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업의 현실을 들추다

속초해변을 낀 아파트, 광안대교가 보이는 오피스텔,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도 단독주택. 성수기가 되면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은 공유숙박 숙소들이다. 호텔이나 펜션보다 개성 있는 숙소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국내 공유숙박 등 민박 시설 이용률은 지난 1년간 16만 6천 건에서 108만 건으로 500% 넘게 증가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정대준 사무국장은 “여행 트렌드가 변화한 결과”라며 “과거엔 소비자가 주로 패키지여행을 했다면, 요즘은 원하는 숙소와 일정을 스스로 정하는 능동적 관광을 즐긴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도심에서 모텔, 호텔 등 숙박업소를 제외한 주거지에서의 내국인 공유숙박은 불법이다.

 

외국인은 합법,
내국인은 불법?

 

도심에서 공유숙박업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려면 「관광진흥법」 시행령상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영업 대상은 ‘외국인 관광객’이어야 한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유숙박은 불법이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제도는 지난 2012년 전후로 국내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만들어졌다. 호텔, 모텔 등 기존 숙박업소가 채우지 못하는 수요를 내국인의 주거시설을 활용해 충족하기 위해서다. 서울벤처대 융합산업학과 윤병섭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내국인은 배제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내국인에게 차별적이라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고영대 교수는 “숙박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에 차이를 두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내국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외국인 공유숙박이라 할지라도, 사용할 수 있는 건축물은 제한적이다. 숙소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중 하나여야 한다. 공유숙박 플랫폼에서 인기가 많은 오피스텔은 숙박업소로 사용하면 불법이다. 정 사무국장은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주거지가 아닌, 상업지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영업 대상, 건축물 조건을 충족하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소’로 등록할 수 있다. 경희대 스마트관광원 구철모 교수는 “등록만 하고 내국인을 받거나, 등록조차 하지 않고 암암리에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 지난 2022년 6월 전국에 등록된 공유숙박업체 수는 4천955개지만,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에 등록된 업체 수는 5만 개가량이었다. 정 사무국장은 “통상적으로 불법 공유숙박 업체가 합법 숙박업체의 10배가량이다”고 했다. 

만연한 불법 숙박업체에 대한 단속도 쉽지 않다. 무허가 숙박업체를 적발하려면 현장을 급습하거나 무허가 숙박시설을 제공했다는 명확한 증거자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광안리에서 오피스텔을 공유숙박시설로 사용하는 호스트 A씨는 “경찰이 단속하려고 문을 두드리면 사람이 없는 척하라고 사전에 알려준다”라고 했다. 공유숙박업 때문에 거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광안리 오피스텔 거주민 B씨는 “이웃집 주민이 마주칠 때마다 바뀌었다”라며 “그제야 새벽에 큰 소음이 종종 들리던 게 이해됐다”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속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고 교수는 “관광산업이 지자체의 재정, 인식 등에 큰 도움이 되는데 굳이 단속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내국인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내국인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공유숙박, 금지해야 하나?

 

내국인 공유숙박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여러 차례 올라왔지만 폐기되거나 계류됐다. 모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숙박업 관계자 C씨는 “내국인 공유숙박을 합법화할 경우, 기존 숙박시설 이용객이 확 줄 것이다”라고 했다. 공유숙박 합법화가 기존 숙박업계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유숙박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기존 숙박업계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정 사무국장은 “기존 숙박업소 객실 수는 60만 개 이상인데 등록된 공유숙박업소 객실 수는 6천 개”라고 밝혔다. 객실 규모로 보면 공유숙박업소의 객실 수는 기존 숙박업의 1%도 안되는 셈이다. 그는 “1%도 되지 않는 매출액으로 기존 숙박업계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기존 숙박업계와 공유숙박업체의 이용층에도 차이가 있다. 기존 숙박업과 공유숙박업은 이용 가능 인원, 조리 가능 여부 등의 주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시장 영역이 다르다”라며 “공유숙박업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호텔·모텔로 소비자가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를 즐겨 사용하는 대학생 D씨도 “여러 명이 놀러 갈 경우, 호텔은 방을 여러 개 잡아야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한 곳만 예약하면 돼 좋다”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기존 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소비자의 니즈를 규제하는 건 옳지 않다”며 “기존 업계도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자구책을 찾고, 정부가 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기존 숙박업계와 공유숙박업체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국인 공유숙박을 법제화하면 내재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무법인 ‘유한’ 최유진 변호사는 “관련 법상 등록되지 않은 업소는 「공중위생관리법」의 숙박 위생, 식품위생, 소방안전 등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라며 “그렇기에 위생·안전 우려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사고가 벌어진다 해도 피해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 같은 문제에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처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구 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도 좋아 문제가 안 생기니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문제가 생길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제도권 내로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업을 포함해 사전에 부작용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숙박은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뿐 아니라, 호스트에게도 유용하다. 호스트가 임대하지 않은 주택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임대할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대차 기간을 최소 2년 유지해야 하고, 임차인에게 계약갱신권을 1회 부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임대인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적기에 집을 처분하기 곤란한 때가 많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집을 임대하지 않고 숙박업소로 이용하면 월세처럼 경상수입을 얻다가 집값이 올랐을 때 바로 팔 수 있어 집주인에게 훨씬 이득이다”라고 했다.

공유숙박이 관광산업과 내수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분기 여행객 중 국내 여행을 한 사람은 52.6%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윤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산업 부활이 공유숙박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내국인 대상 도심 공유숙박을 허용하면 관광업 부활과 내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공유숙박, 제도화하려면

 

고 교수는 “사회가 변화하면 제도가 이에 발맞춰가야 하는데, 공유숙박업의 현실은 미진하다”고 했다. 지금껏 국회에 발의됐던 의원 안에는 대부분 ‘일수 제한’ 조건이 붙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업소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정주 의원안과 박성민 의원안에도 내국인 영업 ‘180일 이내’ 제한 조건이 붙었다. 현장에선 일수 제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A씨는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수익에 분명 손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도 “영업 일수 제한 없는 내국인 숙박 허용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영업 일수 제한에 동의하기도 한다.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이슬기 교수는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서는 제한적인 공유숙박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 지역 주민의 인식, 젠트리피케이션 등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동경은 구 단위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가령 집값이 비싼 지역은 주민의 반발이 심해 일 년 내내 공유숙박을 가능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수 제한은 관광산업에 있어서 지역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 말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의 틀 안에서 공유숙박을 도입할 경우, ‘주인 거주의무’가 따라오는 것도 주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근거가 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민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 사무국장은 “해당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처음 보는 타인과 숙소를 같이 쓰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공유숙박업 가능 업소를 지정하는 과정에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아파트 단지나 주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편이 증대되고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주택의 형태, 인근 환경, 관광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상업지구 오피스텔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상업지구 오피스텔에 기존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은 업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공유숙박업 투숙객이 주로 머무는 저녁부터 새벽 시간대와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해당 오피스텔을 활용하면 거주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은 “공유숙박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변화한 관광의 형태에 맞게 제도가 발맞춰 가야 한다”고 했다. 공유숙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방조하기보다는 적절한 제도화를 통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숙소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인정해야 할 때다.

 

 

글 김혜진 기자
socio_quee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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