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를 만나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씨는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Unrealscience)’을 시작으로 각종 플랫폼을 오가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대학교 천문우주학과에서 오랫동안 우주의 궤도를 공부했다는 궤도씨는 오늘도 우리의 삶과 과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과학은 사랑입니다라고 외친다.

 

Q. ‘안될과학이라는 채널명을 짓게 된 이유가 있다면.

A. ‘안될과학은 약학 전공자, 공학 전공자인 친구들과 천문우주학 전공자인 내가 모여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여전히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뜻이 담겨 있다. 초반엔 이름이 부정적인 것 같아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요즘엔 팬들이 세상에 없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불러주신다.

 

Q.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란 무엇인가.

A.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재밌게 설명함으로써 대중이 과학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연구를 하려면 좋은 연구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연구가 국가 예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연구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활동에 시간을 들이기 힘들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과학에 대한 지지를 끌어오는 것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종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있었다. 여기서 착안해 우리 채널도 이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종을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Q. 과학을 잘 아는 것과 과학을 잘 알려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전문가로서 대중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나도 과학을 잘 아는 것은 아니고, 과학을 잘 알려주는 것도 어렵다. 다만 대중이 과학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 수준의 이해도를 갖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과학이 익숙해지면, 즉 과학이 삶 가까이에 다가오면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된다. 대중이 과학을 익숙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중의 언어를 쓰는 훈련을 한다. 전문 용어들을 어떻게 대중들이 쓰는 언어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Q.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고충은 없나.

A. 잘 아는 분야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다. ‘과학을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식재료가 많다. 이런 식재료를 이용해 더 빠르고 맛있게 요리해야 한다. 가끔은 제대로 요리하지 못해 오히려 먹기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법으로 요리한 것을 대중에게 제공했을 때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매우 기쁘다. 과학 분야에서는 식재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중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Q. 과학을 문화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과학은 학문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전문가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과학은 음악, 미술, 스포츠처럼 문화의 영역에도 들 수 있다고 본다. 과학에도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굉장히 많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화가가 아니더라도 미술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즐긴다. 미술작품을 단순히 색조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 안에 담긴 화가의 일생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새로운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음악과 스포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작곡, 작사를 몰라도 음악 자체를 즐긴다. 축구선수 메시처럼 축구를 잘하지는 않아도 메시의 플레이를 보면서 개인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과학이 문화의 영역에 들어오면,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대중이 미술관을 많이 가고, 음악을 많이 들으면 미술계와 음악계와 같은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대중이 과학 자체에 관심을 갖고 즐기게 되면, 더 좋은 과학 생태계가 만들어져 과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과학을 대중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이어 가고 있는지.

A. 문화로서의 과학은 다른 문화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다른 문화와 융합해야지만 대중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어떤 문화든지 열려 있는 문화라면 과학과 결합해 과학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다.

 

Q. 귀신, 연애처럼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역을 과학과 엮어내는 것이 주특기다. 이처럼 무관해 보이는 영역과의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지식 자체를 전달하기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이다. 정보는 온라인상에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고, 찾아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과학적 사고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과학이 아닌 영역에 대해서도 재미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다 보면, 과학적 사고가 일상적인 것이 된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한 훈련이라 보면 될 것 같다.

 

Q. 저서 궤도의 과학 허세창작자들의 상상력과 과학기술 발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들어 음악 창작자가 과학을 주제로 노래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타인의 창작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나.

A. 더 문같은 많은 SF영화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SF 영화가 아니더라도 최근에 개봉한 오펜하이머같은 영화는 과학의 윤리적인 문제들을 과학자가 어떻게 고민하고, 또 어떻게 과학을 연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Q. 최근에는 초전도체에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A. 과학계에 이슈가 등장하고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은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다. 이번에는 유독 이 과정이 크게 알려졌다. 과학계가 이슈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 아니라 대중이 이를 응원하는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대중이 과학을 대하는 삶의 태도가 바뀐 것 아닐까.

 

Q. 과학의 대중화가 우리나라 과학 산업 발전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주목받는 분야가 생기면 모든 예산이나 인력이 그 방향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이 다수가 좇는 곳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 과학 내의 분야들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특정 분야가 주목받을 때, 그 분야가 실제로 성장하려면 그와 관련된 다른 분야들도 성장해야만 한다. 특정 분야만 키우려고 하다 보면 다른 분야가 설 기회를 잃는다.

얼마 전까지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데 지금 메타버스가 어떻게 됐나. 애플이나 구글, 메타도 메타버스 세상을 열고 싶어 할 만큼 여전히 매우 중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극적인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단순히 특정 키워드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키워드와 관련된 수많은 복잡한 산업을 어떻게 함께 성장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Q.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목표는 대중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는 것 하나뿐이다. 어떤 위험과 역경이 와도 과학을 설명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는 과학과 과학자가 주목받기를 바란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마트 시식 코너 직원처럼 과학의 전달자 역할을 맡고 있다.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시식 코너 직원이 아니라 음식 자체에 집중하는 것처럼 대중이 나보다는 과학에 집중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응원하는 팬이 됐으면 좋겠다.

 

Q. 아직 과학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사람들은 자신이 틀릴까봐 과학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곤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한다는 손가락질 때문에 세상이 과학과 멀어지고 있다. 아는 만큼 이야기하는 것이 과학계에도 도움이 된다. 틀려도 된다. 누구나 과학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글 김대권 기자
bodo_shyboy@yonsei.ac.kr
장호진 기자

bodo_ugogirl@yonsei.ac.kr

사진 이지선 기자
photo_barbi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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