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열기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We can do it!”

우리대학교 럭비부 주장 윤영민 선수(체교·20, C·T·B)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외치는 말이다. 럭비 선수단은 2022 정기 연고전에서의 쓰라린 패배를 뒤로 하고 모두 하나가 돼 의기투합하고 있다. 2023 정기 연고전 럭비 경기는 9() 오전 11시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다. 열정으로 가득 찬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2023 정기 연고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백스에 강한 연세대
vs
포워드에 강한 고려대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지난 4‘2023 코리아 슈퍼럭비리그734회 대통령기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아래 대통령기)에서 고려대 럭비부와의 비정기 연고전을 진행했다. 비록 두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우리대학교 럭비부 이으뜸 코치는 선수단에게 앞선 경기들은 정기 연고전을 향해 가는 과정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기 연고전을 앞두고 있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대학교의 강점으로 백스를, 고려대의 강점으로 포워드를 꼽았다. 백스는 경기장 뒤에서 라인을 만들어 득점을 따내는 포지션으로, 스피드와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반면 포워드는 스크럼*을 짜며 백스의 공격을 돕는 포지션으로, 강한 피지컬이 요구된다. 대한럭비협회 최재섭 부회장은 연세대 럭비부는 전통적으로 스피드를 이용한 백스 플레이에서 큰 역량을 보인다백스 선수들이 많은 트라이를 찍어 연세대가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 글로비스 김용회 감독은 특히 연세대 백스로 활동 중인 윤영민 선수의 개인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오는 정기 연고전에서의 활약에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우리대학교 스포츠 전문 잡지 시스붐바럭비부장 박성재(노문·22) 기자는 우리대학교 포워드 선수 중 김시원(스응산·20, FL), 황재동(스응산·21, PR), 오해성 선수(체교·22, PR), 찬스 메이커 중 한준(체교·22, NO.8), 윤영민, 서우현 선수(체교·21, S·O)를 기대 선수로 꼽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승리를 준비하는 연세대

 

지난 2022 정기 연고전 럭비 경기에서 고려대는 역사상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무섭게 오르는 고려대 럭비부의 기세는 올해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다양한 훈련을 거치며 승리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정기 연고전의 승부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최 부회장은 “2023 비정기 연고전에서 고려대가 2번의 승리를 가져간 것을 생각하면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 팀 모두 정기전의 중요성과 변수를 잘 알고 있기에 고려대도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전인 만큼 경기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회장은 과거 연고전을 보면 최후 5분 동안 승부가 결정 났다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계획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팀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세대에 비해 뎁스**가 좋은 고려대의 승리를 예상한다면서도 연세대 또한 올해 경험한 패배들을 바탕으로 이기는 경기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기자는 지난 패배의 요인을 보완한 우리대학교의 승리를 예측하며 대통령기에서 우리대학교가 패배한 이유로 전력 누출을 막기 위한 1학년 위주 가용 핵심 선수들의 부상을 꼽았다.

다만 럭비는 격한 신체 접촉이 많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정이 다소 어려운 종목이다. 최 부회장은 심판의 성향과 기준을 빨리 파악하고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접 몸을 부딪히는 일이 잦은 만큼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선수 간의 단합도 중요하다. 우리대학교 럭비부 한용훈 감독은 일본과 문경, 진도 합숙 훈련을 통해 서로 믿음을 갖고 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자신감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개인 기량을 위한 훈련도 빼놓지 않고 있다. 한 감독은 기초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본에 충실히 임해 우리대학교만의 럭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는 포워드에서의 약세를 극복하기 위해 포워드 중심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트 피스***의 강점을 키우기 위해 스크럼과 라인아웃 상황을 위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코치는 이전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포워드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렸다피트니스적 부분을 많이 끌어올린 만큼 오는 정기 연고전에서는 포워드 부분에서도 강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

 

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에 직접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와 다짐이다.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주역인 윤영민, 서우현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팀 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 장준범 선수(체교·20, C·T·B)가 가장 기대된다. 원래 풀백****을 맡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센터*****를 보게 됐다. 풀백의 경험과 센터로서의 역할이 서로 시너지를 내 좋은 경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두 명을 꼽고 싶다. 윤영민 선수와 김지철 선수(스응산·22, FB). 김지철 선수는 1학년부터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윤영민 선수는 퍼포먼스가 좋은 선수다. 상대 선수 2~3명이 붙어도 모두 이겨낸다. 지난 3년간 함께한 선수인 만큼 나와 합이 잘 맞기도 하다. 오는 정기 연고전에서는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Q. 고려대에서 가장 견제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 주장인 김찬주 선수(체교·20, NO.8)를 가장 견제하고 있다. 함께 훈련을 해본 적이 많은데, 기본적인 걸 잘하는 선수다.

: 김찬주 선수와 황정욱 선수(체교·20, NO.8)가 가장 견제돼야 할 것이다. 두 선수 다 힘과 스피드가 좋다. 럭비는 힘이 바탕이 돼야 하다 보니 가장 견제가 필요하다.

 

Q. 중점적으로 훈련한 부분은 무엇인가.

: 럭비팀 선수들만 총 34명이다. 팀 내 선수들과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주장으로서 분위기를 올리려고 노력한다. 또한 정기 연고전에 대비해 매일 오전과 오후 할 것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 포지션마다 경기를 보는 시야가 굉장히 다르다. 포워드는 짧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백스는 패스를 하는 긴 라인을 본다. 서로 보는 공간이 다르고 인원이 많은 만큼 경기 중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 정기 연고전 때는 학우분들의 응원 소리가 크다 보니 소통이 평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분을 확실히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다가올 정기 연고전에서 나왔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 스크럼을 짜는 포워드 선수들이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이기는 장면을 만들고 싶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지난 대통령기에서 패배했는데, 점수 차가 컸다. 이런 경기는 하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재미가 없다. 관중들이 경기를 보러 온 보람을 느낄 수 있게 꼭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Q. 정기 연고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 우리대학교는 잃을 게 없다.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고려대 선수들과 싸워보겠다.

: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나오겠다. 밀리지 않는 모습과 투지를 보여드리겠다.

 

이 코치는 과거 우리대학교의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164패를 기록한 기억이 있다후배들 또한 오는 정기 연고전에서 승기를 잡아 우리대학교 럭비부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코치의 바람대로 럭비부 선수들이 이번 9, 승리의 큰 함성을 지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류지원 기자
culture_land@yonsei.ac.kr
최혜정 기자
culture_shock@yonsei.ac.kr

<사진제공 우리대학교 럭비부>

 

 

* 스크럼: 대표적인 세트 피스 중 하나로, 선수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공을 빼앗는 대형을 의미한다.
** 뎁스: 선수 명단에 있는 실력이 좋은 선수들로,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
*** 세트 피스: 특정한 상황에 맞춰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리 계획해 놓은 대로 공격하는 전술로, 보통 라인아웃과 스크럼을 가리킨다.
**** 풀백: 백스의 마지막에 위치하며 최후의 방어선을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 센터: 백스 라인의 중앙에 위치하며 게임 흐름을 파악하는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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