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우리는 삶에 지칠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여행 가고 싶다”. 여행은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상의 환경과 완전히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바쁜 일상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시간과 비용,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지만 낯선 환경에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가 있다. 지난 2010년 개봉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바로 그 영화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려면
‘여행’이란 이름의 용기가 필요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
아무 느낌도 없어.
정열도, 열정도, 신념도, 감정도. 아무것도!”

 

영화의 주인공은 30살 저널리스트 ‘리즈’다. 그녀는 번듯한 직업을 가졌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편과 결혼도 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이다. 그러나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 바로 자신이다. 목적을 잃은 채 그저 달리기 바빴던 그녀는 이제 인생에 무력감을 느낀다. 현재의 삶은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리즈는 ‘페투’라는 현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균형 있고, 안정감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남긴다. 이 조언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이혼까지 하면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1년간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다 버리고 떠날 용기만 있다면,
안락함도 집착도 뒤로 한 채 몸과 마음이 원하는 진실을 찾아 나선다면,
그 여행의 매 순간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어깨를 부딪친 모두가 삶의 스승임을 안다면,
힘들겠지만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은 당신을 비켜 갈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리즈의 ‘용기’다. 거창한 계획은 누구나 세울 수 있고, 마음은 하루에도 수만 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엔트바진’(अन्तेवसिन्), 너무 편한 건 싫어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 경계선에 머무는 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우리는 때때로 엔트바진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험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은 마냥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여행 중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소매치기를 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다음 이야기는 없다. 무력감으로 가득 찬 인생을 뒤바꾸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찾기 위한 세 가지 열쇠

#먹고
 

첫 번째 여행지는 이탈리아다. 그녀는 이곳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는 법을 배운다. 미국에서의 그녀는 먹는 것에 의욕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음날 살이 찔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식욕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그녀는 음식 먹는 것을 즐기게 된다. 먹는 것은 그녀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음식에 대한 의욕은 삶의 의욕으로 확장된다.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해준다. 
 

#기도하고
 

두 번째 여행지는 인도다. 리즈는 지친 영혼을 이끌고 인도의 한 아쉬람*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신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소망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신을 찾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망하는 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리즈는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던 리즈에게 인도에서의 경험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깨졌던 삶의 균형을 기도를 통해 다시금 맞춰간다. 
 

#사랑하라
 

마지막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다. 인도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면, 이곳에서는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삶의 균형을 점차 맞춰가는 그녀 앞에 브라질에서 온 ‘펠리페’가 나타난다. 그녀는 펠리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삶의 균형이 깨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펠리페는 이런 그녀에게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aimo)라고 말한다. 이는 함께 건너자는 뜻의 이탈리아어이다. 계속되는 진심 어린 구애에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삶의 균형이 깨진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여행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이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여행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 수는 없잖아”

 

영화에 나오는 세 곳의 여행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Italy, India, Indonesia. 바로 ‘I’로 시작되는 이름의 나라라는 것이다. 영화는 여행이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여행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떠나는 만큼 자신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고민해야 한다. 리즈는 먹는 것에 의욕적이지 못한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이 많은 이탈리아로 향했다. 또한 기도와 명상에 집중하기 위해 아쉬람이 있는 인도를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기 위해 매년 수많은 신혼부부가 찾는 사랑의 섬인 발리를 여행지로 선정했다.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달콤한 게으름”

 

여유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지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오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여행을 단 세 가지로 요약한다. 먹기와 기도하기, 그리고 사랑하기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은 어떠한가. 꾸미느라 분주하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고, 맛집과 유명 관광지를 찾느라 바쁜 것이 우리 여행의 현실이다. 여행지에서만큼은 ‘달콤한 게으름’을 누려도 된다. 일상에서 탈출한 만큼 일상에서는 찾기 힘든 온전한 쉼을 즐겨야 한다. 결국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는 것이 영화에서 말하는 진정한 여행이다.
 

 

페투는 여행을 마친 리즈에게 “그땐 세상 다 산 할매 같았지만 이젠 예뻐졌네”라고 말한다. 여행은 우리 삶에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킨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느낀 문화, 쌓인 추억은 변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변화가 두렵다고 해서 나도 나를 모르는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여름방학을 앞둔 지금, 여행을 결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를 찾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자.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넷플릭스>

 

* 아쉬람: 힌두교도들이 생활과 수련을 함께 하는 공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