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을 온전하게 지키고 창조적으로 계승하려면

 

대~ 한~ 민국 짝짝 짝 짝짝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경기할 때 모두가 함께 외치는 응원 구호다.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이 응원은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소리산타령’의 기본 장단이다.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르면 무형문화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며 끊임없이 재창조된 문화적 유산으로, 인류가 보존해야 할 음악, 무용, 연극, 공예, 놀이 전반을 가리킨다. 봉산탈춤보존회 윤기종 회장은 “문화유산은 곧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며 “형태가 없어 보존과 전승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
우리나라 경쟁력을 키우는 일 

 

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통을 계승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문화재’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에서 비롯한 용어이고, 재화적 성격이 짙어 건물이나 물건만 지칭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5월 16일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됐다. 한국문화재재단 청와대 문화사업단 김순호 단장은 “이 법은 과거에 국한된 ‘문화재’ 중심의 체계를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이라며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르면 문화유산은 우리 삶의 뿌리이자 인류 모두의 자산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서 김치, 한복, 단오제와 같은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을 자국의 것이라 주장하는 문화침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화재청 김혜정 전문위원은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이 곧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새남굿 전수자들이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서울새남굿 전수자들이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
전승 위해 사람이 필요한데

 

윤 회장은 “무형문화유산을 보전하려면 전승자가 있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무형문화유산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탓에 차세대 전승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진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긴 시간이 걸리는 교육 과정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유산을 육성하기 위해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를 전수자, 이수자, 전승교육사, 보유자로 구분한다. 전수자는 무형문화유산을 배우고자 입문한 사람으로, 이수자가 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전수교육을 받고 문화재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수자는 5년 이상 전승활동을 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가 충분한 전승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하면 전승교육사가 된다. 보유자는 ‘인간문화재’라 불리는 가장 명예로운 신분으로, 앞선 단계보다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봉산탈춤 전승교육사 장용일(78)씨는 “각 과정별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소요된다”며 “해당 종목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인정받기까지 오래 걸릴뿐더러, 기간이 신분 상승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젊은 세대가 무형문화유산 전승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다. 전승교육사나 보유자에게는 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이수자에게는 그마저도 없다. 이수자들이 무형문화유산을 본업으로 삼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는 이유다. 윤 회장은 “젊은 이수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전수교육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2022년 ‘국가무형문화재 우수 이수자 선정 및 지원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며 이수자 지원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이뤄진 지원은 20건에 그쳤다. 이수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 전문위원은 “젊은 이수자들이 생계를 이유로 무형문화유산 전승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수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수자들이 참가할 수 있는 무형유산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공모* 같은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문위원은 “경력이 없는 이수자들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다”며 “이수자들이 무대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무형문화유산에 진입하더라도 전승사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김 전문위원은 “소수의 보유자에게 막강한 권력이 부여돼 이들을 중심으로 권력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전승교육사나 보유자에게 배워야 전수교육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이수자 심사에 보유자가 심사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업계가 좁아 다른 스승에게 전수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실력이 좋아도 스승에게 밉보여 퇴출당하는 전수자들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새남굿보존회’ 김현규 사무국장도 “무형문화유산이 소수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보유자나 전승교육사는 사명감을 갖고 국가유산 전승사업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전승체계 내부의 적체 현상도 문제로 꼽았다. “보유자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지정된 보유자가 권한을 쥐고 물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무형문화유산 보유자 172명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 11명, 60대 39명, 70대 67명, 80대 52명, 90대 3명이다. 보유자의 약 70%가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김 전문위원은 “신체를 사용하는 무형문화유산 종목은 적정 나이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적절한 때에 은퇴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자가 일정 나이에 이르면 국가가 이들을 명예보유자**로 지정하고 현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예술인 정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예롭게 은퇴하는 방식으로 보유자 고령화와 내부 적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의 반대로 예술인 정년제 도입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새남굿 전승자들의 전수교육 모습이다.
▶▶ 서울새남굿 전승자들의 전수교육 모습이다.

 

무형문화유산,
제대로 보전하고 전승하려면

 

전승자들이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전승활동에 전념하려면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보유단체***는 비영리법인이라 수익 사업을 하지 못하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공연 1회당 정부에서 천만 원 정도 지원금이 나오지만, 실제 공연에 들어가는 돈은 약 3천만 원”이라면서 “적절한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전승지원금 지급 체제도 문제로 꼽는다. 문화재청은 보유단체에 전승지원금으로 월 360만 원을 지급한다. 장씨는 “인원 수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며 “단체 규모에 따라 전승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해 인원을 늘리는 단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아래 전수교육관)도 늘어나야 한다. 전수교육관은 공연장과 연습실, 사무실 등을 갖춘 공간으로 보유단체들이 입주해 전승 활동을 하는 시설이다. 김 사무국장은 “전수교육관에서는 교육부터 공연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체계적인 전승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월 31일 기준, 서울시에 전수교육관은 단 두 곳뿐이다.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목이 155개인 것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다. 윤 회장은 “20개 단체가 하나의 전수교육관을 이용한다”며 “공연장 대관이나 세미나실 예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단장은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중요하다”며 국가유산의 날을 지정하고 문화유산 축제를 여는 것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미래 세대가 무형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도록 청소년 대상 무형유산 체험이나 어린이 참여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새남굿에 쓰이는 장구 장단을 활용해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초청공연까지 진행했다”며 “젊은 세대가 무형유산과 친숙해지기에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승 교육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무형문화유산 종목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김 전문위원은 “현재 문화유산 정책은 사장돼 가는 무형문화유산에 정부가 긴급 수혈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궁극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무형문화유산 향유 방식이 시대에 맞춰 알맞게 변화해야 한다”며 “일례로 일반인들은 굿을 낯설어하지만, 사용되는 음악이나 화려한 의상을 내세워 대중에게 다가갔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 유산의 가치를 지키고 미래 세대에 제대로 전해주는 일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형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사진제공 문화재청>

 

* 공연공모: 이수자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이 무대를 마련해주고 활동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 명예보유자: 보유자가 전승활동을 정상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보유자 지정을 해제하되, 명예를 유지하며 물러날 수 있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소정의 국가 지원금을 받는다. 
*** 보유단체: 무형문화유산의 보전 및 전승을 위한 단체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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