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오버투어리즘의 현주소를 살펴보다

우리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거주지가 매일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관광지라면 어떻겠는가. 관광객들의 행복 뒤에 숨겨진 관광지 거주민들의 고통. 기자는 그 고통의 흔적을 따라 북촌 한옥마을로 향했다. 더불어 그곳의 주민들이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과잉 관광’ 당하는 관광지,
오버투어리즘

 

오버투어리즘은 말 그대로 수용 가능한 범위 이상의 관광객이 관광지를 방문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관광지화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피해를 온몸으로 느끼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버투어리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과도한 관광객 유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발생한다. 

먼저 관광지는 정치인들의 정치 도구로 이용된다. 관광지의 개발은 곧 그 지역의 활성화를 의미하는데, 이는 정치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주제다. 가톨릭대 사회학과 정영신 교수는 “지역의 권위주의자들이 재선이나 정치적 공적을 위해 관광산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관광을 양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관광지는 필요 이상으로 개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광객의 ‘숫자’ 자체보다 ‘수용력’에 따라 오버투어리즘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주영 관광산업연구실장은 “같은 수의 관광객을 받더라도 동선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되는 곳이 있고, 되지 않는 곳이 있다”며 “우리나라 관광지의 경우 ▲사회문화적 ▲경제적 ▲물리적 수용력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문제에는 크게 ▲관광 질 저하 ▲인프라 과부하 ▲자연 훼손 ▲유산 훼손 등이 있다. 특히 인프라 과부하는 ‘투어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투어리피케이션은 관광객이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기존 상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상권의 변화는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관광컨설팅 회사 프로젝트 수 정란수 대표는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차료는 자연스럽게 상승하며 이로 인해 기존 상인들은 자신의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전했다. 관광객이 거주민을 내쫓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보상이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의 웃음에 주민들은 울상

 


지난 2021년 트렌드모니터가 진행한 「오버투어리즘 및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지역'으로 응답자의 58.3%가 북촌 한옥마을을 꼽았다. 이곳은 평일도, 주말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5월의 어느 평일 오후, 기자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기자를 맞이하는 건 ‘정부는 주민의 신음소리가 안 들리는가’라는 문구의 현수막이었다. 주민들의 불만이 담긴 현수막이 골목 골목을 가득 메운다. 현수막 옆으로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안내원들이 보인다. 그들은 관광 에티켓을 홍보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금연,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정숙을 부탁하는 글이 쓰여있다. 얼핏 보면 관광지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들이지만, 거리의 풍경은 피켓의 내용과 거리가 멀었다. 기자의 옆을 지나치는 외국인 관광객은 큰 소리로 웃으며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다. 

 


지난 2017년부터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의 방문 시간을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정 대표는 “방문 시간제한은 권장 사항일 뿐이며 관련 시행령이 아직 미비해 실효성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방문 시간을 섣불리 통제할 수는 없다. 정 교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곳인 만큼 접근 통로가 많아 이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며 “주민들의 이동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주민들을 괴롭힌다. 북촌 한옥마을에 거주 중인 A씨는 “관광객들의 차로 인해 주민들의 주차 공간이 사라져 주차할 때마다 불편함을 겪는다”고 전했다. B씨는 “문을 열지 말라는 팻말에도 불구하고 가정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있다”며 “매번 사람들을 내쫓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수많은 관광객에게 거주지가 노출된 만큼 범죄의 위협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에 박 실장은 “일상 속 불편함은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생각보다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계속되는 주민들의 불만 소리에 종로구는 지난 2월 9일 ‘특별관리지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연구에 착수했다.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의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박 실장은 “특정 관광지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객에 대한 질서유지가 더욱 원활해진다”며 “더불어 관광지의 발전을 위한 이용료 징수도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관광지가 되려면

 

전문가들은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관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 대표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상생이 관광정책의 기본 목적이 돼야 한다”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때 관광지는 지속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먼저 경제적인 방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제재나 소액의 벌금을 넘어 지역주민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오버투어리즘의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 정 교수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관광지의 입장을 유료화하거나, 관광진흥 기금을 지원해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경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지역의 관광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10인 이상 단체가 방문할 경우 예약을 통해 해설 안내를 받게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운영자는 다름 아닌 ‘주민’이다. 정 대표는 “지역주민이 직접 마을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전국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관광객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단순히 관광 에티켓을 지키는 것을 넘어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관광객들은 관광지가 누군가의 거주지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이 없다면 에티켓을 아무리 홍보하더라도 관광객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에게 올바른 관광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관광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모두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언론이 나서서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이 끝나고 엔데믹이 선언된 지금, 각종 관광지에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곳이 누군가의 거주지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관광지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관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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