만 원 사이의 전공 도서 구입비와 한 학기 도서 연체료 약 1만 2천 원을 비교했을 때, 연체료를 내는 쪽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루에 100원인 연체료 금액을 높여서 학생들이 반납 기한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리는 “연체료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학내 구성원의 동의 및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는 강의에 활용되는 자료에 한해 더 많은 학생이 대출할 수 있도록 ‘지정도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수의 요청으로 지정도서화된 수업자료에 대해서는 1인당 최대 5시간으로 대출 가능 기한을 제한하고, 이후 1시간당 100원의 연체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한 학기에 지정도서를 신청하는 교수는 200명 내외이며, 지난 2020학년도부터 2023학년도 1학기까지 누적된 지정도서 종수는 약 1천408건이다. 이 대리는 “교수가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신청하면 별도의 검증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며 “지정도서 제도를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도서관의 도서는 우리대학교 공공의 자산이다. 공공의 자산을 훼손하고 독점하는 일부 이용자로 인해 다른 이용자들의 권리가 침해받아선 안 될 것이다.

 

 

글·사진 백진주 기자
bodo_tapioca@yonsei.ac.kr
지혜진 기자
bodo_harvard@yonsei.ac.kr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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