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형 특수분장사를 만나다

최근 한국 좀비물은 ‘K-좀비’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K-좀비 열풍이 불고 있다. ‘K-좀비’가 탄생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공로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좀비 메이커’로 불리는 특수분장사가 그중 하나다. 좀비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의 장면들이 특수분장사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고 있다. 2020년 『생방송 오늘 저녁』에서 “특수분장에 청춘을 건 사나이”로 주목받은 최주형 특수분장사를 만나 특수분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특수분장사 최주형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특수분장 전문업체인 ‘Technical Art Studio Cell’(아래 Cell)에서 5년간 근무하며 『기생충』, 『극한직업』, 『신과 함께』 등 70편의 작품에 특수분장 팀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킹덤』, 『마녀』, 『클로젯』 등의 작품에는 특수분장 팀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경대학교 분장예술과에서 학과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특수분장사라는 직업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보통 ‘특수분장’이라고 하면 간단한 색조 분장이나 상처 분장, 혹은 피를 바르는 분장을 떠올린다. 그러나 특수분장의 분야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특수분장사는 한마디로 캐릭터의 외형을 변형해 또 따른 캐릭터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제작하기도 하며 촬영 현장에 필요한 특수 안전 소품 제작까지 도맡고 있다. 실제 도구를 사용하는 액션 장면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도구를 본떠 안전한 소재의 소품을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배우가 실제로 연기할 수 없는 위험한 장면에서 사용되는, 배우를 본뜬 더미*를 제작한다.

 

특수분장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조소과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과 비슷한 방법으로 작업한다. 즉 원형의 틀을 뜨고 실리콘이나 우레탄 등의 재료로 복제해 마스크** 형식으로 사람의 얼굴에 분장한다. 마스크를 제작하는 사전 작업 과정도 길지만, 실제 분장을 진행할 때도 섬세함이 중요하기에 캐릭터에 따라 3~4시간씩 분장하기도 한다.

작업 방향성은 시나리오에 명시돼 있기도 하지만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감독과 미술 감독, 특수 분장 대표들이 모여 구체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것에 맞게 SNS나 여러 영상, 혹은 해외 유수 작품 이미지를 참조해서 작업한다.

 

 

건축학 전공자에서 특수분장사의 길을 걷게 됐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싶어 졸업 후 곧바로 영화 미술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미술팀은 영화의 전반적인 미장센***을 담당하는 부서이기에 캐릭터보다는 공간과 관련된 작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특수분장팀의 작업 과정을 보며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껴 특수분장사로 진로를 전향했다.

 

특수분장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당시 국내에는 특수분장을 배우기 적절한 학원이나 학교가 없어 유학을 결심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아카데미에서 2년간 교육을 이수하며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여러 제품과 다양한 방법으로 분장 연습을 독학했다. 이후 Cell에 취업해 국내 현장에 맞는 양질의 특수분장 기술을 습득했다. 이같은 노력이 현장에서 다양한 특수분장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가장 인상 깊게 참여했던 작품은 무엇인가.

기억 남는 작품이 많지만 하나를 꼽자면 단연 박훈정 감독님의 영화 『마녀』 촬영 현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당시 Cell 대표님의 추천으로 『마녀』 현장 특수분장 팀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마녀』는 다양한 액션 및 잔혹한 장면이 다수 포함된 영화이기에 특수분장팀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 무척 많았다. 각종 더미와 안전 소품 제작, 피부에서 피가 튀는 특수효과가 가미된 분장 작업 등을 진행했다. 현장 스텝들과 자주 소통해 호흡이 좋았던 기억도 난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분장이나 소품, 더미 등을 실재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특수분장사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나 소품을 실재하는 것처럼 제작해 관객을 속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특수분장사에게는 사물의 형태와 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물을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수분장사는 언제 희열을 느끼는가.

특수분장은 매번 새로운 분장을 하고 새로운 제작물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업무이다. 그렇기에 특수분장사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항상 희열을 느끼는 직업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갈 때와 스텝들로부터 분장이나 제작물이 ‘진짜 같다’는 평가를 들을 때도 큰 희열을 느낀다. 

 

작업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없는가.

현장에서 작업하며 변수가 발생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영화나 드라마 현장은 최종작품을 성공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수정을 거듭한다. 날씨나 주변 환경 등으로 그간 작업한 결과물을 쓸 수 없게 돼 새롭게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현장에서 수정 및 새로운 분장을 진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수분장 팀도 다른 스텝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항시 대기해야 한다.

 

 

교수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는 특수분장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특수분장 교육 과정이 여러 미용 학원에 잘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강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특수분장의 구체적인 업무나 작업 과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현장에 가까운 교육을 하기 위해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가 여러 특수분장회사와 MOU를 맺어 현장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실습 기회가 되며 나에게도 경력을 이어 나갈 계기가 된다. 앞으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의 학생 지도를 1순위로 두고, 현장에서 필요로 할 때 분장 업무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독하리만큼 노력파인 그는 인터뷰에서 특수분장에 대한 애정을 연신 드러냈다. 그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가 만들어 온 세계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특수분장의 세계와 그러한 기술을 가르치는 세계. 특수분장을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아 해외 유학을 감행했던 그는, 이제 특수분장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국내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와 특수분장사들이 만들어 나갈 놀라운 세계를 기대해 본다.

 

 

글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 더미: 배우의 외형을 본떠 제작한 실리콘 인형을 의미한다.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나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 등 배우가 실제로 행할 수 없는 위험한 장면에 사용된다.
** 마스크: 실리콘으로 제작된 인조 피부를 의미한다. 조소 과정을 통해 모양을 만든 후 뜰을 떠 실리콘을 부어 제작한다. 이것을 얼굴에 부착해 배우의 외형을 변형한다.
*** 미장센: 프랑스어로 연출을 의미한다. 구도, 색감, 미술, 의상, 메이크업 등 영화의 시각적인 모든 요소를 배열하는 작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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