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들의 온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교도소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교도소는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수용하는 형벌 집행 기관이다. 동시에 수형자들을 교화시켜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기관이기도 하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3 교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수형자 중 무기 징역 혹은 사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경우는 전체 4%에 불과하다. 수형자 96%는 사회로 복귀한다는 말이다. 5년 내로 사회에 복귀하는 수형자도 71.6%에 달한다. 이들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위해 우리나라 교도소 40곳은 모두 교도소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교도소에 도서관
왜 필요할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르면, 교도소장은 수형자의 지식함양 및 교양습득에 필요한 도서를 비치하고 수형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도소 도서관이 ▲수형자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고 ▲수형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경기대 범죄교정학과 윤옥경 교수는 “범죄학 이론에 따르면, 범죄자의 94% 정도는 교정이 가능하다”며 “교정이 가능하고 개선 의지가 있는 범죄자들에게는 교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소 도서관 평가 자문위원을 맡았던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송승섭 교수는 교도소 도서관이 수형자 교화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교도소 도서관 활성화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교도소 도서관은 수형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도서관법」 제7조에 따르면 국민은 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형자도 예외 없이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법무부는 교도소 내 독서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며 지난 2020년 ‘제1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교도소 도서관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송 교수는 “국내 교도소 도서관이 수형자의 알 권리나 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교도소 도서관은 후진국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 수형자들의 도서 대출 현황을 기록한 비치도서 대여부다. 모든 교도소 도서관에서 동일하게 수형자들은 비치 도서 목록을 열람한 뒤 신청서를 제출해 월 2회 도서를 빌려볼 수 있다.
▶▶ 수형자들의 도서 대출 현황을 기록한 비치도서 대여부다. 모든 교도소 도서관에서 동일하게 수형자들은 비치 도서 목록을 열람한 뒤 신청서를 제출해 월 2회 도서를 빌려볼 수 있다.

 

갈 길 먼 
교도소 도서관

 

교도소 도서관이 폐가제*로 운영되다 보니 수형자가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 송 교수는 “폐가제 방식은 수형자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라며 “모든 교도소가 개가제로 도서관을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부 교도소에 한해 도서관 개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범죄자들의 전과 유무나 개선 의지,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교도소를 4개의 등급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경범죄자나 초범이 주로 수용되는 교도소에는 개가제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교도소 도서관에 사서가 없는 것도 문제다. 도서관 평가를 위해 활용되는 ‘교정시설 도서관 설치 기준안’에 따르면, 교도소 도서관은 수용 인원에 따라 적정 수의 사서를 확보해야 한다. 교도소 수용 인원이 1천500명 이하인 경우 전문 사서 한 명을, 이를 초과하면 사서 두 명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가 전국 40개 교도소에 확인해 본 결과 전문 사서가 존재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법무부 사회복귀과 박희석 교위는 “교도소 도서관이 폐가제로 운영되기에 상주하는 전문 사서가 필요 없다”라며 “전문 사서를 두는 대신 도서관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교도소 도서관 담당 직원에게 사서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직무 교육이 연 1회에 불과하고, 한 명의 공무원이 여러 업무를 겸하다 보니 도서관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라며 “전문 사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내 장서** 역시 부실하다. 교도소 도서관이 장서를 마련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인데, 각 방식 모두 한계가 있다. 첫째, 담당 직원이 도서관 예산으로 장서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전문 사서가 아닌 공무원이 장서를 구성할 경우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현재 교도소에 비치된 도서 대부분이 문학책인 것도 사서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둘째, 수형자들이 개인 지참금으로 구매해 읽고 버린 책 중 상태가 양호한 책을 비치 도서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수형자들이 개인 지참금으로 도서를 구매해 읽는 경우, 그 종류에 제한이 없으므로 양서***와 거리가 먼 도서 역시 교도소 내 비치될 우려가 있다. 셋째, 외부 단체에서 들어오는 기부 도서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광주교도소 사회복귀과 교위 A씨는 “근처 작은 도서관이 폐관할 때 갖고 있던 책들을 교도소에 기부하곤 한다”며 “받았으니 비치해 두긴 하지만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 수형자들이 잘 읽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독서 교육과 도서관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사서와 책만 있으면 교도소 도서관은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독서 교육 프로그램과 ▲도서관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부령 제115조에 ‘수형자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 개발 및 실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독서 프로그램 운영은 교도소 재량에 달려있다. 교도소에 문의해 본 결과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교도소는 공주교도소뿐이었다.

법무부는 국립중앙도서관이나 문화예술진흥원과 업무 협약을 맺어 독서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문화예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교정시설 독서활동 지원 사업’ 운영 계획에 따르면, 현재 20개 교도소에서 독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애초 계획과 달리 독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법무부에 묻자, 박 교위는 “기관끼리 일정이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이런 경우 교도소 자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탓에 교도소 독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송 교수는 “종교 단체나 봉사 단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교도소가 보안 시설이라 일반인 출입이 어려워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교도소 도서관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도서관 평가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 모든 도서관을 대상으로 연 1회 평가를 해왔다. 예산 규모, 전담 인력 유무, 프로그램 진행 여부, 도서 권수 등이 평가 항목이며, 평가를 바탕으로 우수도서관을 선정한다. 하지만 송 교수는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도 실제 방문해 보면 엉망인 경우가 많다”라며 “현재 도서관 평가는 ‘돌아가며 상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적다는 점을 언급하며 “교도소 도서관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기관장 인사고과에 반영하면 도서관의 내실 있는 운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해 온 교도소 도서관에 대한 평가는 올해 중단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 정책기획단 김혜련 주무관은 “올해부터 교도소 도서관 평가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한다”라며 “상황에 따라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교도소 도서관 평가 계획을 묻자, 박 교위는 “올해는 평가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평가를 통해 도서관 운영에 내실을 꾀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교도소 도서관
결국은 예산 문제

 

교도소 도서관이 직면한 사서 부재, 장서의 부실함, 독서 프로그램 미비 모두 예산이 적어 생긴 문제다. 올해 법무부 예산을 살펴보면, 교정교화를 위한 예산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몇몇 교도소는 도서관 관련 예산을 아예 배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각 교도소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2023년 도서 관련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도서관이 여섯 곳 있었으며 안양교도소는 지난 5년간 한 번도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 교수는 관련 예산이 증액되기 어려운 이유로 국민의 반대를 꼽았다. 그는 “범죄자들을 위한 예산 투입을 국민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범죄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도소 도서관 운영을 위해 정책 관련자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명령 계통 조직에서는 상부에서 행정 명령만 내려와도 상황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며 “교정시설을 담당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정책 우선순위가 있지만 각 부처 장관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개별 교도소 차원에서도 누가 소장이 되느냐에 따라 그 소의 분위기, 수용자들의 생활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교도소장과 장관 같은 리더는 계속 바뀐다는 점을 언급하며, “리더 한 사람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정책 시행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교도소 도서관을 통해 수형자들을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고, 이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 갈등을 줄인다. 교도소 도서관이 단순히 ‘부실한 책 보관함’ 수준에 그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글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사진제공 목포교도소 >

 

* 폐가제: 이용자가 비치 도서 목록을 참고해 도서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면, 담당 직원이 책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일반 도서관은 이용자가 서가를 둘러보며 도서를 고르고 직접 대출하는 ‘개가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 장서: 도서관 내 책을 말한다.
*** 양서: 내용이 교훈적이거나 건전한 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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